상어의 무한재생 이빨, 우리도 가질 수 있을까

김태희 기자 2024. 4.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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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journey, 과학동아 제공

30000 vs. 52. 완전히 무너진 밸런스는 바로 백상아리와 인간이 평생 사용하는 치아의 개수입니다. 유치 20개, 영구치 32개로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인간과 달리 상어는 평균 300개의 이빨을 갖고 있고 이빨이 뽑혀도 계속 다시 나 평생 수만 개의 이빨을 사용합니다. 부럽지 않을 수가 없죠. 그런데 최근 사람의 치아도 새로 만들어 낼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더이상 양치질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종류, 사는 환경, 먹이 습관에 따라 사용하는 이빨의 총 개수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상어는 소모된 이빨이 교체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누군가는 질문할 수 있겠죠. 아무리 상어의 입이 커다랗다고 해도 3만 개의 이빨이 있을 자리가 있을까. 정답부터 얘기하면 없습니다.

상어의 이빨은 7~8줄로 이뤄져 있는데 앞줄의 이빨이 빠지면 그 뒤에 있는 이빨이 2~3일 이내에 앞으로 이동해 그 자리를 채웁니다. 빠진 자리에는 새 이빨이 자랍니다. 상어의 이 컨베이어 벨트 같은 이빨 재생 및 재배치 능력은 1845년 영국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웬이 처음 보고했습니다. 상어 이빨이 쉽게 빠지는 이유는 잇몸만으로 이빨을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어떨 땐 먹잇감을 물기만 해도 '쑥' 빠지곤 합니다. 반면 인간의 치아는 턱뼈에 단단히 박혀 있죠.

상어는 턱 가장자리의 이빨이 빠지면 그 뒤에 있는 이빨이 앞으로 이동해 빈 자리를 채운다. 이빨 아래 연조직이 컨베이어 벨트처럼 각 이빨을 고정하고 또 이동시킨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간이 수십 년밖에 살지 못하고 채집한 음식만 먹었을 때는 유치와 영구치 두 세트만으로 사는 것이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이 인간의 삶을 길게 연장하고 우리가 치아를 썩게 만들거나 마모시키는 음식을 주로 먹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영구치 그다음의 치아가 필요해진 거죠. 현재는 제3의 치아로 임플란트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잇몸뼈에 티타늄 계통의 매식체를 식립하고 매식체가 뼈에 고정되면 그 위에 인공치아를 씌우는 방식이죠. 그런데 과학자들은 잇몸에서 제3의 치아가 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상어의 이빨은 본래 바늘이었다. 과학동아 제공

● 치아 재생 유전자 재작동시킬 방법은

2016년 11월 가레스 프레져 당시 영국 셰필드대 진화발생생물학과 교수팀은 상어에 있는 이빨 재생 유전자가 인간에게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습니다. 바로 Sox2 유전자입니다. (doi: 10.1073/pnas.1612354113)

논문에 따르면 Sox2 유전자는 4억 5000만 년 전 인간과 상어가 공통의 고대 조상을 갖고 있던 이래 쭉 유지돼 왔습니다. 다만 인간은 유치가 빠진 뒤 영구치가 새로 날 때 상피 세포에서 Sox2 유전자가 발현된 뒤 상피 세포가 사라지면서 이후로는 발현을 멈춥니다. 반면 상어는 치아 상피 조직에서 Sox2 유전자가 계속 발현돼 죽을 때까지 새 이빨을 계속 만들어내고요.

그렇다면 이 Sox2 유전자를 당장 재작동한다면 불의의 사건으로 영구치를 잃었을 때 세 번째, 네 번째 치아를 자라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3월 11일 연세대에서 만난 정한성 연세대 치대 구강생물학교실 교수와 같은 연구실의 김은정 연구교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치아 일부가 아닌 치아 전체를 재생하는 것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정 교수팀은 2020년 동물의 치아에 Sox2 단백질을 과발현시키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치아를 만드는 상피 조직이 커질 뿐 치아 싹이 새로 나지는 않았습니다. (doi: 10.1111/cpr.12729)

가레스 프레져 미국 플로리다대 생물학과 교수는 척추동물의 이빨과 피부 부속기관 등을 통한 생물의 진화와 재생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상어의 이빨 재생 방식을 인간 치아 재생에 활용하고자 한다. Brianne Lehan 제공

그렇다고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프레져 교수팀은 2019년 1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그동안 비활성 상피 세포로 알려져 있던 치아 잔여 조직(DLRs·Dental Lamina Rests)이 치아를 활발하게 재생하고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DLRs의 일부 활성화된 세포가 분열하며 Sox2, Bmi1, 베타카테닌 등과 같은 치아 줄기세포 표지자를 발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치아 줄기세포 표지자란 앞서 설명한 Sox2처럼 줄기세포가 분화해 치아 관련 조직을 계속해서 만들도록 신호를 주는 유전자나 단백질을 말합니다.

