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서 건져 올린 엽기 토막시신…낚시꾼이 벌벌 떨었다

박태훈 선임기자 2024. 4.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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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몸통 다른 곳에…아내 잔소리에 욱해서 살해[사건속 오늘]
CCTV에 찍힌 차량 1600대 조사 허탕…지문 나오자 수사 급물살
시화호 토막살인 피의자 김하일 씨가 2015년 4월 8일 아침 시신 일부가 담긴 가방을 들고 이동한 뒤 빈 손으로 나오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모습. (E 채널 갈무리) ⓒ News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낚시광 A 씨는 아들에게도 낚시 매력을 알려 주겠다며 2015년 4월 4일 주말을 맞아 도구를 챙겨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화 방조제에 도착, 낚싯줄을 드리웠다.

밤낚시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A 씨는 시계 분침이 4월 5일 0시를 막 넘어섰을 무렵, 물결에 밀려온 살색 물체를 발견했다.

처음엔 마네킹인가, 조금씩 가까워졌을 땐 돼지인가 싶었지만 좀 더 가까워지자 사람의 몸통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절초풍했다.

A 씨는 112에 '여기 사람으로 보이는 물체가 떠다니고 있다'고 신고했다.

◇ 노련한 형사들도 얼굴 찌푸려…예리한 도구로 사지 절단, 전문 도축업자의 짓으로 추정

현장에 도착한 경기 시흥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은 물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머리와 양팔, 양다리 등 사지가 절단된 채 몸통만 있는 시신은 노련한 형사들도 본 적이 없을 만큼 흉측했다.

형사들이 전문 도축업자의 소행으로 추정할 정도로 시신이 예리하게 절단돼 있었다.

부검 결과 △ 30대~50대 아시아계 여성 △ 혈액형 O형 △ 48시간에서 1주일 사이 살해 △ 맹장 수술 자국 △ 가슴까지 23㎝가량의 '동맥관개존증' 수술 흔적 △ 요추 1번에 뜸 화상 자국 3개 △ 왼쪽 어깨 부위에 뜸 화상자국 1개 △ 예리한 도구로 인위적 절단 사실을 드러났다.

2015년 4월 5일, 경찰 기동대 3개 중대 경력 등 380명에 이르는 경찰이 토막 시신을 찾기 위해 시화호 방조제를 수색하는 모습 (JTBC 갈무리) ⓒ 뉴스1

◇ 머리와 사지 찾기 위해 3개 기동중대 시화 방조제 수색…출입차량 1600대 모두 살펴

경찰은 즉각 수사 전담반을 편성하고 피해자 신원 확인하고 남은 시신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5일 낮 3개 경찰중대 인원 등 380여 명의 경찰이 시화 방조제에 투입돼 수색에 나섰다. 380명의 경찰이 11.2㎞에 달하는 방조제를 샅샅이 살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사건 현장으로 통하는 도로에 설치된 60대 CCTV 1주일치 영상물을 확보, 1600대의 차량을 추려냈다.

형사들은 1600대에 이르는 차량 소유자를 하나하나 연락을 취했지만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자 6일 공개수사로 전환, 실종자 혹은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이 있다면 연락해 줄 것을 당부했다.

◇ 4월 6일 밤 머리 발견…가까운 사람이면 얼굴 알아볼 정도

6일 오후 "마네킹 머리 같은 것을 봤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 왔다. 제보자는 '너무 무섭다'며 현장에 가길 거부했다.

그러던 중 "시화지구개발 사업기념공원 주차장 부근 바위틈에서 가발 가게 쇼윈도 속에 있는 것과 비슷한, 긴 머리를 한 사람 얼굴 모양의 물체가 있다"는 또 다른 제보 전화가 왔다.

몸통이 발견된 곳과 3km가량 떨어진 현장에 출동한 형사들은 밤 10시 10분쯤 현장에서 피해자 머리를 수거했다.

당시 출동한 형사는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얼굴을 알아볼 정도였다'고 했다.

시신의 머리에서 눈썹 문신, 왼쪽 송곳니 충치를 때운 흔적을 찾아냈다. DNA 검사 결과 머리와 몸통이 일치했다.

