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잘 지내나요? 아부다비에 올 운명이었나

김나영 2024. 4. 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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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의 거기서 잘 지내나요?

서울 사는 김나영 작가와 작년 5월 아부다비로 이사를 마친 윌리엄 찬드라의 수다.

▶Interviewee from Abu Dhabi
William Chandra 마케터

김나영 작가와 일로 만난 사이. 인생을 모험하며 체득한 다채로운 경험은 현재의 그를 아부다비로 이끌었다.

자기소개 부탁해요.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윌리엄입니다. 현재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마케터로 일하며 살고 있어요. 이곳에서 지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거 같아요(웃음). 최대한 축약해서 말해 볼게요.

저는 2010년에 대학을 졸업한 후, 세상을 탐험하고 싶어서 집을 떠났어요. 저의 뿌리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보고자 먼저 중국으로 떠났죠.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는 대학 몇 군데를 알아보고 어학 준비도 좀 했어요. 하지만 중국어를 배우는 건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6개월을 공부했지만 어림도 없었죠.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할 때쯤, 운명처럼 상하이에서 일자리를 얻게 됐어요.

그렇게 무려 13년이란 시간 동안 상하이에 머물렀어요. 상하이는 제2의 고향이 되었고, 그 사이에 원래의 목표처럼 다른 세상을 탐험하는 것 역시 멈추지 않았습니다. 도쿄의 번화한 거리부터, 뉴질랜드의 고요한 풍경까지. 미국을 가로지르는 로드트립도 해 봤어요.

이러한 모험의 시간들을 거쳐 또 다른 기회를 붙잡고 이곳, 아부다비에 2023년 5월부터 머물게 되었습니다. 지난 일들을 압축해 전달하긴 했지만, 정말 다사다난하고도 흥미로운 여정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부다비만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친절한 사람들과 이국적인 문화, 맑은 바닷물과 해변에 둘러싸여 지내는 시간들이 가치 있게 느껴집니다.

다양한 경험이 있다고 해도, 사는 곳을 아부다비로 옮긴다는 건 꽤 큰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주저하진 않았나요? 아부다비에 살기로 결정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궁금해요.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게다가 중동에 대한 인식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죠. 주류 언론에 비쳐지는 인상 때문에요. 솔직히 이곳에 오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경제적인 이유였어요. 제가 받았던 일자리 제안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좋았거든요(웃음). 실제로 살아 보니 생각보다 물가가 비싼 편이긴 해도 삶의 질적 측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도시가 많은 부분을 수입품에 기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높은 물가는 자연스레 수긍이 되기도 하고요. 아부다비에 살면서 제가 하는 일과 경제적인 여유를 비롯해 인생의 전반적인 부분이 한 단계 발전하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고요.

그나저나 아부다비의 어떤 동네에 머물고 있는지가 궁금해요.

알림 섬(Al Reem Island)에 살고 있어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는 인공섬과 자연섬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섬도시로도 유명하죠. 제가 사는 '알림 섬'은 나름(?) 젊은 층들이 모여 사는 신도시라 할 수 있어요. 대부분 주거 및 상업 공간들로 이루어진 평화로운 곳입니다. 개인적으론 아부다비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바다 옆에 위치해요. 정말 말 그대로 바로 옆에 바다가 있어서 너무 좋아요.

아부다비는 저에게 미지의 도시예요. 직접 살아 보며 느낀 아부다비의 자랑할 점 3가지를 꼽는다면?

첫 번째는 역시 해변. 몰디브도 부럽지 않은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와 깨끗한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풍경은 볼 때마다 감탄스러워요. 두 번째는 풍부한 문화와 다양한 명소들이 있다는 점. 아부다비는 모든 면에서 '최고'와 '최초'를 강조하고 지향하는 도시고, 실제로도 그런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에요. 이건 직접 와서 이 도시를 경험해 봐야지만 알 수 있죠! 그리고 마지막으론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예요. 밝고 친절하게 맞아 주는 사람들을 만나며 이곳에서의 삶이 더 풍성해졌어요. 혹여나 아부다비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아부다비 딱 한 번만 와 보세요. 도시가 선물하는 따뜻한 환대와 경험이 그 선입견을 완벽히 바꿔 줄 거라 장담해요.

이전에 상하이에서 일할 때와 현재 아부다비에서 일하며 지내는 삶을 비교할 때,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차이를 느끼는지 궁금해요.

이곳에서의 삶은 모든 면에서 아직도 적응 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상하이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훌륭하고, 대부분 모든 곳이 걸어서 이동 가능했죠. 음식점, 상점, 오락 시설 등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붐비고요. 하지만 아부다비는 완전히 달라요. 겨울에는 날씨가 아주 좋은 편이지만 한여름엔 너무 더워서 걸어 다니는 게 불가능할 정도죠.

그래서 상하이에서의 삶과 비교해 보면 하루 평균 걸음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 여기선 주로 택시를 타거나 친구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편입니다.

