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古書 복원할 돈 없어… 보물 신청 나선 서울대

박정훈 기자 2024. 4. 6.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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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국어사 자료 4종 문화재 신청
불교 경전인 불정심다라니경 언해본(왼쪽)과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언해본(오른쪽). 두 고서는 지난 1994년에 조선어학회 핵심 멤버였던 이희승·이숭녕이 서울대에 기증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서울대 중앙도서관이 소장 중인 중세 국어사 자료 4종을 ‘보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2011년 법인화 이후 처음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이 고서(古書) 보물 지정을 신청한 건, 한정적 예산 때문에 이들 문헌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지난 10여 년 동안 방치돼 왔기 때문이다. 보물급 가치의 문헌 한 종을 복원하는 데 1억~2억원의 예산이 든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배정된 예산은 연 10억원가량인데, 이 예산으로 고서를 복원하려면 890년이 걸린다고 한다.

5일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도서관은 지난달 29일 관악구청에 고문헌자료실 소장 자료 4종에 대한 보물 지정을 신청했다. ‘불정심다라니경’ 언해본, ‘주자증손여씨향약’ 언해본, ‘묘법연화경’ 언해본,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언해본이다. 조선어학회 핵심 멤버였던 이희승·이숭녕이 1994년 서울대에 기증했다. 이 중 불교 경전인 ‘불정심다라니경’ 언해본은 1485년 인수대비의 지시로 제작된 왕실판본이다. 불교 경전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언해본은 1465년에 만들어졌다.

서울대가 자체 조사로 소장 고서에 대한 보물 신청을 한 건 2011년 법인화 이후 처음이다. 법인화 이전까지는 교육부가 보물 신청을 했기 때문에 대학에 부담이 없었지만, 법인화 이후 비용 부담이 컸다고 한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고문헌자료실에는 약 40만권의 장서가 소장돼 있는데 자료 수리 복원, 서고 환경 개선, 디지털화 사업 등에 지원되는 예산은 10억원가량이다. 서울대 자체 예산이며, 국가 지원은 없다.

문헌 한 종이 보물과 같은 문화재가 될 경우 문헌 수선, 원문 디지털화 등에 1억~2억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서울대 중앙도서관 측은 더 이상 고서를 방치만 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 지원을 신청했다고 한다. 보물로 지정되면, 문헌 복원·관리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게 된다. 서울대는 이번 보물 신청을 계기로 다른 고문헌 보물 신청도 계속할 방침이다.

장덕진 서울대 중앙도서관장은 “지금과 같은 인력과 예산으로는 문헌 보존 사업을 하는 데 890년은 걸릴 것”이라며 “서울대 구성원뿐만 아니라 외부인도 중앙도서관 소장 기록유산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DB 구축 및 보존 처리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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