시화호 토막 살인 시신 중 머리와 몸통이 발견된 지점. (E 채널 갈무리) ⓒ 뉴스1

◇ 4월 7일 손목 발목 발견…피해자 지문 확인, 조선족 41살 한모 씨 신분 특정

날이 밝자 경찰은 머리와 몸통이 발견된 주변 3㎞ 반경을 집중 수색한 끝에 머리 발견 지점에서 8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겨 있는 손과 발을 찾았다.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기 전이여서 시신 부패 상태가 심하지 않아 지문채취에 성공했다.

지문의 주인공은 41살 조선족 한모 씨로 남편이 일하고 있는 한국에 2013년 8월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한 씨의 남편 김하일 씨(당시 47살)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 안부를 묻자 김 씨는 "여행 간 것 같다"며 얼버무렸다.

경찰은 아내가 4월 2일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찾으려는 노력도 실종신고를 하지 않은 점을 중시, 김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알리바이를 캐는 한편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김하일 씨가 2015년 4월 8일 내다 버린 가방. 그 속에는 피해자 팔과 다리가 들어 있었다. (E 채널 갈무리) ⓒ 뉴스1

◇ 팔과 다리 든 가방 들고 나갔다가 빈손으로 온 남편…잠복 형사들, '범인 맞다' 즉각 체포

김하일 씨의 직장과 거주지 주변에서 잠복하던 형사들은 4월 8일 아침 이상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출근길에 커다란 가방을 끙끙거리며 들고 나간 김 씨가 조카가 살던 주택에 들어간 뒤 빈손으로 나왔기 때문.

이에 경찰은 문제의 주택으로 달려가 옥상 입구 놓여 있는 가방을 찾아 열어 봤다. 그 속에는 8토막으로 절단된 팔과 다리가 들어 있었다.

즉각 형사들은 김하일 씨는 '시화호 토막 살해 범인'으로 특정해 체포했다.

◇ 도박에 빠져 번 돈 탕진한 김하일, '저축했는지 확인하자'는 아내를

경찰 조사 결과 2009년 한국으로 들어온 김하일 씨는 몇 년간은 착실하게 본 돈을 중국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아내에게 보냈다.

그러다가 도박에 빠진 김 씨는 2012년부터 가족에게 돈을 보내지 않았다. 이에 아내 하 씨가 직접 남편을 단속해야겠다며 2013년 입국, 함께 일하면서 '다시 도박에 손대면 끝이다'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며 김 씨가 번 돈을 하 씨 중국 계좌로 보낼 것을 요구했다.

매일 아내와 도박, 돈 문제로 다투던 김 씨는 2015년 3월 31일 밤에도 크게 싸웠다.

'그 돈 다 어디 갔냐'고 아내가 윽박지르자 김 씨는 '은행에 들어 있다'며 아내를 달래려 했고 아내는 '그럼 내일 아침 중국 은행에 가서 계좌를 까보자"고 요구했다.

현장 검증에 나온 김하일 씨가 범행 시기를 2015년 4월 1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 (E 채널 갈무리) ⓒ 뉴스1

돈을 탕진한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웠던 김하일 씨는 2015년 4월 1일 오전 9시 무렵 은행에 가기 위해 화장을 하고 있던 아내를 망치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어 시신을 14토막 내 화장실에 보관한 뒤 4월 2일 자신의 자전거로 시화호 제방에 하나씩 옮겨 놓았다.

경찰이 차량 1600대를 살피고도 단서를 찾지 못한 건 김 씨가 자전거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 징역 30년, 중국서 김하일 토막 살인 후 한국으로 도피설까지

2015년 7월 10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말미암아 피해자는 사망에 이를 때까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다.

김하일 씨는 심신미약을 내세워 항소, 상고했지만 그해 12월 29일 서울고법, 2016년 3월 24일 대법원에 의해 각각 기각당해 현재 옥살이를 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 도중 김하일 씨가 '1996년 10월 20일 투먼시 스셴(石峴)진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낸 뒤 도주했다'는 중국 길림성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중국 공안 등이 '전혀 그런 사실 없다'고 확인해, 해프닝으로 끝났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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