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서 건져 올린 뱃사람 이야기

조봉권 기자 2024. 4.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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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윤길이 새로 낸 중편소설집 '남태평양'에는 중편소설 세 편이 있다.

이번 중편소설집은 작가 이윤길이 바다에서 수십 년에 걸쳐 '목숨값'을 치러가며 건져 올린 '어획고'의 일부다.

그가 소설집 '남태평양'에 직접 쓴 경력사항을 참고한다.

바다든, 해양문학이든, 그냥 문학이든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을 법도 한데 막상 '남태평양'에 실은 그의 작품 세 편에서는 과묵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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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이윤길 해양소설 /전망 /1만5000원

- 46년째 오대양 누비는 작가
- 3개 중편 엮어 해양소설 펴내
- 원양어선 경험 살린 자전작부터
- 강인한 여성 단독 항해기도 담아

작가 이윤길이 새로 낸 중편소설집 ‘남태평양’에는 중편소설 세 편이 있다. 각 소설 제목은 이러하다. ‘남태평양’ ‘북태평양’ ‘남서대서양’. 꾸밈도 없고 덧붙임도 없다. 굳이 구절구절 설명하지 않고 단순하게 툭 던지고 제 갈 길 가는 숙성된 뚝심을 작품 제목에서 느꼈다.

이윤길 작가 촬영


이번 중편소설집은 작가 이윤길이 바다에서 수십 년에 걸쳐 ‘목숨값’을 치러가며 건져 올린 ‘어획고’의 일부다. 작가의 이력을 짚고 가자. 주문진수산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78년부터 배를 탔다. 지금도 국제과학옵서버로 배를 타니, 올해로 46년째 뱃사람이다. 원양어선 선원으로 출발해 원양꽁치봉수망 선장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부산 문단에서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는 부산 문인이기도 하다.

그가 소설집 ‘남태평양’에 직접 쓴 경력사항을 참고한다. 어선·상선1급항해사, 동력레저조종1급항해사, 소형선박항해사, 요트항해사, GOC항해사, 선박위생사, 등대문화해설사, 국제과학옵서버, 어드밴스 스쿠버, 드론조정자격증. 2007년 시인이자 소설가로 등단한 그는 여러 해양문학상을 탔고, 얼마 전에는 한국해양대학교에서 국제지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바다든, 해양문학이든, 그냥 문학이든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을 법도 한데 막상 ‘남태평양’에 실은 그의 작품 세 편에서는 과묵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기서 ‘과묵’이란 표현은 심심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럴 리가 있나. 수십 년 온갖 바다를 거치며 무수한 희로애락을 바다에서 체험했고 배와 대양에 관한 디테일에 엄청나게 밝은 작가가 어선 창고에 어획물 쟁이듯 차곡차곡 써 내려간 소설이 심심할 수는 없다.

수다스럽거나 요사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자기 내면에 집착해 난해해져 버리지도 않는다. 무뚝뚝하게 무심하게 선을 쓱 긋듯, 작품은 복잡하지 않다. 딱 두 가지에 소설은 집중한다. 바다와 인생. 바다에 삶과 세상을 비춘다. 해양문학이 할 일이다.

수록 작품 ‘남태평양’은 한 여성이 부산 수영만에서 홀로 요트를 몰고 적도의 섬까지 단독 항해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의 삶은 곤경에 처했다. 첫 결혼에 실패했다. 새로운 연인을 만났다. 하지만 내면에 가득 남은 감정의 찌꺼기와 혼란, 상처와 갈등은 좀체 줄지 않는다. 다행히 요트 동호회 활동을 하며 항해술을 익힌 주인공은 나름의 준비를 거쳐 스스로 결정하고 단독 항해에 나선다. 요트 단독 항해는 무지무지하게 어려운 일이다. 그는 살아남을까? 새로운 삶을 찾을까?

‘북태평양’은 원양어선을 타고 먼바다에서 오래 바닷일을 하는 전쟁 같은 생활이 우리 삶의 축소판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 작품은 해양문학가 이윤길의 자전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고향 주문진 이야기부터 원양어업 거점 부산, 무슨 일이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는 북태평양 한가운데로 작품은 옮겨 다닌다. 뱃사람의 의리와 배신, 원양어업 현장이 돌아가는 방식, 작가가 직접 겪었을 무수한 해상 상황이 자세히 정확히 나온다.

“나는 그날 금호수산 사무실에서 송호진 사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진정한 사죄의 뜻은 아니었다. 자본의 힘 앞에 굴복하고 두꺼운 현실의 벽에 어찌할 수 없는 나 자신을 위한 위로였다.”(177쪽) “인생이란 결국 홀로이다. 특히 뱃사람은 더욱더 그렇다.”(182쪽) “힘들지만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지요.”(189쪽) 우리 삶도 그렇다.

‘남서대서양’은 원양어업 현장의 치열하고 어렵고 복잡한 면모를 보여준다. 작가는 지나친 비극이나 감상에 빠지지 않고, 삶의 진실을 바다를 통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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