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대란' 발등에 불 떨어진 줄도 모르는 한국 언론

윤수현 기자 2024. 4. 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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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언론사 온라인 광고수익 30~50% 하락 전망
해외언론, 수년 전부터 독자 데이터 활용·맥락광고 등 대안 마련
포털 의존 높은 한국 언론, 매출 하락 대비책 없어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사진=Pixabay.

구글의 서드파티 쿠키(제3자 쿠키) 지원 중단 시점이 반년이 채 남지 않았다. 구글은 9월부터 쿠키 지원을 중단하는데, 맞춤형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언론사들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해외 언론은 자사 독자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맞춤형 광고를 도입하고, 기사 카테고리를 활용한 맥락광고 전략을 짜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 언론은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쿠키는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 데이터를 말한다. 일종의 '온라인 발자국'이다. 광고업체는 웹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해왔다. 온라인에서 '커피'를 검색하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커피 관련 광고를 볼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문제는 구글이 오는 9월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외부 업체가 수집하는 데이터인 서드파티 쿠키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데이터 수집에 제동이 걸린다.

한국 언론, 30~50% 온라인 매출 하락 전망

언론사 홈페이지 광고는 기업 배너광고와 네트워크 광고로 구분할 수 있다. 기업 배너광고는 기업·정부·공공기관이 언론사에 광고비를 지급하고, 고정 광고를 노출하는 것을 말한다. 네트워크 광고는 광고주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이용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이용자의 검색 기록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를 하거나 무작위로 노출한다.

네트워크 광고 의존도가 높은 언론 입장에서 구글의 쿠키 지원 중단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맞춤형 광고가 일반 광고보다 단가가 높은데 쿠키 지원이 중단된다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맞춤형 광고가 아닌 일반 광고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디지털마케팅기업 넥스트페이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맞춤형 광고 단가는 일반 광고 단가 대비 1.8배 수준이었다. 윤정희 넥스트페이퍼 이사는 “(쿠키 지원이 중단되면 언론사의) 네트워크 광고 수익이 30~5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2019년 구글이 상위 500개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쿠키 지원이 중단되면 광고 수익이 52% 정도 떨어졌다. 뉴스매체의 경우 매출 하락률은 62%에 달했다. 신원수 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은 지난 1월 한 토론회에서 “문제는 신문사 등 맞춤형 광고를 하는 매체들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온라인 디스플레이 광고시장 규모는 4조2000억 원인데, 신 부회장은 이 중 상당수의 광고가 쿠키 지원 중단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기업 배너광고와 네트워크 광고. 사진=미디어오늘 홈페이지 갈무리.

언론사 대책 없다...“중소규모 언론사 수익 줄어들 것”

올해 하반기부터 온라인 광고 매출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언론의 대비책은 충분하지 않다. 수익원이 다양하지 않은 중소 인터넷 언론사는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쿠키 지원 중단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큰 규모의 언론사보다는 네트워크 광고 의존도가 높은 중소규모 언론사의 수익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중소규모 언론사는 광고 전담 부서나 인력을 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광고 비즈니스는 더욱 힘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언론학자 A씨는 “(9월이 되면) 맞춤형 광고가 다 멈추고, 광고 모델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며 “한국 언론이 광고를 주먹구구식으로 해온 문제가 있다. 처음 쿠키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언론사 중 긴장한 곳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수년 전부터 '쿠키 중단' 대비책 세운 해외언론

반면 해외 미디어는 전부터 쿠키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왔다. 2018년 발효된 GDPR(유럽의 새로운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다. EU는 웹사이트가 쿠키를 수집할 경우 이용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영국 가디언이 자사 독자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는 쿠키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다. 영국 광고회사 나노인터랙티브가 지난해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은 쿠키 제공에 동의하지 않거나 정기적으로 쿠키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쿠키 없는 세상'에 대비하기 위해 맥락광고 상품인 가디언라이트를 출시했다. 독자가 테크 기사를 읽으면 삼성·소니 광고를 노출하고, 스포츠 기사를 읽으면 스포츠 관련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이용자 데이터 수집을 하지 않는 맞춤형 광고를 선보였다. 데일리미러·데일리레코드 등 120개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는 영국 미디어그룹 리치 역시 가디언과 같은 맥락 광고 전략을 수립했다.

