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_비욘더게임] ‘한국살이 10년’ 오스마르의 일상, 가족, 그리고 서울 이랜드 FC

김형중 2024. 4. 5. 18: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골닷컴] 현재 K리그 최장수 외국인 선수를 꼽으라면 딱 한 선수가 떠오른다. 한국살이 10년의 오스마르 이바녜즈 바르바. FC서울에서 9년을 보낸 뒤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 이랜드 FC로 이적한 장수 외국인 선수다.

오스마르는 지난 겨울 큰 결단을 내렸다. 오랜 시간 몸담았던 서울을 떠나 해외 이적을 추진했지만 최종 결정은 다시 한국의 서울 이랜드 FC였다. 리그는 달라졌지만 연고지는 서울로 같았다. 팀을 옮겼으니 한국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도 같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같은 서울이라 큰 차이는 없을 것도 같았다.

서울 이랜드 FC는 올 시즌 2승 2패를 거뒀다. 2연승을 거둔 뒤 연이어 패했다. 감독이 바뀌고 선수단도 대거 변화했기 때문에 순조로운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오스마르는 개막전 부산아이파크 원정에서 득점까지 기록했다. 부천FC전에서는 실수를 범하며 패배를 받아들였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실책이었다.

그의 일상과 새 팀에서의 생활이 궁금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그의 하루를 동행하기로 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0일에 진행했다.


#일상 그리고 가족
오스마르는 일찍 출근한다. 경기도 청평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 9시면 도착한다. 여유 있게 출근해 회복을 위한 마사지와 개인 웨이트 훈련을 하며 팀 훈련을 준비한다. 만 36세인 만큼 철저한 몸관리를 해야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는 일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Q. 일찍 출근하려면 잠도 일찍 자야 할 것 같아요.
일찍 자는 편이죠. 보통 애들을 8시에 재우니까 그 전부터 준비를 해요. 8시 이후에는 아내와 둘 만의 시간을 잠시 보내요. 아내가 온라인으로 공부를 하면 저는 침대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같이 TV를 보기도 하는데, 보통 10시 반 정도면 둘 다 이미 졸고 있어요. 침대에서 각자 할 일을 하지만 10시 반이 되면 저는 보통 잠들어요. 아내는 좀 더 깨어 있고 공부를 하거나 하는데 저는 10시 반 전에는 잠이 듭니다.

Q. 가족들은 잘 지내나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사를 하면서 짐을 싸느라 골치가 아프긴 했지만, 아이들도 새 집을 좋아하고, 같은 학교에 그대로 다니고 있어서 크게 다를 게 없네요. 그리고 이사한 동네가 너무 편리해요. 도보 거리에 많은 것들이 있고, 아이들 하교 후에 함께 놀거리도 많고, 대단지라 차가 다니지 않아서 안전하고 다 좋아요.

Q. 아이들이 같은 학교를 다녀서 좋겠네요.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옮겨 다니고, 가족들에게 안정감을 주기가 어려워요. 주변에 가족들을 스페인으로 돌려보낸 선수들도 있었고요. 태국이나 중국이나 계속 옮겨 다니니까요. 개인한테는 좋은 경험이어도 가족들에게는 아니지요. 저는 제가 이렇게 한국에서 10년을 살고,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3년 이상 다니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와 아내 모두에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에게 변화가 생기면 아이들이 얼마나 적응할지, 거기에 얼마의 시간이 들지 장담 못하니까요. 새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 적응하고, 새 규칙을 배우고, 어른인 저희가 봐도 힘든 일이예요.

Q. 팀에서 가장 친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피터요. 피터는 일단 언어적으로 통하니까 가장 가깝다고 느껴요. 그리고 한국인 베테랑 선수들, (김)오규나 (황)태현, 둘 다 영어도 하고 저를 엄청 반겨줘요. 둘 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라 저를 잘 챙겨주고, 플레이에 대한 생각도 자유롭게 나누니까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합니다.


#아이들
클럽하우스에 도착한 오스마르는 일찍 출근한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매일 보는 사이지만 아침에 만나면 반가운 모양이다. 그는 락커룸에서 자신의 자리를 가리키며 ‘사람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고 말하더라’라며 웃어 보였다. 휴게실로 이동한 그는 다리를 풀어주는 기계에 몸을 실었다. 그 옆에 있는 커피 머신에서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시면서 마사지했다.

