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3반 김초원 교사 아버지 김성욱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91]

신선영 기자 2024. 4. 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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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라는 꼬리표는 딸의 죽음 후에도 따라붙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2학년 3반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씨(64)는 딸의 순직 인정을 받기 위해 오랫동안 싸웠다.

각계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으로 '김초원·이지혜 교사 순직 인정 대책위원회'를 꾸려 오체투지와 서명운동, 기자회견 등 지난한 활동을 펼쳤다.

참사 발생 3년이 지난 2017년 5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지면서 두 교사의 순직이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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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사IN〉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납니다. 
2학년 3반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는 2016년 안산에서 고향인 경남 거창으로 거처를 옮겼다. 자택에는 딸을 기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IN 신선영

‘기간제 교사’라는 꼬리표는 딸의 죽음 후에도 따라붙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2학년 3반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씨(64)는 딸의 순직 인정을 받기 위해 오랫동안 싸웠다. 각계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으로 ‘김초원·이지혜 교사 순직 인정 대책위원회’를 꾸려 오체투지와 서명운동, 기자회견 등 지난한 활동을 펼쳤다. 참사 발생 3년이 지난 2017년 5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지면서 두 교사의 순직이 인정됐다. 2018년 1월 김초원 교사는 단원고 교사 8명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 안장됐다.

“초원이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꿈이 교사였어요. ‘나는 죽어서 뼛가루가 되어도 선생님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참 잘했어요. 여름에는 선풍기 없이 7시간을 방에서 공부하던 아이였으니까요. 참사 후에 순직 인정을 받기까지 얼마나 혼자 울었는지 몰라요. 정규직 선생님들과 다를 바 없는 업무를 했는데,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는 사실이 너무 서러웠어요. 법원에 소송을 신청했던 이유도 우리 초원이와 같은 기간제 교사를 위해서 판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기본적인 대우는 받을 수 있길 바랐어요.

4월16일이 딸의 생일이에요. 2학년 3반 아이들이 4월15일 자정에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고 귀걸이와 목걸이도 선물했대요. 참사 당일 아침에 초원이는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벗어주고 다시 4층 객실로 내려갔어요. 발견될 때 아이들이 준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고 편안하게 자는 모습이었어요. 안산에 갈 때면 단원고 4·16기억교실에 들러요. 아이들이 초원이에게 써준 편지가 지금도 교실 뒤에 붙어 있어요.

참사 후 한 번도 꿈에 나오지 않았는데, 그날(2017년 5월15일) 새벽에 초원이가 꿈에 나왔어요. 꽃이 활짝 핀 언덕에 앉아서 말없이 손을 흔들며 한참 웃더라고요. 오전에 한 기자에게 전화가 와서 알았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 중 사망한 공직자의 경우 정규직, 비정규직 신분과 관계없이 순직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거예요. 감격해서 계속 울었죠. 오후에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울지 마시고, 꿋꿋하게 사셔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초원이는 제자들을 참 아꼈어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수학여행 갈 돈이 없던 반 아이를 대신해서 저에게 돈을 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어요. 나중에 보니 그 학생은 결국 수학여행을 안 갔더라고요. 초원이 영정사진 앞에서 한참을 울던 학생에게 ‘네가 수학여행을 안 가서 천만다행이다. 내가 수학여행 비용을 대신 내줬는데도 안 가줘서 고맙다’고 말해줬어요.

딸과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어요. 초원이와 팔짱을 끼고 나가면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었죠.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매년 4월이 오면 몸에서 반응이 와요. 하루에도 수백 번 보고 싶죠.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이나 영상을 자주 봐요. 배가 인양되고 나서 초원이 주민등록증이 발견됐어요. 항상 지갑에 넣고 다녀요. 요즘에는 딸 있는 부모들이 제일 부러워요.”

순직 인정을 받은 고 김초원 교사는 국립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안장됐다. 아버지 김성욱씨가 딸의 묘비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신선영 기자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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