퍼스트 파티 데이터(언론사가 이용자에게 직접 수집하는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독자 데이터를 직접 확보한다면 쿠키 없이도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치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독자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리치의 자사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수익은 전체 디지털 광고 수익의 41%를 차지했다. 이는 4년 전보다 17%p 증가한 수치다.

미국 마케팅 회사 액시엄의 개인정보 책임자 알렉스 헤이젤(Alex Hazell)은 2022년 4월 영국 미디어전문지 프레스가제트와 인터뷰에서 “애플, 구글, 메타에 전적으로 의존해선 안 된다.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픽=안혜나 기자.

해외언론 대비책 따라하기도 힘든 한국 언론

하지만 해외 대응책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우선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 문제가 있다. 자체 CMS를 가지고 있는 언론사는 광고회사에 데이터를 제공해 맥락광고를 시도할 수 있으나, 대부분 언론사는 ND소프트 등 외주업체에 CMS 운영·관리를 맡기고 있다. 윤정희 이사는 “맥락광고를 국내에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CMS 업체가 광고회사에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줘야 하는데, 협조해줄지 미지수”라고 했다.

그간 한국 언론은 독자 데이터 수집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포털을 중심으로 한 뉴스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로그인 독자를 모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중앙일보·조선일보·한국경제 등이 최근 로그인월(일정 개수 이상의 기사를 보거나 회원 전용 콘텐츠를 볼 경우 로그인해야 하는 정책)을 도입해 독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대다수 온라인 언론사는 이런 시도를 못하고 있다.

A씨는 “한국 언론은 포털이 자신들의 광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향후 포털에서 뉴스콘텐츠가 사라지고,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광고 전략이 중요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김위근 책임자는 “쿠키 지원 중단에 대한 충격이 해외 언론사보다 상대적으로 덜 한 것은 한국 언론이 이조차 비즈니스나 이용자 유치 전략으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우리 언론사의 디지털 전략 부재 사례가 또 하나 늘어났다. 일정 부분 언론사로 돌아갔던 광고 수익마저 거대 빅테크 기업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쿠키 지원 중단에 대한 영향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구글의 광고상품 가운데 이용자 데이터를 직접적으로 수집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이용자를 식별해 중복 노출을 막을 수 있는 리스트릭티드 광고(제한된 광고)의 단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쿠키 지원이 중단돼도 리스트릭티드 데이터가 빈자리를 일정 부분 채울 수 있다.윤정희 이사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리스트릭티드 광고 단가는 맞춤형 광고의 40%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4분기 64% 수준까지 올랐다. 윤 이사는 “현재 추세라면 리스트릭티드 광고 단가가 맞춤형 광고의 80%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며 “언론사 수익 하락도 어느정도 방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구글은 쿠키 지원 중단에 대한 매출 하락에 대비해 프로텍티드 오디언스 API(Protected Audience API)와 토픽 API(Topics API)라는 대비책을 마련했다. 이용자가 이전에 방문한 사이트 기록을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온라인광고 플랫폼 트레이드데스크의 스튜 콜먼(Stu Colman)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레스가제트와 인터뷰에서 프로텍티드 오디언스 API와 토픽 API를 활용하더라도 광고 매출이 30%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용어설명]
△쿠키 : 이용자가 웹사이트 접속시 저장되는 정보 △퍼스트파티 쿠키 : 웹사이트에서 직접 수집하는 이용자 정보 △서드파티 쿠키 : 다른 웹사이트에서 수집된 이용자 정보. 통상 애드테크 기업이 웹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서드파티 쿠키를 수집하며, 이를 통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네트워크 광고 : 광고주가 정해지지 않은 온라인 배너광고. 이용자에 따라 여러 광고가 노출된다 △맞춤형 광고 : 쿠키를 활용해 이용자 특성에 맞는 네트워크 광고를 노출하는 광고기법 △리스트릭티드 데이터 : 면밀한 이용자 정보는 없으나 식별 값이 있는 데이터. 이를 통해 중복광고를 막을 수 있다 △CMS : 콘텐츠 관리 시스템. 언론사 홈페이지 등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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