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아랍어 쓰지 않고 살아남기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4. 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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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시내 전경 <출처:두바이관광청>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18]

아랍에미리트(UAE)의 언어는 그 나라 이름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아랍어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에서 실제로 살다보면 아랍어보다는 영어가 더 많이 들릴 것이다. 이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아랍어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공용어인 영어가 역할을 대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필리핀 등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 제3세계 국가 출신이고, 아랍에미리트의 정부기관이나 각 기업에서 활동하는 유럽계와 미국 출신의 외국인들 역시 아랍어가 아닌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필자의 경우에도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도록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살고 있지만 아랍어를 쓸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99.999% 확률로 영어만 쓰고 살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영어가 더 많이 쓰이는 나라

때문에 아랍에미리트에 오면 사실상 영어가 주류고 아랍어가 보조 언어인듯한 느낌마저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영어 공용 국가나 마찬가지이며 외국인은 아랍어를 전혀 몰라도 영어로 생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거의 모든 표지판이 아랍어와 영어로 병기되어 있으며, 광고판과 식당의 간판 역시 거의 영어로 쓰여 있다.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들리는 언어 역시 아랍어보다는 영어가 많이 들리고, 대학교 강의 중에도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가 많다.

오히려 아랍에미리트 현지인이 영어를 잘 못하면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서비스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이 필리핀이나 인도 출신인 만큼, 식당에서 음식 주문 같은 간단한 일조차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부분의 베이비시터가 필리핀 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영어를 모르는 경우 아이의 교육이나 건강 관리에 있어 중요한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랍에미리트의 많은 현지인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한다. 특히 젊은층을 위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이들 중에는 영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어릴 때부터 해외 유학을 다녀오거나 아랍에미리트 내의 국제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결과다.

두바이몰에서 여성들이 쇼핑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두바이관광청>
미국영어보다는 영국영어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미국식 영어보다는 영국식 영어가 주로 선호된다. 이는 아랍에미리트가 1970년대 초반까지 영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아직 영국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 왕가 통치자들은 주로 미국보다는 영국으로 어린시절에 유학을 떠나 그곳의 사립학교와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영국 명문대를 졸업한 케이스가 많다. 예컨대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의 경우는 어릴때 영국으로 건너가 사관학교를 졸업하면서 군사와 행정을 공부했다. 아들인 왕세자 함단 알막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영국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와 런던 정경대를 졸업했다.

그래서 그런지 시내 곳곳에서 영국식 영어의 흔적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에서 가장 큰 쇼핑몰 브랜드 중 하나인 시티센터(city centre)는 철자를 쓸 때 미국식 영어인 ‘center’가 아닌 영국식 영어인 ‘centre’를 따르고 있다. 또한 운전면허증 같은 라이센스에도 미국식 영어인 ‘License’ 대신 영국식 영어인 ‘Lisence’로 표기하고 있다. 소소한 차이지만 알아두면 재미있는 문화다.

두바이 다운타운 거리를 한 남녀가 걷고 있다 <출처: 두바이 관광청>
아랍어의 중요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랍에리미트에서 아랍어를 잘 구사할 수 있다면 매우 유리하다. 한국사람도 외국인이 영어보다는 서툰 한국어로 말을 걸면 더 좋아하듯이 아랍에미리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서로 여는데 있어 현지언어로 소통하는 것보다 좋은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은 대개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외국인이 아랍어를 쓰면서 인사하려고 하면 매우 고마워한다. 보통 “살람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고 인사하면, “와 알라이쿰 앗살람”(당신 또한 평화가 깃들기를)”이라고 처음 인삿말을 건넨다. 이 인사말은 전화나 이메일에서뿐 아니라 얼굴을 맞대고 인사할 때도 사용한다.

여기에 아랍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아랍에미리트 뿐 아니라 아랍권 전체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될 것이다. 아랍어 사용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3억 명이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 중 하나이다. 또한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와 함께 유엔의 공식 언어 중 하나이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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