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옆자리 환자 소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한 70대, 무죄 확정…이유는 ‘알코올성 치매’

2024. 4. 5.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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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옆자리 환자를 소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중증의 인지장애로 인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법정에 출석했을 때도 의미 있는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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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무죄
형법상 심신상실 상태 인정
대법, 무죄 판결 확정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병원에서 옆자리 환자를 소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알코올성 치매 등으로 인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이유다.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해 형법상 처벌할 수 없는 경우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상해치사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한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A씨는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부산 사하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있었다. 그러다 2021년 8월, 새벽 3시께 잠을 자고있던 옆자리 80대 환자의 얼굴을 철제 소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는 두개골 골절로 인해 3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A씨는 병실 밖으로 나가려다 간호조무사들이 제지하자, 범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범행 계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당 병원의 간호사들은 “A씨가 피해자를 공격할 이유나 동기가 전혀 없거나 알 수 없다”고 진술했다.

수사기관은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형법은 타인을 다치게 한 결과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이 죄로 처벌하고 있다. 처벌 수위는 3년 이상의 징역이다.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중증 치매로 인해 사물을 구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택했다. 1심을 맡은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1형사부(부장 이진재)는 지난해 4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A씨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결과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2004년부터 알코올 의존성증후군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6회에 걸쳐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뇌수술 이후 치매 증상이 심해져 2020년부터 입원 치료를 받았다”며 “정신감정 결과, 인지기능 전반에 걸친 손상으로 의사소통에 심한 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 조사에서 이름, 거주지, 주민등록번호 등에 대해 답변하긴 했지만 범행 동기나 경위, 상황 등을 기억하지 못하고 조사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했을 때 A씨가 알코올성 치매로 인한 심신장애로 인해 형법상 처벌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1심은 검사가 청구한 ‘치료감호’도 기각했다. 치료감호란 심신장애가 있는 자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 교도소가 아닌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 수용해 치료받게 하는 보호 처분이다.

1심은 이를 기각한 이유로 “A씨가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으므로 치료감호 시설보다 요양시설에서 관리받는 게 더욱 적절할 수 있다”며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부산고등법원 2-1형사부(부장 최환)는 지난해 12월, 무죄 선고를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중증의 인지장애로 인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법정에 출석했을 때도 의미 있는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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