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용(龍)의 일생

관리자 2024. 4.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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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태어난 해의 띠 동물이 있다.

용은 도대체 어떤 동물이기에 이토록 인간에게 가장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용'은 '사람'이란 동물이다.

'사람띠'라고 할 수 없으니 '용띠'라고 하는 것이다.

용은 사람을 은유하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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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로운 동물 ‘용’ 사람 은유
주역 건괘 속의 육룡이야기
기다리는 잠룡·나서는 건룡
인간의 일생 그대로 보여줘
현명한 인생 살기 위해서는
처한 상황맞게 잘 바꿔 타야

사람마다 태어난 해의 띠 동물이 있다. 십이지(十二支)라고 부르는 12동물은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동물이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인 소·말·양·닭·개·돼지가 있고 야생에 속하는 동물인 쥐·호랑이·토끼·뱀·원숭이가 있다. 그런데 이 세상에 볼 수 없는 동물이 하나 있으니 용이라는 동물이다. 필자는 갑진년(甲辰年) 용띠 해에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용은 어떤 동물일까 늘 궁금했다. 머리에 뿔이 있고, 여의주를 물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이란 동물은 그림이나 이야기책에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볼 수 없는 동물이다. 용은 상서로운 동물의 상징이다. 왕이 앉는 의자는 용상(龍床)이라 하고, 왕의 얼굴을 용안(龍顔)이라고 한다. 태몽 중에 용꿈은 으뜸이어서 아이의 이름을 ‘몽룡(夢龍)’이나 ‘재룡’이라고 짓기도 하며, 중요한 지위나 관직에 오르는 문을 등용문(登龍門)이라고 한다. 부모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데 ‘망자성룡(望子成龍)’은 자식이 출세하여 용이 되기를 바란다는 부모의 기원이 담겨 있다. 용은 도대체 어떤 동물이기에 이토록 인간에게 가장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용’은 ‘사람’이란 동물이다. ‘사람띠’라고 할 수 없으니 ‘용띠’라고 하는 것이다. 용은 한자로 ‘진(辰)’이라고 한다. 진(辰) 앞에 여자(女)를 더하면 임신한다는 의미의 신(娠)이 된다. 여인이 아이를 잉태한 것이 신(娠)이라는 한자다. 용은 사람을 은유하는 동물이다.

주역(周易) 64괘 중 첫번째 괘인 건괘(乾卦)에는 6마리의 용(六龍)을 통해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속에 잠겨 있어 때를 기다리는 잠룡(潛龍), 물에서 나와 세상에 등장한 현룡(見龍), 부지런히 일하며 뛰어다니는 건룡(乾龍), 새로운 곳으로 도약하는 약룡(躍龍), 하늘 높이 날아오른 비룡(飛龍), 그리고 끝까지 높이 올라간 용인 항룡(亢龍)이다. 이 용의 이야기는 사람의 인생이다. 물속에서 능력과 인성을 배양하여 사회에 나가기 전에 충분한 내공을 쌓는 시기를 잠룡(潛龍)의 시기라고 한다. 어느 날 물 밖으로 나와 세상을 만나는 시기를 현룡(見龍)이라고 한다. 좋은 리더(大人)를 만나 부지런히 배우고 힘쓰는 시기다. 가장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쌓는 시기를 건룡(乾龍)이라고 한다. 주변 사람과 부딪히기도 하지만 자신을 성찰하여 반성하면 큰 어려움이 없는 시기다. 약룡(躍龍)은 한 단계 도약하는 용이다. 지금까지 모든 성과를 기반으로 전혀 다른 경지로 뛰어오르는 대전환의 용이다. 드디어 하늘을 나는 용, 비룡(飛龍)의 시기를 만난다. 하늘 높이 올라간 용이기에 인생의 클라이맥스다. 이때는 나를 도와 꿈을 실현할 귀인(大人)을 만나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에 만나는 용은 항룡(亢龍)이다. 끝까지 올라간 용이다. 지위는 높지만 권한은 없는 뒷방으로 물러난 용이다. 돌이켜 보면 후회와 여한이 남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후회하며 눈물을 흘린다. 용의 눈물이다.

사람은 그때마다 타야 할 용이 있다. 여섯마리의 용, 육룡을 바꿔 타고, 그 시기에 맞는 선택과 실천을 해야 한다. 기다려야 할 때는 잠룡(潛龍), 나서서 일을 도모할 때는 건룡(乾龍),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할 때는 약룡(躍龍), 성공하여 세상에 덕을 베풀고 나눌 때는 비룡(飛龍), 그리고 조용히 내려와 자연인으로 돌아갈 때는 항룡(亢龍)을 타야 한다. 내가 처한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타서는 안될 용을 타면 결국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시승육룡(時乘六龍).’ 그때마다 여섯마리의 용을 잘 바꾸어 타는 것이 현명한 인생이다. 나는 지금 어떤 용을 타야 할까? 오늘 내게 묻는 질문이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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