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고성·속초 산불 5년, 상흔 아직까지도
“지금처럼 바람이 잔잔했으면 좋겠어요”
식목일을 맞은 4월 5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삼불감시초소에서 근무하는 한 산불감시원이 기자에게 걱정스러운 말을 남겼다. 강원 고성과 속초 일대 곳곳에 설치된 초소에서 산불감시원들이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근무를 서고 있었다.
속초시 노학동 19번 초소에서 만난 감시원은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보초를 서고 있었다. “아직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지 않지만,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면서 “제발 올해는 지금처럼 잔잔한 바람과 함께 산불 없이 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년 봄철이면 강원도는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소형 태풍급 바람인 양간지풍(양강지풍)과 고온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 위험성이 높다. 특히 선거가 치러지는 짝수 해에 유난히 큰 산불이 자주 발생하면서 강원도에서는 ‘짝수 해 산불 징크스’가 생겨날 정도다.
15대 총선이 치러진 지난 1996년 고성 죽왕리에서 큰 산불이 났고, 2만여 헥타르(㏊)가 잿더미로 변한 산불은 2000년 4월 16대 총선이 열린 해에 발생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짝수 해가 아니더라도 매년 봄철 산불에 대한 걱정이 크다. 지난 2019년 4월 4일 고성군 토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속초 시내 방향과 강릉으로 크게 번져 축구장 보통 면적(0.714㏊/1개 추구장) 1,700개에 달하는 1260헥타르(ha)의 국토가 잿더미로 변했다. 화재 당일 강원도에서 순간 최대 풍속이 35.6m/s에 달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산불로 주민 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 총 1,309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건의를 받아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2019년 고성 산불 발생 당시 피해가 컸던 토성면 일대를 찾아가 봤다. 산불 피해 이후 민둥산에 심어진 푸릇한 묘목이 아이 키만큼 자라고 있었다. 전소된 주택을 허물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주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당시 산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성천리의 한 야산에 오르자 임도 양옆으로 불에 타 죽은 나무들이 갈라지거나,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토성면의 또 다른 야산에는 나무를 새로 심기 위해 베어낸 불에 탄 흑색 나무들이 곳곳에 쌓여 있었다. 그 옆으로 죽은 나무가 앙상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군데군데 진달래가 피어났지만, 일대 산림이 대부분 흑색 빛깔을 띠고 있었다. 강원도 산불 상흔은 5년이 지났지만, 지워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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