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모살이로 모은 전 재산 기부 할머니, 두 달만 세상 떠나…무연고 장례

부산 북구청, 故 권옥선 할머니 무연고 공영장례 치러
지난 2월 평생 모은 전 재산 5천만 원 불우이웃에 기부
이후 요양병원 입소…코로나로 건강 악화돼 지난 1일 작고
가족 연락 닿지 않아 무연고 사망…북구청장도 조문

부산에서 평생 식모살이를 하며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80대 할머니가 그 후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난 가운데, 가족이 인계를 거부하면서 무연고 장례가 치러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부산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 1일 만덕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故 권옥선(86)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권 할머니는 지난 2월 젊은 시절부터 식모살이를 하며 모은 전 재산 5천만 원을 저소득층 학생 등 불우이웃에게 기부했다.

그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 한 과거를 생각하며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지는 아이가 없도록 어려운 가정의 학생에게 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이었던 할머니는 기부 후 급격히 쇠약해져 지난 2월 요양병원에 입소했고,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호흡곤란과 심부전을 겪던 할머니는 지난 1일 결국 홀로 세상을 떠났다.

구가 휴대전화 연락처를 통해 가족과 지인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거나 시신 인계를 거부해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됐다. 권 할머니는 오래 전부터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혼자 생활해 왔다.

구는 관내 장례식장에서 공영장례 방식으로 할머니의 빈소를 차렸고, 오태원 북구청장과 북구 직원들이 연이어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오 구청장은 "어르신께 깊은 애도와 함께 생전에 보여주신 조건 없는 이웃 사랑과 실천에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물질적 소유보다 더 큰 가치를 몸소 보여주신 크나큰 사랑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과 따뜻한 불씨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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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정혜린 기자 rinpor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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