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리뷰하는 ‘유튜버 가족’… “잊지 못할 추억 남겨요”

윤상진 기자 2024. 4. 5.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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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가족 영상’ 찍는 박현민씨
지난달 24일 인천 월미테마파크에서 박현민씨 가족이 단체복을 입고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박씨 가족은 2019년부터 주말마다 전국 놀이공원을 다니면서 리뷰 영상을 찍고 있다.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시작했다. 왼쪽부터 아내 이현숙씨·시윤군·시원군·박현민씨·시연양. /남강호 기자

박현민(39)씨 다섯 식구는 평일보다 주말이 더 바쁘다. 토요일 평균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목적지는 전국의 놀이공원이다. 이들은 놀이공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한 뒤 폐장 시간까지 모든 놀이기구를 탄다. 그리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 채널에 올린다.

박씨는 시연(12), 시원(10), 시윤(5) 세 남매 아빠이자 놀이공원 리뷰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다. 지난달 24일 인천 월미테마파크에서 만난 박씨 가족은 채널 이름 ‘몬파몬티뷰’가 적힌 녹색 긴팔 티셔츠를 맞춰 입고 대열을 갖춰 ‘댄스 챌린지’ 영상을 찍고 있었다. 박씨와 그의 아내 이현숙(36)씨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이 담겨있는 영상들은 우리 가족의 잊지 못할 추억이자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박씨 가족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방문한 놀이공원만 40여 곳. 때론 놀이공원에서 ‘먹방(먹는 방송)’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춤추는 영상도 찍는다. 만화카페나 키즈카페도 리뷰 대상이다. 2019년부터 올리기 시작한 영상이 520여 개 쌓였다. 구독자는 4일 기준 2000명이다.

박씨 직업은 유튜버는 아니다. 전기시설 엔지니어로 9년 차 직장인이던 2019년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당시 박씨는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며 1년 중 절반을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집에 오는 주말엔 대부분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아이들이 아빠와의 추억을 못 갖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자 충격을 받고 주말에라도 추억을 만들어줘야겠다 싶었다. 그때부터 박씨 가족은 매주 주말마다 전국의 놀이공원을 찾고, 이를 영상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전국 모든 놀이공원을 찾아가는 것이 박씨의 목표다. 그는 “아이들이 커서 다시 놀이공원에 갔을 때 어렸을 때 영상을 보며 추억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산다. 하지만 놀이공원이 있는 곳이라면 국내 어디든 거리를 따지지 않고 달려간다. 박씨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피곤함도 날아간다”고 했다.

덕분에 전국 놀이공원에 남겨놓은 추억들이 많이 생겼다. 첫째 시연양은 대구 이월드를, 둘째 시원군은 마산 로봇랜드를 가장 좋아한다. 막내 시윤군은 춘천 레고랜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다. 아내 이씨는 “멀리까지 찾아가지 않았으면 쌓지 못했을 추억들”이라며 “둘째는 원래 조용한 스타일이었는데, 놀이공원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쾌활한 성격이 됐다”고 말했다.

유튜브 촬영도 가족들의 놀이가 됐다. 스마트폰∙고프로 카메라 등 박씨 가족이 사용하는 카메라만 6대다. 이씨는 “놀이공원에 입장하는 순간 아이들이 카메라를 하나씩 나눠 들고 능수능란하게 촬영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첫째 시연양은 “이 장면을 ‘섬네일(미리 보기 화면)’으로 하면 되겠다”며 촬영 코칭을 나서기도 한다. 유튜브를 시작한 뒤 박씨 자녀들은 학교 ‘인기 스타’가 됐다. “이 놀이공원은 어떠냐”는 호기심 섞인 질문이 쏟아지고, “우리도 놀이공원 가자”며 부모를 조르는 친구들도 생겼다고 한다. 촬영한 영상을 어떻게 편집할 것인지도 박씨 가족만의 이야기 소재다. 편집한 영상은 금요일에 올리고, 다음 날엔 새로운 놀이공원으로 떠나는 것이 박씨 가족 일정이다.

박씨 부부는 16년 전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박씨는 군 전역 후 학교로 돌아와 같은 과 후배 이씨를 알게 되었고, 같이 들은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가까워졌다. 그렇게 3년간 연애 끝에 2011년 결혼에 골인했고, 이듬해 첫째를 낳았다. 박씨는 “결혼 당시엔 둘 정도를 생각했지만, 첫째와 둘째가 서로 잘 지내는 모습이 너무 예뻐 막내까지 얻게 됐다”고 말했다. 아내 이씨는 여행사 직원으로 일한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 세 명을 키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근처에 살았던 이씨의 부모가 틈틈이 아이들을 봐 준 덕에 어려운 고비들을 넘겼다고 한다. 박씨는 “이제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이 서로 도우며 집안일을 맡아 하겠다고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박씨 가족의 놀이공원 영상은 항상 박씨가 가족들에게 “뭐가 제일 재밌었어요?”라고 묻고 가족들이 답하면서 끝난다. 박씨는 “아이들이 뭐가 가장 재밌었는지 하나씩 말해줄 때마다 간직할 추억이 생긴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씨 가족의 다음 방문지는 어딜까. “올해 가족들과 해외 놀이공원을 가 보는 게 소원이에요. 아이들이 디즈니랜드를 가고 싶어 하거든요.”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박씨가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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