영구치가 난 뒤에도 인체 내 치아 재생 유전자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란 겁니다. 연구팀은 DLRs에서 인간의 치아 재생에 활용할 치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을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doi:s41598-019-52406-z)

● 치아 재생 주사 2030년까지 개발

한편 2024년 1월 일본 오사카 키타노병원의 치과구강외과는 2030년까지 주사형 치아 재생 약물을 개발한다는 연구 계획을 병원 홈페이지에 발표했습니다. 양치를 열심히 안 해도 주사 한 방이면 새로운 치아를 가질 수 있는 건지 기대가 되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끄는 타카하시 카츠 키타노병원 치아구강외과 교수는 2021년 일본 교토대 의대 구강악안면외과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교토대, 오사카대, 후쿠이대 등 공동연구팀과 함께 영구치 이후의 치아 발생을 막는 유전자를 발견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doi: 10.1126/sciadv.abf1798

모든 인간은 뼈 형성 단백질(BMP)의 영향으로 유치와 영구치가 자란 이후에도 치아가 날 수 있는 씨앗 '치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USAG-1이라는 단백질이 BMP를 무력화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쥐와 페럿으로 실험했을 때 USAG-1 단백질을 억제한 동물은 BMP 단백질이 활성화돼 새로운 치아가 자라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주사제 형태의 USAG-1 단백질 억제제를 개발했고 현재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사는 정맥에 투여하는 방식이죠.

다만 연구팀이 개발하고자 하는 주사형 치아 재생 약물은 후천적으로 영구치를 잃은 사람에게 '제3의 치아'를 찾아주는 목적이 아닙니다. 유전적인 문제로 영구치가 정상보다 부족한 선천적 무치증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입니다.

오늘날 치아가 6개 이상 없는 선천성 무치증 환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0.1%에 달합니다. 무치증은 임플란트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턱 뼈가 완전히 자란 뒤에야 시술이 가능합니다.

턱 뼈는 대개 만 18세 전후 그러니까 성인이 될 무렵에서 성장을 멈추죠. 연구팀은 신약 개발이 무치증을 앓고 있는 미성년자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키타노병원은 임상 환자 등록을 거쳐 2024년 7월 1차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총 3번의 임상시험을 통해 2030년 주사형 치아 재생 약물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왼쪽부터 1.일본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USAG-1 단백질을 억제하면 뼈 형성 단백질(BMP)이 활성화돼 새로운 치아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은 실험 전 페럿의 앞니. 위턱에 6개의 앞니를 갖고 있다. 2.USAG-1 단백질을 억제하자 중간(노란 화살표)에 7번째 앞니가 자랐다. 3. 7번째 앞니를 촬영한 마이크로컴퓨터 단층촬영(micro-CT) 사진. Science advances 제공

● 치아 재생이 특히 어려운 이유

치아 전체를 재생하는 연구가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정 교수는 "여러 구성요소로 이뤄진 하나의 기관을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치아는 저작기관이자 감각기관으로 새로 만들어낸 치아 역시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치아의 모든 구성요소를 각각의 위치와 구조에 맞춰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죠.

인간의 치아는 바깥쪽부터 법랑질, 상아질, 치수, 신경, 혈관, 시멘트질, 치주인대, 이틀뼈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또한 앞니와 송곳니, 어금니 등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각각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심장 근육 세포, 각막 내피 세포 등 특정 세포를 재생하는 여타의 재생의학에는 없는 난관입니다. 앞선 타카하시 교수팀의 동물 실험 결과를 함께 살펴본 김 연구교수도 "분명히 이빨이 나긴 했지만 실제 이빨과 비교했을 때 기능까지 완벽한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팀은 2023년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세포로 분화 가능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치아 상피 세포와 치아 간엽세포로 분화시키고 이를 이용해 치아의 구성 세포로 이뤄진 경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doi:10.1016/j.jare.2023.08.012)

하지만 아직 이 세포들을 가지고 모양과 기능을 갖춘 치아로 만드는 방법은 찾지 못했습니다. 정 교수는 "치아의 구조와 모양을 모사할 수 있는 스캐폴드(지지대) 개발 연구와 치아 발생 연구가 둘 다 완성 단계에 이르고 두 연구가 완벽히 융합돼야만 치아 재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뜻이죠. 그때까진 우리 모두 양치질에 계속 신경써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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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기자 tae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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