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을, 가장 주목 받는 선거구 [데이터로 본 총선 ⑦]

이은기 기자 2024. 4. 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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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선거구(지역구)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구·자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봐야 할 주요 선거구를 심층 분석했다.

[데이터로 미리 보는 2024 총선 - ⑦ 인천 계양을]

때로는 특정 선거구(지역구)가 한 사회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곤 한다. 〈시사IN〉은 도시 데이터 분석가 신수현씨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지역구를 선정해 심층 분석했다. 각 선거구를 행정동 단위뿐만 아니라 투표구 단위로 분석하며, 개별 선거구의 개표 결과가 향후 한국 정치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4월1일 후보자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후보가 등장하자 환호성이 나왔다. 방송사 카메라와 지지자들의 시선은 한 사람을 향했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 이야기다. 3월31일 이재명 후보는 이틀 만에 자신의 선거구를 찾아 유세를 펼쳤다. 지역 현안이나 공약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이재명 대표는 내내 ‘정권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이재명 후보가 유세하는 동안 상대 후보인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의 유세 차량이 주변을 세 차례 맴돌았다. 그때마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과 충돌이 발생했다. 이재명 대표를 찍던 유튜버들은 원희룡 후보의 유세 차량을 쫓아가며 소리를 질렀다. 원 후보의 유세를 돕는 전 축구선수 이천수씨가 “계양이 25년 동안 발전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지나가자, 이재명 후보는 “딴 데 가면 사람이 없어서 일부러 뺑뺑 도는 것 같다”라고 맞받아쳤다.

제22대 총선, 인천 계양을은 전국에서 가장 시끌시끌한 선거구 중 하나다. 이 지역에 연고가 없던 이재명 대표가 2022년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인천 계양을은 ‘제1야당 대표의 지역구’라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그러자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 출신인 원희룡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원 전 장관은 2월15일 일찍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는 곳에서 승리하는 것은 1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라고 규정했다.

3월31일,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 출마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의 유세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의 대결에 여론조사도 집중됐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3월 한 달에만 인천 계양을 선거구를 두고 여론조사가 21회 진행됐다.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 한 번꼴이다. 그 뒤로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인 4월3일까지 여론조사 결과가 3회 더 나왔다.

인천 계양을은 원희룡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대결로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거구가 됐지만, 동시에 두 사람의 대결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시사IN〉은 두 주자가 향한 인천 계양을에 누가 살고 있는지, 어떤 특성을 갖는지에 주목했다.

“계양은 대한민국”이라는 선거 구호

인천 계양을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의 공식 슬로건은 ‘계양은 대한민국입니다’이다. 계양을이 단순히 254개 중 하나의 선거구가 아니라, “한국의 명운을 결정할 중대한 선거구”라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이재명 캠프의 주장과는 별개로, 계양을은 인구 구성 면에서 ‘전국 평균’에 가깝다. ‘평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수도권 선거구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비수도권 선거구의 특성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 수도권은 비수도권에 비해 젊은 인구가 몰려 있다. 계양을은 다르다. 이 지역에서 50대 이상 인구의 비중은 45.72%로 수도권 평균(41.26%), 더 좁혀서는 인천 평균(42.3%)보다 높다. 수도권 다른 선거구에 비해 더 고령화된 지역이다. 계양을의 50대 이상 인구 비율은 오히려 전국 평균(44.24%)과 비슷하다.

〈시사IN〉은 각 선거구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구 구간을 5단계로 나누어 인구구성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각각 ①미성년(0~19세) ②미·비혼 특성이 강한 청년(20~34세) ③청·중년(35~49세) ④인구가 많은 장·노년(50~64세) ⑤점차 증가하는 은퇴 고령층(65세 이상)이다. 이 다섯 개 인구 구간이 각 투표구에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확인한 후, 네 가지 유형으로 각 투표구를 분류했다.

각 유형은 50대 이상 인구가 많은 지역(베이지색), 미성년 인구와 35~49세 인구가 많은 지역(녹색), 35~64세 중·장년 인구가 많은 지역(흰색), 청년(20~34세) 인구가 많은 지역(회색)으로 나뉜다. 이 기준으로 인천 계양을 선거구를 미세하게 분석한 결과가 아래 〈그림 1〉이다.

<그림 1> 계양을 투표구별 인구구성을 색깔로 구분했다.

그런데 위 그림에는 청년 인구 밀집지역(회색)이나 35~64세 인구가 많은 지역(흰색)이 한 군데도 없다. 이 선거구에 속한 투표구 대다수는 베이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50대 이상의 노년 유권자가 많은 동네(투표구)가 이 지역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전체 투표구 35개 중 24개가 이런 인구통계적 특성을 보인다.

그나마 일부 발견되는 녹색 지역은 미성년 인구와 청·중년 인구(35~49세)가 상대적으로 많은 투표구다.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이 밀집한 지역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계양을 35개 투표구 중 11개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총선부터 새로 계양을에 편입된 작전서운동과 공항철도 계양역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귤현동 일부 투표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총선 직전 계양구는 ‘선거구 미세 조정’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작전서운동이 계양을 선거구로 편입되면서, 계양갑에는 학부모 위주의 투표구(녹색)가 1개밖에 남지 않았다. 계양구 전체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학부모 표심’ 대부분이 계양을 선거구에 편입된 셈이다.

계양을 유권자의 표심은?

인천 계양을은 수도권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서민 주거지역이다. 인천 소재 선거구 중 유일하게 서울과 경계선이 맞닿은 이 지역의 평균 주택공시가격은 약 1억5800만원이다. 수도권 선거구 122개 중 107번째로 낮다. 계양을보다 평균 공시가격이 낮은 선거구는 인천 부평갑, 인천 남동을, 경기 파주을, 경기 안성, 경기 포천·가평 정도다. 계양을에서 비싼 축에 속하는 3억원이 넘는 주택들(아래 〈그림 2〉 검은색 지역)마저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

<그림 2> 계양을 투표구별 평균 주택공시가격. 색이 진할수록 상대적으로 비싼 지역이다.

계양을은 그동안 민주당에 우호적인 선거구로 분류돼왔다. 이재명 대표 이전에는 이 지역에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가 다섯 차례, 이상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2010년 보궐선거)와 최원식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제19대)가 한 차례씩 당선됐다. 아래 〈그림 3〉은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 간의 투표구별 득표율 차를 보여준다. 빨간색 지역은 윤석열 후보가 더 많이 득표한 투표구, 파란색 지역은 이재명 후보가 더 많이 득표한 투표구이다. 색이 진할수록 득표율 격차가 크다.

<그림 3> 제20대 대선 당시 이재명(파란색)·윤석열(빨간색) 두 후보의 득표율 차를 나타낸 지도.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북부 지역인 계양1동과 계양3동을 제외하면, 계양을 선거구는 전반적으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계양1동과 계양3동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임야나 농지가 면적 대부분을 차지한다. 계산2동과 계양2동 서부 지역은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가 크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작전서운동이다. 계양을은 선거구 경계가 조정되면서 계산1·3동이 계양갑 선거구로 빠지고, 새로 작전서운동이 포함됐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계산1동 49.9%(윤석열 45.6%), 계산3동 52.3%(윤석열 43.5%)였다. 작전서운동 득표율은 52.8%(윤석열 후보 43.5%)로 선거구 미세 조정이 이뤄진 세 동네 중 가장 높았다. 선거구 조정으로 인한 유불리를 따졌을 때, 이재명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표밭이 구성됐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앞서 설명한 인구통계적 특성(작전서운동이 학부모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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