Q. 매일 이렇게 하나요?
네, 아침에 일찍 오면 좋아요. 제 시간에 오면 개인 운동을 하고 팀 일정을 소화하기 좀 어려워요. 이렇게 일찍 나오면 테라피 하면서 동시에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실 수 있어요. 지금 휴대폰을 두고 왔는데 어떨 땐 게임도 한 10분 정도 해요. 매일 게임을 조금씩 하고 싶은데 집에서는 휴대폰을 안 쓰려고 해요. 아이들이 제가 핸드폰만 잡고 있는 걸 보는 게 싫어서 핸드폰은 멀리 둬요. 아이들에게 TV 많이 보는 것, 아이팟 닌텐도 게임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거든요. 근데 제가 핸드폰만 보고 있으면 “오늘은 TV 볼 만큼 봤어”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훈련이나 주말 경기가 있으면 아무래도 아이들이랑 보낼 시간이 부족해요. 매일 서너 시간 남짓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에 휴대폰을 하고 싶진 않아요.

Q. 아이들이 몇 살이지요?
첫째가 일곱 살, 둘째가 네 살이예요. 태어날 때부터 각종 전자기기를 접한 세대예요. 아예 못 보게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하지만 조절해 줄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항 상 더 보고싶어 하는데, 그걸로 필요 이상으로 실랑이하고 싶진 않고, 때로는 좋은 협상 수단이 되기도 해요. 숙제도 해야 하고, 밥도 잘 먹어야 하고, 청소도 좀 하고 나면 허락해줘요. 저희 나름대로 정한 규칙이고 매일 지키고 있습니다.

Q. 아이들은 축구 좋아하나요?
둘째는 축구교실에 다니는데, 집에서도 공놀이를 즐겨 하는 걸 보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주 1회 가고 학교 친구들도 같이 다니는데, 학원 차량이 픽업도 해주고 다같이 다녀오니 친구들이랑 많이 친해지더라고요.

Q. 아이도 왼발잡이인가요?
네, 그리고 제법 잘 해요. 매주 학원에서 영상을 보내줘요. 아들이 아직 작아요. 사람들이 “네가 크니까 아들도 키가 크겠네”라고들 하는데 아직 요만해요. 한국 아이들이 달리는 법을 익히는 시기가 더 빠른 것 같긴 하지만, 이에 비해 볼컨트롤도 좋고 대처능력이 좋아요. 아직 어려서 서툰 부분도 있지만 몸을 쓸 줄 알고 밸런스가 좋고 슈팅이나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좋습니다. 저는 가르친 게 없고 그냥 뛰어놀게 했는데 테크닉도 좋아요. 아마 운동에 소질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손으로 하는 운동도 잘 해요. 가끔 테니스나 야구를 할 때도 있는데, 네 살 치고는 공을 꽤나 잘 맞히더라고요.

Q. 아이가 축구선수가 되겠다면 찬성할 건가요?
네, 아이가 원한다면요. 제가 축구선수니까 아들도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아요. 축구를 할 때 행복해한다면, 그래도 자기 길은 자기가 정하는 거니까 큰 개입 없이 필요한 조언 정도는 해주고 싶어요. 부모로서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럴 거 같아요.

Q. 제가 만나본 다른 선수들 중에는 운동 선수의 삶이 너무 힘들어서 자식은 같은 길을 걷길 원치 않기도 하더라고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하지만 프로 선수가 되는 것 보다 중요한 건 운동이,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이 좋은 교육 수단이 된다는 거예요. 저만 해도 축구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느끼거든요. 제가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여섯 살 때부터 축구를 배우면서 지는 법, 코치님 말씀에 경청하는 법, 규칙, 우정, 협력하는 법 등을 배웠어요. 테니스를 배우면 이야기가 좀 다를 수도 있지만 축구는 실력이나 수준에 관계없이 많은 가치들을 알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제가 아들이 운동을 통해 배웠으면 하는 것은 협동, 존중 같은 것들이예요. 그리고 기술, 운동 자체의 기술도 있겠지만 동료와 협업하고 상대 선수와 상호간의 존중을 깨지 않고 경기를 해내는 처세술 같은 것도 있죠. 이런 것들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아요. 그런 것들을 해보고 느껴봐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Q. 경험해 볼 필요가 있는 것들이죠.
네, 지는 기분도 알아야 해요. 패배감을 다스리는 건 모든 아이들이 서툴어요. 화가 나기 십상인데, 운동은 “너는 졌지만, 문제없어. 왜 졌는지를 알고 내일 다시 도전해면 돼”라는 것을 알려줘요. 포기하지 않고, 여러 방법으로 다시 시도해 보는 법을 가르쳐주고요. 더 나은 자신이 될 동기를 부여합니다.


#프로선수 그 이후
오스마르는 2007년 스페인 라싱 데 산탄데르 B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 부리람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아시아 무대를 처음 밟았고, 2014년 K리그 FC서울에 둥지를 틀며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17년 간의 프로선수 생활, 장수할 수 있던 비결은 그의 마음가짐에 있었다.

