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떠나기엔 아직 이르다..‘사이영상 투수’ 카이클의 끝나지 않은 도전[슬로우볼]

안형준 2024. 4.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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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카이클이 메이저리그 재진입에 도전한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4월 3일(한국시간) 좌완투수 댈러스 카이클과 계약에 합의했다. 마이너리그 계약. 카이클은 곧 트리플A 팀인 타코마 레이니어스에 합류할 전망이다.

마이너리그 계약이 말해주듯 '중요한 영입'은 아니다. 시애틀은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한 팀이다. 기대주 브라이언 우가 팔꿈치 문제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태지만 여전히 루이스 카스티요, 조지 커비, 로건 길버트, 브라이스 밀러, 에머슨 핸콕이 로테이션을 이루고 있다. 조나단 디아즈, 레비 스타우트 등 기대주들도 트리플A에서 대기하고 있다. 투수가 꼭 필요해서 단행한 계약이 아닌 선수 층을 보강하는 정도의 영입이다.

하지만 그렇게 영입된 선수가 선수인 만큼 시선이 갈 수 밖에 없다. 카이클은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투수 중 하나. 올스타 출신이고 사이영상 수상자다. 노장이긴 하지만 이제 36세로 아직 충분히 빅리그에서 뛸 수 있는 나이인 만큼 카이클의 행보는 지켜볼만하다.

1988년생 카이클은 2009년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됐다. 지명 라운드가 말해주듯 특급 기대주는 아니었고 유망주 'TOP 100' 명단에 오른 적도 없다. 2012년 빅리그에 데뷔한 카이클은 첫 2시즌을 높이 않았던 기대치처럼 보냈다.

2012-2013시즌 47경기 239이닝을 소화하며 9승 18패, 평균자책점 5.20을 기록했다.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채 90마일도 되지 않는 투수였던 카이클은 트리플A에서도 3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였다. 하위 순번의 선발투수로서 큰 문제없이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역할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데뷔 3년차인 2014시즌 급격히 떠올랐다. 29경기에서 200이닝을 소화했고 12승 9패,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했다. 무려 완투를 5번이나 해내며 이닝이터로 떠올랐고 뛰어난 수비능력을 선보이며 골드글러브도 수상했다.

그리고 2015시즌, 카이클은 33경기 232이닝, 20승 8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아메리칸리그 최다이닝을 투구하며 다승왕에 올랐고 완봉승을 두 번이나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2014년 5완투, 2015년 2완봉 모두 그 해 아메리칸리그 최고 기록이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90마일도 채 되지 않는, 이닝 당 탈삼진이 1개 미만인 탈삼진 능력도 아쉬운 투수가 리그를 지배한 것이었다.

이후 카이클은 기복을 보였다. 2016시즌에는 부상을 겪으며 26경기 평균자책점 4.55를 기록했고 2017시즌에는 부상을 경험했지만 23경기 14승, 평균자책점 2.90으로 활약하며 두 번째 올스타에 선정됐다. 2018년 34경기 204.2이닝, 12승 11패, 평균자책점 3.74를 기록한 카이클은 다시 한 번 건강을 증명하며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18시즌을 끝으로 FA 시장에 나선 카이클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배짱 전략'이 실패하며 충격의 FA 미아 신세가 됐다. 휴스턴의 퀄리파잉오퍼를 거절하고 당당히 FA 시장에 나섰지만 누구도 카이클과 보라스가 원하는 계약을 수준의 계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퀄리파잉오퍼 거절의 패널티가 사라진 여름이 돼서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계약하며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온 카이클은 19경기 112.2이닝, 8승 8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충격의 'FA 반수' 끝에 다시 시장에 나선 카이클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3년 5,550만 달러 계약을 따냈고 단축시즌 11경기 63.1이닝, 6승 2패, 평균자책점 1.99의 호성적을 거뒀다. 한 차례 맛본 굴욕을 딛고 다시 날아오르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카이클은 2021시즌 32경기 162이닝, 평균자책점 5.28의 충격 부진을 겪었고 2022시즌에는 더욱 추락했다.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88로 부진한 카이클은 결국 2022년 5월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화이트삭스에서 방출됐다.

방출된 카이클은 이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 텍사스 레인저스, 미네소타 트윈스를 거치며 재기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2021-2023시즌 3년 동안 56경기 260.1이닝, 13승 19패, 평균자책점 6.29를 기록한 카이클에게 빅리그 계약을 제시하는 팀은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부침을 겪는 사이 어느새 30대 중반의 나이가 된 카이클은 원래 느렸던 구속이 더 떨어졌다. 사이영상 시즌에는 평균 시속 90마일이었던 싱커의 구속이 지난해에는 시속 87.4마일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별한 훈련도 한 것으로 알려진 카이클이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카이클은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수가 아니다. 싱커와 커터,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조합해 상대의 타이밍을 뺏고 땅볼을 유도하는 유형의 투수다. 구속의 저하는 불안한 부분이지만 구속보다는 제구가 더 큰 문제였다. 원래 리그 평균 이하의 볼넷 허용율을 기록하는 투수였던 카이클은 최근에는 평균을 훌쩍 넘는 볼넷 허용율을 보였다 통산 볼넷율이 7.3%(ML 평균 8.4%)지만 지난 2년은 모두 10% 이상을 기록했다.

물론 전성기의 활약은 구속과 제구가 함께 갖춰져 나온 것이지만 제구만이라도 회복할 경우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활약을 펼칠 수도 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까지 활약한 제이미 모이어, 바톨로 콜론 같은 투수는 극히 드물지만 36세는 아직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떠나기에는 아쉬운 나이다. 과연 한때 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카이클이 시애틀에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댈러스 카이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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