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간다는 한달살기 유행으로 퍼지기엔 산넘어 산

손고은 기자 2024. 4. 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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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 해외여행 시장에서는 한 도시, 한 국가에서 오래 머무르는 '한 달 살기' 형태의 장기 여행이 유행처럼 번졌다. 한 달 살기가 부담스러운 여행객들은 아쉬운 대로 '반 달 살기'로 타협하기도 했다. 장기 체류 목적지로 인기를 얻은 지역도 제주부터 아시아, 미주‧유럽 장거리까지 다양했다. 이 같은 한 달 살기 열풍에 당시 고급 호텔들도 장기 체류(롱스테이)에 적합한 패키지를 앞 다투어 선보였고, 몇몇 여행사들도 전문성을 더한 한 달 살기 패키지 상품을 전략화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요즘은 어떨까? 롱스테이 여행의 시장성을 살펴봤다.

●한 달 살기보다 반 달 살기 인기?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매주 성인 500명을 대상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발간한 월간 국내‧외 여행 동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 간 경험한 해외여행지는 아시아에 82.3%가 쏠렸고 그중에서 일본(35.1%)과 베트남(15.6%)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평균 체류일은 6.64일로 집계됐다. 2019년 평균 체류일수 5.3일보다 1.34일 증가한 수준이다.

컨슈머인사이트가 2023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매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이 가장 선호한 여행 기간은 5박6일~15박 미만으로 조사됐다 / 컨슈머인사이트 

체류일을 좀 더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2박3일 이하의 단기 여행 비중은 지난해 9월 12%에서 올해 2월 8.9%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3박4일의 비중은 20.8%에서 26.6%로 늘었다. 5박6일~15일 미만의 중장기 여행은 지난해 9월 30.9%에서 11월 39.8%로 크게 증가했다가 올해 2월 35.8% 수준으로 한풀 꺾였지만 평균 30% 이상으로 전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 평균 비중(27.78%)보다도 더 많았다.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체류 일수라고 볼 수 있다.

15박 이상의 장기 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들쭉날쭉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5박 이상 체류한 비중은 평균 6.18%로 많게는 10.5%, 적게는 3.7%까지 격차가 컸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는 하향 곡선을 나타냈다. 다만 2019년 15박 이상이 차지했던 4.14%보다는 늘어났다.

일주일 이상 제주 롱스테이 여행객들은 오션뷰 숙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제주 풍경 / 여행신문 CB 

국내 여행의 경우 단기 임대 숙소 예약 플랫폼 리브애니웨어의 데이터를 살펴봤다. 리브애니웨어는 일주일 이상 예약 가능한 임대 숙소를 모은 플랫폼으로 국내 숙소를 중심으로 2020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해 최근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도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리브애니웨어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장기 체류 여행으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제주, 강원 바닷가 지역으로 오션뷰의 독채를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제주 지역을 기준으로 평균 체류일수는 15.5박, 평균 객단가는 110만원대로 2인 투숙(35%)과 아동 동반 투숙(31%)의 비중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깝고, 저렴한 곳으로 타협

최근 일주일 이상 롱스테이 인기 여행지는 아시아에 쏠린 편이다. 여행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도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한 달 살기 여행지로 인기를 모았던 태국 치앙마이를 비롯해 베트남(다낭, 나트랑), 인도네시아 발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이다. 다만 2019년까지만 해도 캐나다 밴쿠버, 체코 프라하, 미국 하와이‧뉴욕 등 미주와 유럽 장거리 목적지에도 한 달 살기와 같은 롱스테이 수요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썰렁한 분위기다. 한 유럽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내국인 출국자수가 일본, 베트남 등으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회복세를 나타낸 반면 유럽 대부분의 지역은 아직 70~80% 수준으로 방문객수의 회복률 자체도 낮다"며 "고물가, 고금리 등에 따라 일상 속 경제적 부담이 커진 데다 코로나19 이후로 유럽 내 물가도 크게 오르면서 장거리 지역의 롱스테이 수요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롱스테이 여행지로 아기자기한 치앙마이의 인기는 여전하다 / 여행신문 CB

한 달 이상 장기 체류보다 일주일에서 2주 사이 중장기 여행 시장이 아시아지역으로 커지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비교적 저렴한 경비로 장기 체류 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사뭇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 달 살기 여행은 2010년대 중반 욜로(YOLO,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와 같은 소비 트렌드가 인기를 끌면서 퇴사 후 한 달 이상 장기 여행을 떠나는 분위기가 상당했다"면서 "지금도 장기 여행에 대한 로망은 크지만 경기 침체로 불안정한 일자리, 고물가 부담 등이 크기 때문에 일주일에서 2주 이내의 현실적인 기간으로 타협하는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롱스테이 여행에 여행사가 설 자리는 없다?

한편 여행사들은 롱스테이 여행 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2019년 한 달 살기의 열풍 속 당시 몇몇 여행사에서 치앙마이, 밴쿠버, 하와이 등 일부 지역에서 '반 달 살기'부터 '한 달 살기'까지 상품화를 시도한 적은 있지만 그다지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원하는 일정이나 숙소 등이 제각각이라 여행사에서 상품화하기에 한계가 컸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여행사들은 '일주일 길게 머무르기', '반 달 살기' 등 일정을 한 달보다 다소 줄인 상품을 일부 지역에서 조금씩 실험적으로 선보이며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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