또 다른 차이라면 아부다비에 살기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잦아졌어요. 상하이에서는 집을 나서자마자 헤드폰을 끼고 전철을 타고, 디지털 지갑으로 커피를 주문하고,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등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더 즐겼던 것 같아요. 그게 자연스러웠고요. 하지만 이곳에선 삶의 모든 부분이 다른 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져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낯선 사람, 택시 기사, 상점 주인과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이런 문화가 처음엔 컬쳐쇼크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상황을 오히려 즐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인 존재니까요. 정신 건강에도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쉴 때는 주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저는 다양한 스포츠 액티비티를 즐기는 편이라 주말에는 주로 친구들과 어울려서 이런저런 액티비티를 경험하곤 해요. 날씨가 좋을 땐 맹그로브 숲으로 카약을 타러 가는 걸 좋아하고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후다이리얏 섬(Hudayriyat Island)에 들어선 '서프 아부다비'를 기대하고 있어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 파도를 즐길 수 있는 곳이거든요. 반면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야외에 있기 힘들 때는 시원한 쇼핑몰에서 몰링을 즐기거나 미식 탐험을 하기도 하죠. 무더운 날씨 탓에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선택지가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난다면 인근 국가로 여행을 떠나도 좋을 것 같아요. 가장 가 보고 싶은 가까운 나라를 꼽아 보자면 이웃한 중동 국가인 오만과 아름답기로 이름난 조지아를 여행하고 싶네요.

아부다비에서 경험했던 곳 중 제일 좋아하는, 혹은 추천하고 싶은 명소가 있나요?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소울 비치 사디야트(Soul Beach Saadiyat)'예요.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로 둘러싸인 곳으로 햇살을 만끽하며 휴식을 하기에 완벽한 장소예요.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알 미나(Al Mina) 수산시장'도 꼭 방문해야 할 곳이에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잘 정돈된 시장으로, 신선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어요. 약간의 추가 금액을 지불하면 구입한 해산물을 바로 요리해 주는 레스토랑도 있고요. 이곳에서 먹는 음식들은 정말이지 전부 맛있어서 저 역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려고 해요. 아부다비 여행이 처음이라면 루브르 박물관,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사파리 투어도 빼놓을 수 없어요. 모두 아부다비에서 빼놓지 말고 꼭 경험해야 할 것들이죠.

계획에 없던 아부다비 여행 생각에 맘이 들썩이네요. 여행을 계획할 때 반드시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을까요? 마음의 준비도 좋고, 꼭 필요한 준비물이 있다면요?

우선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무더운 날씨죠. 겨울철에는 숙박 요금이 꽤 오르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쾌적한 여행을 위해 겨울에 방문하는 것을 적극 추천해요. 12월부터 3월 중순까지의 날씨는 섭씨 18도에서 24도 사이로, 여행하기에 최적의 시기죠. 반면 여름철에는 피부가 타 들어가는 듯한 강렬한 열기를 느낄 수 있으니 자외선 차단제나 겉옷을 비롯해 단단히 무장하고 다녀야 해요. 다만 호텔이나 영화관 등의 실내 공간은 에어컨 바람이 강할 수 있으니 긴팔 겉옷을 꼭 챙기세요. 복장에 대한 부분은 관광객에겐 대체로 느슨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짧거나 몸에 붙는 것보단 단정한 복장을 착용하길 권해요. 쇼핑몰이나 리조트 같은 곳은 덜하지만, 모스크와 같은 종교적인 시설이나 관공서를 방문할 때엔 어깨와 다리를 가려야 하죠. 얼굴과 손 외엔 가리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아요. 특히 라마단 기간에 방문한다면 훨씬 더 보수적인 편이니 참고하세요.

아부다비 여행을 계획한 이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해 봐라 하는 것 3가지를 꼽아 주세요.

아부다비를 이루는 섬 호핑투어를 꼭 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선, 야스 섬(Yas Island)은 꼭 둘러보되 주요 명소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야스 섬 패스를 꼭 챙기세요. 테마파크부터 럭셔리 호텔까지 알차게 활용할 수 있어요. 또, 알 마리야 섬(Al Maryah Island)과 같은 중심지에 머물러 본다면 아부다비의 럭셔리하고 화려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사막 사파리 투어요! 벨리댄스, 모래언덕 질주, 샌드보딩, 낙타 타기 등 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액티비티로 채우는 하루를 완성할 수 있거든요. 투어 도중에 정통 현지 요리를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고요. 전통 의상을 입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아라비안 인증숏'을 찍을 수 있는 완벽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이 도시에서 보낸 시간이 1년을 채워가는 시점에서 돌아보니 아직도 이곳과 주변 나라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들이 무궁무진하다고 여겨져요. 그래서 이곳에서의 삶이 즐겁고, 편안하고요. 이게 제 마지막 여정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여기서 보내고 싶지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면 또 모르죠! 저는 언제나 열려 있어요. 저는 다양한 모험들로 스스로를 알아가며 새로운 도시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늘 품고 살고 싶어요. 여러분은 어떤 삶을 꿈꾸나요?

*김나영 작가의 질문으로 시작된 해외살이 인터뷰 시리즈. 타국에서의 삶을 동경해 왔던 마음 때문인지 수상하게도 해외에 지인이 많은 김나영 작가가 저마다의 사정으로 이방인의 삶을 선택한 이들의 해외살이를 묻는다.

글 김나영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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