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몰아치는데…식당 문열고 택시·기차 정상운영한 비결은 [대만 지진르포]
60도 기울어진 톈왕싱(天王星) 빌딩 등
3일 지진으로 무너진 빌딩 철거작업 한창
식당 정상영업…주민들 평온하고 차분한 일상
화롄은 대만 동부해안에 있다. 수도인 타이베이에서 출발해 2시간 반 남짓 달렸으니,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강릉을 거쳐 동해안 태백으로 간 셈이다. 화롄으로 가는 교통로는 도로와 철도, 항공이 있는데 도로는 대부분 산비탈에 위치해 통제구역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곳곳에 토사가 무너져내려 도로가 막힌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지휘하는 공무원이나 잔해 철거반 등은 모두 친절했고, 근처 마을의 식당들도 평소처럼 영업하고 있었다.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린이전 씨는 “정부의 방재정책으로 건물의 지진안정성에 대한 사전 조사와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졌고, 시민들이 사전에 대피 매뉴얼을 숙지한 덕분에 피해가 적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웃 장주야 씨도 “이런 큰 흔들림은 처음이었는데 25년전 대지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적었고, 지금은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식당 주인과 택시 기사들은 “5일 칭밍제(淸明節) 연휴 직전 지진이 나는 바람에 성수기 수입이 끊기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인명피해 2400여 명 vs 12명 극과극
당시 사람들은 극도로 혼란스러워했고 치안불안까지 겹쳐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웠고, 구급차가 수시로 드나들었으며 곳곳에 임시 주택(수용소)이 지어졌었다.
대만에서 여러 지진을 경험했지만 이번 지진은 그 강도에 비해 피해가 적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더욱 발전한 것 같은 시민의식이다. 도시 안에 같이 주둔하고 있는 대만의 국방력과 경찰 및 관공서 공무원의 행정력도 한몫 했지만, 주민들의 안전의식과 자발적 지원은 놀라울 정도다. 정부의 방재 능력도 과학적으로 진화했고, 자유로운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전해지면서 정치의 민주화와 행정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만 중앙기상서(기상청)에 따르면 5일 오전 10시 10분까지 진앙 인근 화롄현을 중심으로 500차례 여진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진동을 현저하게 느낄 수 있는 여진은 119회에 달했다.
앞서 대만 중앙재해대응센터도 전날 오후 8시 기준 총 400여 차례의 여진이 있었다면서 대다수가 규모 4∼5였지만 규모 5∼6(16회)이나 6∼7(2회)의 강한 여진도 있었다고 밝혔다.
첨단 공정상 잠깐 멈춰도 타격 불가피
그러나 이미 반나절에서 하루의 중단 기간이 있었고, 섬세하고 복잡한 첨단장비 등을 복구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대만 반도체의 생산과 공급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등 경쟁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고, 당분간 반도체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도 타당할 것이다.
TSMC 전 엔지니어 린본지엔(林本堅)은 TSMC는 물과 전력 등 관련 FAB 시설을 연구할 뿐 아니라 지진에 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고 했다. 그는 창업자 모리스 장도 지진을 걱정했지만 상대적으로 싼 전문 고급인력과 정부의 지원 및 관련 업종의 산업직접화가 TSMC가 대만에 안착하는 주원인이 되었다고 했다.
대만 지진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일은 전세계 공급망과 관련 업계 및 기업의 전략과 관련된 일로 대만에서도 경제와 주가에 민감함 반응을 하기에 누구도 실명으로 정확한 예측이나 분석을 하지 않고 TSMC 자체와 관방 보도에 의존한다.
익명으로 대만 연합보와 인터뷰한 반도체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지진이 가장 위험한 지역은 웨이퍼 공장 내 ‘옐로우(황색) 라인 구역’이라고 한다. 이번 강진으로 TSMC 웨이퍼 공장 내 옐로우 라인 구역 전체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설비 내 용광로 튜브와 장비들도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진 당시 생산라인에 있던 웨이퍼도 영향을 받아 모두 폐기하고 다시 작업해야 하며, 첨단 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도 정밀 설계돼 있기에 유지보수를 위해 생산라인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진은 생산라인 복구뿐만 아니라 웨이퍼 공장의 생산 및 생산량에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에서는 3일 여러 공장의 발언으로 볼 때 각 공장에서 웨이퍼 파운드리 영향을 파악하는 데 4~5일 정도 소요될 것이며, 각 주요 공장에서도 긴급히 교대 엔지니어를 추가 파견해 생산라인 복구에 매진할 것으로 본다. 업계의 월간 매출 추산을 따져보면 대만 7개 주요 웨이퍼 공장은 어제 발생한 강력한 지진 이후 생산 라인에서 웨이퍼 가치가 대만 달러 100억 위안(약 4200억원) 이상 손실됐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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