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직종따라 '천차만별'…광전자 41만7천원 '최고' [공사장 실태 보고서②]

이연우 기자 2024. 4. 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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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사 전체 직종 평균 노임단가 27만789원
기능공·기술공 섞여 있어 직종별 임금 차이 존재
54년간 보통인부 노임단가 '상승률 1위' 기록해도
최고액인 송전전공 임금比 40만원 이상 덜 받아

같은 사람이 같은 재료로 같은 작업을 해도 지역마다, 현장마다 공사비용이 천차만별이다. 근로자들에게 제각각 책정되는 ‘노임단가’ 때문이다. 경기일보는 1970년부터 현재까지 약 54년간 공사장의 노임단가를 지역·직종·시기별로 진단해봤다. 이 기간 동안 새롭게 생겼거나 중간에 통합·폐쇄된 직종을 포함하면 공사분야 직종은 총 201개지만, 유의미한 통계가 있는 30개 직종만 추렸다.

■ 공사장 평균 일당 27만원선…광전자 ‘최고액’

먼저 ‘노임단가’를 쉽게 이해하려면 ‘일당’ 혹은 ‘평균임금’ 개념으로 다가가면 된다.

앞서 우리나라는 1994년까지 (구)재무부장관이 결정·고시하는 ‘정부고시노임’에 따라 공사분야 노임단가를 정해왔다. 하지만 이때 노임단가가 정부계약의 원가계산에 의한 것이어서 일반적인 시중노임단가보다 현저히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노임단가에 의한 인력 사용이 공사 지연과 부실 공사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1995년부터는 임금 현실화를 위해 ‘시중노임단가’ 체계로 변경됐다. 노동인력 수와 시간 조정 등을 시장단가에 상응하는 노임으로 집행하게 된 것이다.

현재 시중노임단가가 적용되는 공사 직종(2020년 하반기 개편 기준)은 ▲일반공사직종(91개) ▲광전자직종(3개) ▲문화재직종(18개) ▲원자력직종(4개) ▲기타직종(11개) 등 127개로 나뉜다.

그래픽=유동수 화백

평균치만 보면 상대적으로 LED, 광센서 등을 다루는 광전자직종의 단가가 높고, 일반공사직종의 단가가 낮다. 다만 2022년 상반기부터는 일반공사직종보다도 원자력직종의 단가가 더 낮아지기 시작했다.

올해 기준 공사 전체 직종의 평균 노임단가는 27만789원이었으며 ▲일반공사직종 25만8천359원 ▲광전자직종 41만7천636원 ▲문화재직종 32만1천713원 ▲원자력직종 23만344원 ▲기타직종 26만4천952원 등으로 꾸려졌다.

해마다 일반공사직종의 단가가 3천원씩 오를 때 광전자직종의 단가가 1만원씩 오르는 식이었다.

■ 공사장,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돈 더 번다’

공사장의 노임단가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한 줄로 요약하면 ‘경기도’보다 ‘충청도’ 공사장에서 돈을 더 벌 수 있는 구조다.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의, 도심보다 오지의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 보니’ 노임단가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픽=유동수 화백

현재(이달 4, 5일 오전 6~8시 출발·1일 8시간 기준) ‘보통인부’ 직종의 노임단가를 지역별로 비교해봤다. 이때 보통인부는 일반잡역에 종사하면서 단순육체노동을 하는 이를 뜻한다.

먼저 수도권이다.

CJ건설이 평택시에서 진행하는 A주차빌딩 공사와 롯데건설의 안산시 B주택 재건축공사의 보통인부 노임단가는 15만1천630원으로 같았고, 포스코이앤씨의 성남시 C아파트 리모델링 공사와 정민토건㈜의 광명시 D교회 신축공사 역시 각각 14만2천710원으로 다르지 않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기 광주시 E아파트 공사 노임단가가 16만550원으로 높은 축에 속했으며, GS건설의 파주시 F아파트 건축공사가 14만930원으로 경기도권에서 낮은 축에 속했다.

비수도권은 어떨까.

같은 시기 GS건설이 충북 음성군에서 진행한 G아파트 공사의 보통인부 노임단가는 16만550원으로 수도권 평균과 약 2만원의 차이가 났다. 롯데건설의 강원 강릉시 H공동주택 개발공사와 에스지씨이테크건설의 세종시 I공장 건축공사 또한 각각 15만1천630원 등으로 경기도권 평균보다는 소폭 높았다.