Q. 프로축구 선수가 된 것에 만족하고 후회는 없나요?
전혀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며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잘 모르는데 그 둘은 명백히 별개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할 수 있고, 반대로 잘하지만 흥미와 동기를 못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저는 운이 좋아요. 심지어 그걸 업으로 삼고, 좋은 커리어를 쌓고 있으니 엄청 운이 좋은거지요. 그리고 저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들도 많이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승승장구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도 더러 보다 보니, 운도 어느정도 따라줘야 한다고 느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그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경기 승패에 관계없이, 내가 사랑하는 축구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매일 아침 하루만이라도 더 뛰고 싶다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달릴 겁니다.

Q. 이제 그 여정 이후도 생각은 하나요?
축구는 템포가 빨라요. 보통 사람들이 한 평생을 살면서 이루는 것들을 우리는 운이 좋으면 10년 안에도 이룰 수 있죠. 그래서 모든 게 긴박하게 돌아갑니다. 매일 긴장감을 느끼고, 조급하게 만드는 말을 듣고, 스트레스도 뒤따라요. 모든 것이 짧고 굵게 치고 지나갑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이후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은 선수로 뛰고 있지만 한 사람으로서, 아버지로서 저 스스로를 준비시키기 위해 좋은 책도 많이 읽고 있죠.

#제2의 삶에 대한 준비
오스마르가 몸을 실은 마사지 기계 옆에는 책 한권이 놓여있었다. ‘How to Talk to Anyone’. 오스마르는 다양한 책을 통해 선수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책도 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Q. ‘누구와도 대화를 잘하는 법’이요?
네 소통능력을 키워주는 소소한 팁들이에요. 다른 책들도 많아요. 왜냐하면 지난 2년간, ‘언젠가는 선수 생활이 끝날텐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평생 축구만 했는데 그때가 오면 저는 뭘 해야 할까요? 축구를 좋아하니까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 좋겠지만, 제 인간관계는 축구에만 기반을 두고 있어요. 다른 것은 없죠. 그래서 저는 돈에 대해서도, 재테크에 대해서도 잘 모르니, 물론 아예 무지하지는 않지만, 전문가는 아니니 배울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소통능력을 기를 필요도 있다고 느낍니다. 최소 두 가지 언어는 사용하니까, 축구계에서 일하려면 언어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축구와 관계없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도 필요해요. 서울에서 새 친구를 꽤 사귀었는데, 다 축구쪽 사람은 아니거든요. 여기서는 피터와 친해졌는데, 저와 피터, 피터의 아내는 축구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요. 하지만 일반 회사원이나 다른 직업을 가진 스페인 사람들을 만나면, 그리고 그들이 축구팬도 아닐 때에는,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게 어려워요. 우리는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스페인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만, 뭘 물어봐야 할까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Q.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 같겠네요
네, 그들이 축구를 좋아하면 저야 좋지만,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저는 제 일과 삶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저는 그들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 못하니까요. 그래서 이 책을 골랐고, 집에는 다른 자기계발서도 많아요. 재테크에 대해서는 우리 축구선수들이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지만 은퇴 후의 삶이 기니까요. 그 돈을 가지고 뭘 해야 하는지 잘 알아야 해요. 많은 선수들이 그걸 모르고, 깨달어도 늦은 경우가 많아요. 가끔 인터넷을 보면 은퇴 후 몇 년 만에, 벌었던 돈을 탕진한 선수들 소식이 나와요. 저와 제 아이들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해요. 당장 내일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게 저는 괜찮겠지만, 제 아이들이 그걸 겪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내 복도 있는 것 같아요. 똑똑하고, 숫자에 강하고, 투자, 주식, 부동산 등에 관심이 많아요. 아내는 변호사고, 지금은 통번역 공부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아내가 우리의 재정을 잘 관리해 줄 거라고 믿어요.

Q. 오, 그럼 축구만 열심히 하면 되겠네요.
하하, 네. 저희가 농담삼아 협상했던 내용이기도 해요. 저는 아내에게 늘 제가 평생을, 아시아에서는 12년 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해왔는지 장난스럽게 어필해요. 물론 그녀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요. 그러면서도 “내가 멀어온 돈 다 당신이 관리하고 잘 불려 나가야 해” 라고 말해요. 집에서 놀면서 쓰기만 할 수는 없어요. 그럼 금방 탕진할 거예요. 집에 재테크 관련 책도 많은 이유가, 열심히 모았으니 이제 우리가 이걸로 뭘 해야 할지 배우고 응용하기 위해서에요. 그래서 항상 아내에게 돈 관리를 부탁한다고 말해요. 아내가 저보다 똑똑하니 저는 그저 열심히 벌고 아내가 그걸 관리하는 동안 다음 할 일을 준비하면서 또 조금 쉬고, 그런 모종의 거래를 했죠.


