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 인구 전환점이 온다

곽노필 기자 2024. 4. 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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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합계출산율 하락 속도 예상보다 빨라
6년후 인구 유지선 아래로 떨어질 듯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함에 따라 이르면 2030년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dele Morris/Unsplash

장기적인 인구 흐름을 예측하는 데 주요하게 이용하는 지표로 합계출산율이 있다. 여성이 가임기(15~49살)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말이다.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그래서 이를 대체출산율이라고도 부른다. 합계출산율이 이보다 높으면 인구가 증가하고, 낮으면 감소한다.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은 2023년 말 현재 0.72명으로 인구 유지 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시간이 갈수록 급격한 인구 감소를 예고하는 수치다.

현재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인구 대체 수준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각 나라의 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함에 따라 2030년에는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20세기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온 세계 인구의 흐름이 바뀌는 전환점이 불과 6년 후로 다가왔다는 걸 뜻한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1950~2021년 전 세계 204개국 인구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2.23명인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이 2030년부터 인구 유지 수준(2.1명)을 밑돌기 시작해 2050년 1.83명, 2100년 1.59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고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한국, 세기말까지 합계출산율 1명 미만 전망

이번 예측은 유엔인구국이 2022년 인구보고서에서 제시한 2056년, 올해 초 오스트리아의 비트겐슈타인센터가 예측한 2040년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연구진은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에 맞춰 적절한 교육과 피임 정책을 시행하고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합계출산율은 2050년 1.65, 2100년 1.62명으로 인구 대체 수준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이번 예측을 위해 기존의 학력, 피임약 접근성 외에 거주지 인구 밀도, 5살 미만 사망률 등의 변수를 추가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머레이 소장은 “해가 갈수록 출산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이번 예측조차도 보수적으로 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에 세계 인구 1위 자리를 내준 중국의 경우 예상보다 10년 빠른 2022년 첫 인구 감소 사태를 맞았다.

연구진은 합계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을 웃도는 나라는 2021년 현재 94개국에서 2050년 49개국으로 떨어지고 2100년에는 사하라 이남 저개발국 3개국을 포함해 6개국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이 내놓은 한국의 합계출산율 전망은 가히 충격적이다. 2050년은 물론 2100년에도 합계출산율 0.82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 자리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2100년 0.95명으로, 세기말까지 합계출산율이 1.0명을 넘기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다. 조사 당시인 2021년 26만9천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50년 18만명, 2100년 6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 한국의 출생아 수는 23만명이다.

저출산과 고출산이 초래할 위험은?

물론 합계출산율이 인구 유지 수준을 밑돈다고 해서 곧바로 인구가 감소하는 건 아니다. 줄어든 출산율이 반영되려면 인구 재생산 기간, 즉 30년의 시간이 더 흘러가야 한다.

유엔 인구국의 인구 추정 및 전망부문 책임자인 패트릭 겔랑은 급격한 출산율 하락의 문제점으로 “이런 추세가 세계를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저출산국과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부양하는 고출산국가로 나누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노인 부양 부담이 급증하는 고출산국이 주로 사하라사막 이남의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이라는 점을 들어 이들 나라의 인구 증가는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드렉셀대의 알렉스 에제 교수(보건학)는 “전환점이 언제 오든 출산율의 격차가 커지면 다른 격차도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출산율이 대체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고소득 저출산 국가의 경우 노동력 부족과 의료 시스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압박한다. 반면 출산율이 높은 저소득 국가는 늘어나는 인구를 떠받쳐줄 건강, 복지, 교육 투자 재원이 부족해 세계 경제 무대에서 더욱 뒤처질 위험이 크다고 그는 우려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S0140-6736(24)00550-6

Global fertility in 204 countries and territories, 1950–2021, with forecasts to 2100: a comprehensive demograph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21.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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