이를 두고 경기도의 한 공사현장 관리 책임자는 “공사장 내 임금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이유는 지역마다, 공사현장마다 수요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공사는 시작해야 하는데 사람을 구하기 힘들면 임금을 높여서라도 구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대규모 공사가 많아서 ‘공사 수요’ 자체가 많지만 그만큼 인력이 몰려 단가가 떨어질 때가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공사가 멈추면서 충남·충북권 인력들도 경기도에 오고 있기 때문에 도리어 수도권 단가가 낮아지고, 비수도권이 사람을 못 구해 단가가 높아지는 양상이 있다. 돈을 더 준다고 해서 비수도권으로 가는 형태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같은 시간 일해도…송전전공보다 보통인부 日40만원 적어

공사장 안에는 소위 ‘기능공’과 ‘기술공’이 여럿 섞여있기 때문에 직종별 노임단가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픽=유동수 화백

경기일보가 추린 30개 직종을 비교했을 때, ‘보통인부’ 노임단가는 1970년 540원에서 2024년 16만5천545원으로 306.5배 뛰며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노임단가로 운영될 당시 유독 인건비가 낮게 책정됐던 영향이 있다.

이어 같은 기간 ‘특별인부’ 노임단가는 710원에서 21만4천222원으로 301.7배, ‘콘크리트공’ 노임단가는 870원에서 26만1천283원으로 300.3배 오르며 2~3위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래픽=유동수 화백

단순 금액 기준으로 보면 현재 ‘송전전공’의 노임단가는 59만7천707원으로 최고치였다. 송전전공은 발전소와 변전소 사이의 송전선의 철탑 및 송전설비의 시공 및 보수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전문기술직’이다.

2위는 51만4천479원의 ‘도편수(전통한식 건조물의 신축 또는 보수 시 설계도를 해독하는 사람)’, 3위는 43만3천747원의 ‘S/W시험사(기지국, 컴퓨터시스템의 소프트웨어 및 프로그램 설계·분석·유지보수 등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였다.

보통인부의 노임단가가 1위의 상승률을 기록했어도, 현재 송전전공 임금에 비하면 40만원 이상을 덜 받고 있는 셈이다.

■ 최저임금 21배 오를 때 공사장 노임단가는 17배 ↑

전반적으로 여타 직업군처럼 공사분야의 노임단가 역시 지속 상승해왔다. 하지만 현장 특성상 1998년 IMF(외환위기) 무렵 큰 타격을 받으면서 잠시 주춤했다.

실제로 해당연도에 ‘고압케이블전공’, ‘H/W설치사’, ‘S/W시험사’, ‘드잡이공’, ‘원자력기계설치공’을 제외한 나머지 26개 직종 모두의 노임단가가 떨어졌다.

다만 ‘기술 수준 여부’에 따라 단가는 빠르게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인부처럼 단순 노동에 가까운 직종은 1998년 당시 단가가 인하(-5.1%)됐고 이듬해(-2.3%)에도 더 깎였지만, 배전전공처럼 특정 기술을 요하는 직종은 1년 사이 -7.4%에서 11.9%로 금세 단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S/W시험사의 경우 도입(1990년)부터 현재까지 유일하게 단 한 번도 단가가 떨어지지 않은 직종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최근 54년(1970~2024년) 동안 공사분야 30직종의 평균 노임단가는 17배(평균 1만6천251원→28만2천475원) 뛰었다.

최저임금(당시 최저시급)이 21배(1988년 462원 →2024년 9천860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공사장 내 노임단가가 비교적 저조하게 인상된 셈이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심 지역이 비도심 지역보다 임금이 적다. 비도심의 인력적인 여건이 가장 크고 그 다음으로 지역별 제도적인 여건 차이가 있다”면서 “숙련된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구하기 쉽지 않아 직종별로도 임금이 다를 수밖에 없고, ‘힘들고 돈을 못 버는 직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청년 인력 유입도 없어서 외국인을 고용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공사분야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국가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기업은 ‘3D 업종’이라는 인식 및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노임단가란

직종별 근로자의 실지급 임금수준을 파악한 것으로, 보통 월 인건비를 평균 근무일수로 나눈 금액으로 나타낸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박용규 기자 pyk1208@kyeonggi.com
이건혁 기자 geon-siri@kyeonggi.com
이진 기자 twogeni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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