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공무원이 만든 '서울라면'… 5월 美 본토 상륙작전

황정원 기자 2024. 4. 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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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 '서울시 굿즈' 서울라면] ①최소주문 1만개에 '뒷목'… 이젠 40만개쯤은 '껌'
[편집자주] 라면 시장에 협업 바람이 한창이다. 지난 1월 말 서울시가 풀무원과 손잡고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서울라면'을 선보였다. 출시 한달 만에 29만개, 두달 만에 누적 65만개를 팔아치웠다. K라면 열풍을 타고 오는 5월부터는 미국과 신흥국 등에도 진출한다. 올해 라면 수출액은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라면의 뜨거운 인기가 서울을 넘어 세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한봉지 뜯어 보글보글 끓여봤다.

서울시가 풀무원과 손잡고 1월 말에 출시한 서울라면과 서울짜장이 두달 만에 누적 판매량 65만개를 넘기는 등 큰 인기를 얻으며 해외 수출까지 하게 됐다. /사진=풀무원
◆글쓰는 순서
①공무원이 만든 '서울라면'… 5월 美 본토 상륙작전
②신라면보다 비싼 '서울라면'… 풀무원의 승부수
③해외서 더 뜨거운 신라면·불닭… K라면 가세 '서울라면'


서울시에서 '굿즈'(기획 상품)로 출시한 '서울라면'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채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속속 인증샷과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서울시는 지난 3월24일 "오는 5월부터 서울라면이 미국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출된다"고 밝혔다.

올 1월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서울의 이름을 건 라면을 출시했다. 가격은 번들 1개(4개입)에 5450원이다.

서울시는 "일본 '도쿄 바나나빵',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쿠키'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굿즈로 라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내놓은 기념품이 특산물이나 전통 음식이 아니라 라면이라는 점은 꽤 이색적이다. 자체 브랜드 라면을 출시한 것도 서울이 처음이다.



몰랐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라면 제작'


서울시가 만든 다양한 굿즈가 판매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스토어. /사진=풀무원
지난해 8월 서울은 신규 도시 브랜드로 '서울마이소울'을 발표했다. 서울은 영혼을 뜻하는 영어 '소울'(soul)과 발음이 비슷해 외국인들에게 신비롭고 매력적인 이름의 도시로 통한다. 서울시는 새로운 브랜드 홍보를 위해 기존과 다른 접근방식을 원했다. 논의 끝에 '굿즈 마케팅'을 채택했고 곧장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김현정 서울시 브랜드기획팀장은 "굿즈에 대한 풍성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디자인 전문가, 관광 전문가부터 굿즈를 좋아하는 직원, 인스타 충동구매를 하는 직원, 물건 보는 안목이 있는 직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원 15명으로 구성했다"고 회상했다.

기획 당시 굿즈의 조건은 세 가지였다. ▲K문화와 관련돼 외국인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것 ▲서울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것 ▲내외국인 누구나 선호할 만한 것.

"시작은 곤약젤리였어요. 일본에 여행가면 누구나 꼭 사 오는 것. 맛도 좋고 칼로리도 낮고 가격도 저렴한 식품이죠."

'서울굿즈'는 서울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제작됐다. 서울 사람들이 쓰는 생활용품, 문구용품, 의류이면서 실용성 있는 물건들이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서울 사람들이 즐겨 먹는 대표 음식 '라면'이었다. TF팀은 핵심 아이템이자 메인 제품으로 라면을 낙점하고 업체에 라면 제작을 의뢰했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어요. 볼펜이나 텀블러를 제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더군요. 면의 종류도 굵기부터 제작방식까지 천차만별이었고 스프도 마찬가지였어요. 가장 문제는 'MOQ'를 맞춰달라는 것이었어요. 난생처음 듣는 단어였는데 'Minimum Order Quantity'(최소 주문 수량)라는 뜻이었어요. 볼펜의 MOQ가 1개인 것과 달리 라면은 최소 1만개부터 시작하더라고요."

이쯤 되면 '굿즈 제작'이 아니라 '대량 구매'로 용어가 바뀌어야 했다. 지자체는 물건을 구매하려면 입찰을 해야 한다.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한 뒤 물건을 구입하는 게 공무원의 방식이다. 굿즈 한번 제작하려고 시의 예산을 무작정 투입할 수는 없었다.

TF팀은 발상을 바꿔 라면을 사는 대신 서울시를 팔기로 했다.

높아진 서울의 위상과 도시 브랜드 이미지, 커지고 있는 관광시장 등을 매력으로 내세워 라면 제조에 투자할 업체를 찾아 나섰다. 이왕이면 서울시가 라면을 만드는 이유와 잘 부합하는 이미지와 경영철학을 가진 기업이면서 곤약젤리처럼 맛있고 건강에 좋고 칼로리도 낮은 라면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맵지만 개운하고 건강한 맛


서울시는 서울라면 출시를 기념해 2월 성수쎈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시식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풀무원
그렇게 최종 결정된 곳이 풀무원이었다.

기존 풀무원 라면의 맛을 기본으로 원하는 맛을 결정한 뒤 조금씩 추가하고 빼는 방식으로 맛을 개발해 갔다. 고민 끝에 품목은 국물라면과 짜장라면 2종으로 정했다. 국물라면 한 가지만 하기엔 아쉬웠고 라면에 대한 전 세대 선호를 골고루 반영시키기에는 짜장라면만큼 좋은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서울굿즈 TF팀과 서울브랜드담당관 직원을 시식집단으로 정하고 약 30명의 직원이 같은 라면을 시식하고 투표를 진행했다. 품평을 통해 맛에 대한 의견도 모았다.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으로 히트한 것과 '한국' 하면 매운맛을 떠올리는 점을 고려해 외국인에게 다소 맵더라도 '맵부심'(매운맛에 대한 자부심)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수개월에 걸친 풀무원과 서울시 공무원들의 땀, 눈물(?), 노력 끝에 시중 라면 제품보다 현저히 낮은 360㎉ 라면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위해 포장에 쓰이는 색, 글씨체, 풀무원과 서울시의 로고 크기 등을 세밀하게 협의했다. 서울라면의 포장지 색은 2024 서울색인 스카이코랄(Sky coral)이다.

김 팀장은 "서울라면이 출시된 해의 서울색을 활용했다는 점도 의미 있지만 스카이코랄이 서울의 노을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한강 피크닉에서 먹는 라면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2월1일 서울시 성수동 서울굿즈 센느 팝업스토어에서 첫 판매를 시작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시식 이벤트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저칼로리 건면 제품이라 깔끔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라면은 "고추와 마늘 맛이 진하게 느껴지면서도 개운하고 얼큰한 국물 맛이 훌륭했다"는 평, 서울짜장은 "춘장의 진한 맛과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정통 짜장면의 식감을 잘 구현했다"는 리뷰가 많았다.

서울라면은 출시 한 달 만에 29만개를 판매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보였다. 출시 직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스토어 서울굿즈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시 주요 축제 현장 등의 푸트코트 형태로 서울라면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으며 5월 이후에는 해외시장 진출도 예정돼 있다"면서 "판매수익의 일정 비율은 사회공헌사업에 투자되므로 서울라면의 인기가 선한 사업으로 발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획 초기 최소주문 수량 '1만개'에 화들짝 놀랐던 서울시는 지난달 국물라면과 짜장라면을 40만개씩 추가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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