#서울 이랜드 FC
개인 웨이트 훈련을 마친 오스마르는 팀 훈련이 있는 피치로 향했다. 약 1시간 반 정도의 팀 훈련은 강도 높게 진행되었다. 김도균 감독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렸고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맞춰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수비의 핵심은 역시 오스마르였다. 그는 주변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호흡을 맞췄다. 공격에 가담했을 경우 어떠한 형태로 운영할지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춘 훈련이 진행되었다.

훈련이 끝나자 오스마르는 피터와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그러는 사이 조성래 코치가 다가왔다. 그리고 “오스마르는 정말 프로페셔널하다. 많은 선수들의 본보기가 된다”라고 말했다. 코칭 스태프도 인정하는 모범적인 베테랑 선수였다.

Q. 오늘 훈련 어땠나요?
즐거웠습니다. 시즌 개막 이후 두 경기 정도 승리를 거뒀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을 씻을 수 없었어요. 가끔 훈련 중에 “아 뭐가 잘 안 풀리네”라고 생각도 했었죠. 아직 서로를 알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팀에는 베테랑 선수들도 있고, 어린 선수들도 있어요. 그래서 항상 모든 세대가 잘 어우러지도록 노력하는데, 오늘은 솔직히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조금 더 서로가 끈끈해졌고, 작은 디테일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작지만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 늘 동료 선수들에게 이야기해왔어요. 그래서 오늘 연습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Q. 피터와 꽤 오랜 시간 이야기 하던데요?
솔직히 평소에 대화를 엄청 많이 해요. 저는 동료 선수들과 대화나는 것을 좋아해요. 항상 한두 명 정도에게 다가가서 팁을 전수해 주곤 하죠. 말씀드렸듯 피터와 가장 친하고, 오늘 훈련에서 몇 가지 변화를 줘봤기 때문에,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면에서 오늘 느낀 점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피터가 저에게 “이건 어떻게 생각해? 이런 건 괜찮아? 내가 좀 바꿨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라고 물어보는데, 저를 신뢰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한국 문화에 좀 더 익숙하니까, 경기 외적으로도 사람들과 어떻게 더 잘 지내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 늘 물어봐요.

Q. 서울 이랜드 FC가 올 시즌 순조로운 출발을 했습니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대 목표는 1부 승격입니다. 지금의 선수단 멤버가 팀 창단 이래 10년 중 가장 좋다고 하더라고요. 1부 리그 출신 선수와 코치가 대거 투입되어 있으니 이번 시즌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한테는 2부 리그에 안주한 채로 시즌을 끝내면 안 된다는 동기 부여가 되고 있어요. 팀 차원에서도 업적을 달성하고 변화를 꾀할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팀 분위기에 걸맞은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10년 간 팀을 응원해 온 팬들께 하고싶은 말이 있나요?
이미 팬들을 만나 뵈었어요. 팀과 매우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고, 원정 경기도 꼬박꼬박 보러 와주세요. 우리도 엄연한 서울 팀이고, 1부 리그에 제2의 서울 구단이 생겨서 경쟁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서울은 두 개의 팀이 뛰어도 될 만큼 큰 도시니까요. 팬들에게도, 팀에게도 그런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팀의 발전을 기원하고 있으니까요. 변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팬분들께 늘 감사합니다. 늘 저희를 응원해 주세요. 제가 입단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 걱정되었는데, 어떠한 부정적인 피드백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큰 따뜻함을 느꼈고, 조금 더 선수로서 뛸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Q. 이번 주말 코리아컵에서 이긴다면 어떨 거 같아요?
(*인터뷰는 20일 진행되었고, 서울 이랜드 FC는 23일 대전코레일을 꺾고 코리아컵 3라운드에 진출했다.)
운명적인 순간이겠네요. 일단 첫 경기에서 승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느라 에너지를 쓰고 싶지는 않아요. 충분히 좋은 팀이지만, 늘 코리아컵에서 고전하는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승리하면 다음 단계를 생각하게 되는 촉진제가 될 것 같네요. 그렇게 되면 매우 특별한 경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코리아컵 3라운드에 진출한 서울 이랜드 FC는 K리그1의 FC서울을 만나게 되었다. 오스마르가 9년 간 몸담았던 팀으로 오스마르 더비가 성사된 것이다. 언제나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던 오스마르가 서울 이랜드 FC 유니폼을 입고 FC서울을 상대하는 모습은 매우 어색할 것 같지만, 이는 K리그 역사상 가장 큰 스토리 중 하나가 될 것이 확실하다.

*비욘더게임은 경기 이상의 스토리를 전합니다.

인터뷰, 글 = 김형중
사진 = 골닷컴, 한국프로축구연맹

Copyright © 골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