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은 실패작 아닌가

경기일보 2024. 4.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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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 2022년은 새로운 행정수도인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한 지 만 10년이 되는 해였다. 정부는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세종시에 중앙행정기관 44개와 정부 출연기관 17개를 이전했다.

수도권에 인구의 50% 정도가 살고 있음은 극도의 비정상일 뿐 아니라 과도한 집중은 주택난과 부동산가격 폭등, 교통난, 환경 문제, 지역 간 격차와 불균형 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 해서 단순히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수도권 과밀 해소라고 하는 극약처방이 과연 올바른 해법이었는지 의문이다.

중앙 행정공무원과 공공기관직원 2만여명과 그들에게 딸린 식구들을 서울에서 내보내는 데 무려 106조8천억원이 투자됐다고 하는데 과연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이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2012년의 세종시 인구는 11만3천명이었는데 2022년 38만명으로 10년 사이에 27만명이 증가했다. 그런데 수도권, 즉 서울, 경기, 인천의 인구는 이 기간 무려 85만명이나 증가했다(서울 인구는 76만명 감소). 2022년은 세종시의 순유입 인구 1만128명중 서울 출신은 342명에 불과했다니 나머지는 지방에서 유입된 셈인데 결국 지방의 인구 소멸만 부추긴 셈이다. 또 2015~2022년 수도권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2001~2012년 51.6%에서 무려 70.1%로 높아졌다. 결국 행정수도 이전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필자는 행정수도 이전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김포신문 2004년 8월16일). 논지는 다음과 같다.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집중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분석 파악한 후 그들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선결과제인데, 행정수도만 이전한다고 해서 수도권 과밀 억제라는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 피상적인 정책을 쓰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도권 집중의 근본 원인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관료 기구에 의한 전횡적인 의사결정 ▲만나서 밥 먹고 술 먹어야 관청 일이 해결되는 대면 행정 시스템 ▲사회간접자본 및 생산시설의 계속된 수도권 편중 투자 ▲우수한 교육시설 ▲수도권의 성장제약 원인을 완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 ▲지방재정의 취약과 지원 인색 등이다. 이들 근본 원인을 제거함이 없이 행정수도만을 이전한다 해서 결코 수도권 과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위에서 지적한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일이 중요하고 나아가 자원 배분을 과감히 지방에 분산시키고 행정과 재정의 분권화를 촉진하고 지방재정을 강화하는 길만이 수도권 집중을 막는 길이다. 수도권에 살아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재산 증식도 되고 교육도 잘 받을 수 있고 좋은 물도 마실 수 있다면 수도권 집중은 막을 길이 없다. 행정수도 이전은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며 이는 각 지방에 돌아갈 재원을 제약할 것이고 오히려 지역 격차만 더 벌려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특히 행정수도가 수도권 변경에 설치되면 가족들은 서울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단순히 부임하거나 출퇴근하는 공무원만 양산하게 되며 교통 혼잡은 심해지고 인구 분산은 미미할 것이다.”

더군다나 행정부만 이전하고 사법부와 의회를 서울에 남겨둠에 따른 행정의 비효율을 따진다면 그 폐해는 엄청나다. 늦은 감이 있으나 국회라도 세종시에 완전 이전한다면 행정의 효율 차원에서는 조금이나마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수도권 과밀 억제 정책은 실패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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