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멍 때리고 했어요. 뭐든 해야죠”···‘천재타자’ 강백호의 선발 포수 데뷔 성공, 이제 시작이다[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4. 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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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포수 강백호. KT 위즈 제공



강백호(25·KT)가 포수로서 선발 데뷔전을 무사히 치렀다. 실점도 많았지만 공격적인 볼 배합과 안정된 블로킹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무려 9이닝을 거뜬히 소화했다.

강백호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4번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시즌 3월31일 대전 한화전에서 1이닝, 3일 KIA전과 4일 KIA전에서 각 2이닝씩 경기 후반 마스크를 쓰기는 했으나 강백호가 포수로 선발 출전한 것은 2018년 데뷔 이후 처음이다. 이전에도 2019년과 2021년에 한 차례씩, 포수 엔트리가 부족해 짧게 포수로서 수비를 소화한 적은 있지만 선발 출전은 처음 했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포수였다. 프로 입단 이후 외야수와 1루수를 맡아오다 최근에는 지명타자로 뛰었다. KT는 강백호와 팀의 미래를 위해 강백호의 포수 기용을 고심해오다 최근 짧게 투입하기 시작했고, 주전포수 장성우가 지난 4일 KIA전에서 팔에 타구를 맞아 타박상을 입고 이날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강백호를 바로 포수로 내세웠다.

강백호는 이날 9회까지 혼자 마스크를 쓰고 KT 안방을 지켰고, 경기가 연장전으로 접어들어 10회초 KT가 8-7로 1점 앞서자 10회말 김준태에게 마스크를 넘겼다.

KT 강백호가 5일 잠실 LG전에서 포수로 선발 출전해 투수의 공을 받고 있다. KT 위즈 제공



강백호는 경기 뒤 ‘이렇게 9이닝을 다 뛸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그럴 리가요. 제 앞날을 모르겠습니다”하면서 웃었다.

강백호는 “그냥 멍 때리면서 했다. 편하게 하자 생각했다. 처음이다보니 익숙치 않아서 실수가 많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투수들의 공이 좋아서 생각보다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끝나고 들어가니 (장)성우 형이 ‘힘들재, 서 있는 야수들하고는 다르재’ 하시더라. 진짜 자고 일어나면 아마 총 3대는 맞은 거처럼 아플 것 같다. 그래도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원래 포지션이 포수라지만 프로 입단 이후 6년이 넘도록 놓고 있던 포수 미트를 다시 끼니 아직은 어색하고 서툰 부분이 많다.

이날 3-3으로 맞선 3회말 2사 1루에서는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볼에 LG 1루주자 문보경이 2루 도루를 시도하자 몸쪽 높은 볼을 잡은 강백호는 바로 일어나 송구하려다 공이 빠진 듯 뒤로 돌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공은 미트 안에 있었다. 제대로 공을 잡아놓고도 아직 손과 미트의 감각이 익숙지 않다보니 전광판 불빛에 공을 놓치자 아예 공을 놓친 줄로 착각한 장면이었다.

7-3으로 앞선 5회말에는 1사 3루 오스틴 딘 타석에서 KT 두번째 투수 김민수의 2구째 높은 공을 놓쳐 패스트볼로 3루주자에게 홈을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선발 등판한 고졸신인 원상현을 능숙하게 리드했다. 2회말 5타자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난타 당하는 느낌이었던 원상현을 이후 세 타자 연속 삼진 2개 포함 범타로 이끌어 이닝을 끝냈다. 3회 이후부터는 원상현이 안정을 찾아가며 추가 실점 하지 않았다.

강백호는 “물어보니 전광판 불빛에 빠지는 공들이 잘 안 보인다고 하더라. 공이 갑자기 확 없어져서 깜짝 놀랐다. 안 보이니까 잡은 줄도 모르고 찾았다”고 웃으며 “부족하니까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T 강백호가 5일 잠실 LG전에서 포수로 선발 출전해 수비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포수의 가장 어려운 점 또 한 가지는 사인 습득이다. 강백호는 지난 2일부터 본격적으로 포수 훈련을 시작해 사인도 초고속으로 외워 학습해 이날 9이닝을 뛰었다.

강백호는 “사인도 번개로 학습했다. 내가 내는 것, 수비코치님이 내는 것, 배터리 코치님이 내는 것까지 사인이 워낙 많다. 나는 타격 사인만으로도 벅찬데···. 그래도 숙지할 수 있도록 잘 알려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다. 일단 (머리에) 때려넣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강백호가 포수로 선발 출전한 이날 KT는 8-7로 승리했다.

강백호는 “고교 때 하고 오랜만에 한다고 해도 무려 7년 전이라, 포수가 얼마나 힘든지 몸소 느꼈다. 투수랑 호흡을 맞춰야 되고 실투가 온다든지, 이 타이밍에 어떤 공을 선택했는데 날 믿고 투수가 던졌는데 안타가 되고 그러면 속이 굉장히 상했다. 실점이 나니까 기분이 안 좋았다. 스트레스도 받고 책임감도 배워가는 것 같다. 이겨서 투수들에게, 타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백호가 포수로 선발 출전하고 한 경기를 오롯이 책임져본 이상, KT는 앞으로 강백호의 포수 출전 경기를 자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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