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윤종]식목일, 나무를 넘어 숲의 미래를 고민하는 날로

김윤종 사회부장 2024. 4. 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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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사회부장
제79회 식목일인 5일 전국 곳곳에서 약 7000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다. 식목일은 1946년 제정됐지만, 유래를 1493년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조선 성종 24년 3월 10일(양력 4월 5일) 왕과 관료들이 동대문 밖에서 직접 밭을 일궜다고 한다. 그만큼 4월 초순이 식물을 심고 가꾸기 좋은 날씨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식목일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림 전문가들에 따르면 나무 심기에 가장 좋은 기온은 6.5도. 과거 4월 초 날씨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식목일의 최근 10년간 평균기온은 1940년대보다 1.5∼4도가량 상승했다. 환경단체들은 ‘식목일을 3월로 옮겨야 한다’며 지난달 나무심기 행사를 열기도 했다.

식목일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 ‘나무 심기(植木)’ 자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배경 역시 기후변화다. 나무는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 나무 1그루는 연간 8kg가량의 탄소를 흡수한다. 1ha의 숲은 연간 10t 이상의 탄소를 없앤다. 자동차 6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이다.


탄소흡수, 목재활용 모두 낮은 국내 나무

나무는 생장→성숙→쇠퇴기를 거치기 때문에 탄소흡수 능력도 ‘전성기’가 있다. 생장기에는 탄소 흡수가 늘다가 쇠퇴기에는 감소한다. 나무가 죽어 분해되면 탄소를 오히려 배출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수종인 참나무 소나무 등은 평균 25년이 지나면 매년 탄소흡수량이 줄어든다. 소나무의 연간 탄소흡수량을 분석해 보면 30년생은 12.1t이지만 60년생은 1.8t에 그친다.

목재(木材)는 탄소를 담는 그릇도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조사 결과 목재는 탄소를 30년가량 저장한다. 목재로 건물을 지으면 탄소배출량이 ㎡당 110∼470kg 감소한다. 선진국들이 목재 이용 활성화에 나선 이유다. 일본은 2021년 기존 목재 관련법을 ‘탈탄소 목재 이용촉진법’으로 개정했다. 프랑스는 공공건물의 최소 50%를 목재로 짓는 법안을 재작년부터 시행 중이다.

한국은 어떨까. 국내 산림 면적(630만 ha)은 전 국토의 63%. 세계 평균(31%)의 2배다. 1960년부터 현재까지 120억 그루가 심어졌다. 그러나 국내 나무 중 77.2%는 30년생 이상이다. 탄소흡수량이 높은 1∼10년생은 4%, 11∼20년생은 3%, 21∼30년생은 11%에 불과하다. 숲 곳곳에는 다닥다닥 붙어 자란 탓에 광합성이 원활치 않아 지름이 평균 30cm에 불과한 나무들이 많다. 연간 벌채되는 산림 면적도 2만 ha 미만으로 전체 산림의 0.3%에 머물다 보니 국내 목재 자급률은 16% 내외다. 일본(42%) 독일(76%)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은 매년 약 7조 원의 목재를 수입하는 세계 4위 목재 수입국이다.

‘심고-쓰고-가꾸는’ 지속가능 선순환 필요

나무를 심는 것 못지않게 적절히 벌채해 밀집도를 낮추고 목재 등으로 활용하는 한편, 탄소 흡수가 뛰어난 새 나무를 심는 선순환이 절실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나무를 베는 행위는 곧 환경 훼손’이란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보니, 우리의 나무와 숲을 어떻게 가꾸고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금기시되는 편이다. 환경단체들 또한 “자칫 난개발로 이어져 산림이 훼손될 수 있다”며 벌채를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를 늦추고 지속가능한 숲 조성을 위해 ‘많이 심기’를 넘어 ‘잘 심고 잘 가꾸고 적절히 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공감대는 이미 커졌다고 본다. 목재는 물론 종이 휴지 등 일상 곳곳에서 나무가 쓰인다. 보존만 외치며 대량으로 목재를 수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국내 숲만 지켜야 할 소중한 자연이고, 다른 나라의 숲은 마구 써도 되는 자원은 아니지 않는가.

김윤종 사회부장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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