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고현정·이나영 최고의 순간 항상 찾죠”…45년간 셀럽 옷 만든 ‘이 사람’

김효혜 기자(doubleh@mk.co.kr) 2024. 4. 5. 14: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100% 생산 40년 넘게 유지
패션산업 활성화 기여해 대통령표창
함께 손발 맞춘 기능인들 예순 넘어
재봉재단 장인들 대 끊길까 우려돼
오랜 창작 동력은 ‘호기심과 상상력’
‘옷 잘 만드는 여자’로 기억되길 바라
지춘희 디자이너가 서울 성수동 ‘미스지 컬렉션’ 사무실에서 이번 2024 가을겨울(FW) 시즌 콜렉션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환기자]
심은하, 김희애, 고현정, 이나영, 이보영… 셀 수 없이 많은 톱 여배우들에게 사랑받은 패션 디자이너 지춘희.

그는 지난 1979년 명동 한복판에 ‘미스지 콜렉션’을 론칭한 이후 40년 넘게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1세대 여성복 디자이너다.

지춘희 디자이너(이하 지 디자이너)는 ‘여성은 여성스러울 때 가장 아름답다’는 컨셉에 기반해 여성들에게 연령에 상관없이 보다 여성스러운 선을 드러낼 수 있는 스타일을 제시해 왔다.

주로 페미닌한 실루엣과 세심한 테일러링을 활용해 여성의 섬세함과 강인함을 모던하게 표현한다. 현재 청담동 단독 매장과 신세계 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에 7개 매장을 갖고 있다.

5일 매일경제는 지난 달 2024 F/W 시즌 패션쇼를 마친 지춘희 디자이너를 서울 성수동에 있는 그의 작업 공간에서 만났다. 트레이드 마크인 단발머리에 미스지 콜렉션의 베이지색 자켓을 걸친 그는 디자이너로서의 카리스마와 소녀같은 순수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지난달 20일 운현궁에서 열린 지춘희 디자이너의 2024 가을겨울(FW) ‘미스지 콜렉션’ 패션쇼 모습.
지춘희의 콜렉션은 늘 장인 정신이 돋보인다. 지난달 20일 운현궁에서 ‘새벽 숲(Misty Forest)’라는 주제로 펼쳐진 그의 새 렉션도 마찬가지. 특히 안개 낀 겨울 새벽 숲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수채화 같은 느낌으로 담아내 극찬을 받았는데, 전부 프린팅이 아니라 수차례 염색을 거쳐 만든 결과물이다.

지 디자이너는 모든 옷을 자체 공장에서 생산한다. 40년 넘게 손발을 맞춰 온 ‘지춘희 팀’은 재봉·재단·염색 등 분야별 장인들로, 한땀한땀 정성을 들여 옷을 제작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 옷을 100% 생산하며 대한민국 패션 산업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작년 말 ‘2023 대한민국 패션대상’에서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 디자이너는 “국내 최고 실력의 재봉·재단 장인들과 오랫동안 한 팀으로 일을 해오며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늙어가고 있다”면서 “그런데 그분들 나이가 거의 다 예순이 넘었다. 이제 대가 끊기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또 “재봉·재단 기능인들에 대한 처우는 과거에 비해 나아졌지만, 젊은이들이 기능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어 일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며 “해외 명품 브랜드는 거의 공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데 한국은 일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공장 운영이 갈수록 녹록치 않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산업 구조가 바뀌어 해외 생산이 대세가 됐지만 기술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다는 것. 옷 만드는 일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패션업계에서도 관련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춘희 디자이너가 서울 성수동 ‘미스지 콜렉션’ 사무실에서 부자재들을 살펴 보고 있다. [이승환기자]
지 디자이너는 “국내 실력있는 기능인들은 어느 나라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장인들”이라며 “그들을 대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행을 무척 좋아하지만 한국이 제일 좋아 최근 몇 년 간 해외 여행을 나가지 않았다는 그는 “이제 어딜가도 한국만 못해 나갈 필요를 못느낀다”면서 “패션도 그렇다. 한국 젊은 디자이너들이 무척 잘하고 있어 앞으로 K패션의 글로벌 부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위해선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나 기업, 협회 등이 재능 있는 사람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 디자이너는 “1명이 5000만원으로 쇼를 해야 하는 것을, 10명에게 500만원씩 나눠주고 있는데, 그런 지원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가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디자인을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지 디자이너는 그 동력으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꼽았다.

그는 “이것도 궁금하고 저것도 궁금하고 해보고 싶은 일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면서 “어떤 장면에 무슨 옷을 입으면 가장 예쁠까를 상상하며 디자인한다”소녀처럼 웃었다. 실제 톱스타들도 시상식과 결혼식 등 가장 아름다워야 할 순간을 위해 지 디자이너를 찾는다.

앞으로도 하던대로 계속, 할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고 싶다는 그는 “여자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입으면 자신감이 생기지 않나. 그런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옷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지춘희’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길 원하냐고 물었다. 어려운 듯 한참만에 나온 대답은 “옷 잘 만드는 여자”였다. 그는 “그런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외의 것은 상관없다. 옷 하는 사람이 그거 하나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