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만든 건 팔할이 데모였다 [책&생각]

김진철 기자 2024. 4. 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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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소설도 쓰고 번역도 하고, 특히 데모도 하는 작가 정보라다.

"나는 데모하러 나가서 동지들을 실제로 보면서 실제로 땅을 딛고 같이 행진하는 것을 좋아한다. 글자 그대로 걸을 때마다 조금 더 좋은 세상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저주토끼'로 부커상과 전미번역상 최종후보까지 올라간 정 작가는 호러, 에스에프(SF) 등 판타지 '전공'(실제 전공은 러시아문학)인데, 사실은 '땅을 딛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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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데모
데모하러 간다
정보라 지음 l 위고 l 1만2000원

데모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소설도 쓰고 번역도 하고, 특히 데모도 하는 작가 정보라다. 그가 쓴 ‘아무튼, 데모’ 첫 장을 펼치면 대뜸 준비물부터 소개한다. “사계절 필수 준비물은 물, 깔개, 보조배터리, 여행용 휴지다.” 집회장 앰프의 굉음을 못 견뎌 귀마개도 준비해 다니는 그는 데모가 뭐가 그리 좋아 10년 넘게 꼬박꼬박 출근하듯 데모하러 다니는 걸까.

“나는 데모하러 나가서 동지들을 실제로 보면서 실제로 땅을 딛고 같이 행진하는 것을 좋아한다. 글자 그대로 걸을 때마다 조금 더 좋은 세상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저주토끼’로 부커상과 전미번역상 최종후보까지 올라간 정 작가는 호러, 에스에프(SF) 등 판타지 ‘전공’(실제 전공은 러시아문학)인데, 사실은 ‘땅을 딛고’ 있었던 것이다.

데모를 하며 조금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것은, 현실이 고통이어서다. 극복 의지 없이 고통을 감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정 작가의 판타지 또한 현실 속 고통의 변주일 터. 그러므로 판타지 작가가 데모꾼인 것은 필연이다! 세월호, 이태원, 성소수자 인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해고노동자 복직, 차별금지법… 정 작가를 데모꾼으로 만든 것이 이 땅의 현실이고, 이러한 현실에 맞서며 그는 작가가 되었다.

최근 데모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교사들이 질서정연하게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올해 의사들도 거리로 몰려나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이처럼 집회시위에 나서는 이들에게 ‘아무튼, 데모’는 특별한 교과서가 될 수 있겠다. ‘아무튼’ 시리즈 예순세번째 책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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