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각각] 한국인 곰 한 마리에 과몰입, 이재명식 `셰셰`인가

이규화 2024. 4. 5. 01: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귀엽고 매력적인 외모가 수단화 촉진
수천명 도열해 환송, 눈물을 흘리기도
우리 외교부 '출국' 브리핑 안 내 다행
판다이미지로 신장 인권탄압실태 희석
판다 과몰입, 中共 공정에 매몰될 수도

요 며칠 한국의 신문과 방송들은 곰 한 마리의 동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한국에서 번식돼 중국으로 이송되는 판다곰에 관한 기사와 영상으로 홍수를 이뤘다. '푸바오'라는 이 판다곰은 3일 VVIP급 대우를 받으며 전세 항공기에 실려 쓰촨성 청두로 이송됐다. 이 곰에 얽힌 '감동의 스토리'는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사육을 담당했던 사육사에 관한 얘기다. 어머니 상(喪)을 당한 그 사육사는 상주로서 어머니를 모시는 것보다 곰의 안전한 이송을 위한 동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사육사는 '평소 푸바오를 아꼈던 어머니도 푸바오의 안전한 중국행에 동승하는 것을 이해하실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대체 곰 한 마리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어머니 장례보다도 곰의 안전한 이송이 중요한 걸까.

◇눈물 잔치된 곰 이송 현장

이러한 현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다. 과몰입이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곰이 사육됐던 유원지에는 그 곰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지방에서 새벽에 올라와 몇 시간 죽치고 기다린 사람도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원지 회사가 판다곰 배웅행사를 푸짐하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수천 명의 인파가 도열한 가운데 곰을 실은 차량이 천천히 움직일 때 사육사들은 곰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그 자리에는 판다곰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표 방송 KBS는 멀리 쓰촨성 청두에 곰이 도착하는 소식을 전했다. 방송은 "수의사가 맨손가락으로 푸바오를 찌르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며 '홀대'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한국의 사육사가 "중국 사육사분들의 판다 양육 능력이 높기에 (손으로 쿡쿡 찌르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모습도 전했다. '애지중지'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그나마 우리 외교부 대변인이 판다곰의 '출국'에 논평이나 브리핑을 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중국은 이 곰이 도착한 날 외교부 대변인 왕원빈이 "푸바오의 귀국을 환영합니다"라는 브리핑을 했다. 중국은 그렇다 치고 우리까지 성명을 낼 필요는 없었는데, 우리 외교부가 '쿨하게도' 성명을 안 냈다. 반면 에버랜드가 있는 용인특례시는 좀 오버했다. 이 곰한테 명예시민증을 수여한 것.

◇장사는 되지만 너무 비싼 대여비와 '식비'

판다곰은 희귀멸종 동물로 지정돼 있다. 중국 정부와 세계야생생물기금(WWF) 등이 보호종으로 각별히 보살피고 있다. 판다의 서식처는 특이하게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 동남부 쓰촨성 일대에 한정돼 있다. 자연상태의 판다는 2000마리가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판다곰은 그 귀여운 외모로 국제외교 무대에도 일찌감치 등장했다. 중국공산당(중공)은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 방중에 대한 답례로 판다곰을 미국에 대여했다. 이후 지금까지 이른바 '판다외교'를 벌이고 있다. 친선우호의 상징으로 판다를 10년간 대여하는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대여된 판다가 새끼를 낳으면 4세가 되기 전에 중국으로 이송하는 것이 중국과 피대여국간 맺는 일반적 계약이다. 푸바오도 그 계약에 따라 이송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시진핑 주석이 방한 선물로 판다 대여를 약속했고, 2016년 한 쌍이 들어와 에버랜드에서 사육되고 있다. 푸바오는 그 곰들이 낳은 새끼다.

판다곰을 중국으로부터 대여해 사육하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이 든다. 판다 1쌍의 매년 대여비는 100만 달러(약 13억500만원)다. 판다는 주로 대나무를 먹기 때문에 원산지인 중국 중남부 지역의 대나무를 수입해 먹이는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은 비용을 초래한다. 새끼를 낳으면 약 5억원을 중국에 기부해야 한다. 사육 중 죽게 되면 한 마리당 6억원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비싼 유지비에도 판다를 대여받기 원하는 국가와 동물원은 즐비하다. 왜냐하면 판다를 보유한 동물원이나 유원지는 판다의 인기로 인해 남는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장료, 굿즈판매, 모델촬영비 등으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중공 판다외교의 이면을 알아야

판다의 귀엽고 매력적인 이미지는 중공(中共)이 대국굴기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첫째, 중공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기 위해 소프트파워를 투사하는데, 판다곰도 그 도구 중 하나다. 판다곰의 이미지를 앞세운 프로파간다는 중공이 신장 위구르족과 티벳 원주민에 대한 검열, 체포, 강제순화교육, 선택적 결혼 등에 쏠리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그로 인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회피한다.

둘째, 판다를 대여받은 국가의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 판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잘 아는 피대여국은 판다 대여국인 중국에 잘 보임으로써 대여 기간을 연장하고자 한다. 이 같은 유인은 새로 판다를 대여받기 위한 국가에도 적용된다. 이 역학관계에서 피대여국은 중국의 이익을 묵인해야 하고 '불평등한 판다 대여계약'를 맺어야 한다. 일종의 현대판 조공(朝貢)이라 할 만하다. 이는 미세하지만 주권 손상으로도 연결될 우려가 있다.

셋째, 판다 외교에 대한 통제권은 중공에 귀속돼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중공은 판다 대여와 번식 프로그램을 엄격하게 규제함으로써 새로운 외교 파트너를 맺거나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판다를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판다외교는 표면적으로는 귀여운 곰의 대여다. 곰을 관람하면 되지 무얼 복잡하게 따지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공이 판다를 단순히 동물 대여만으로 여기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판다를 통한 중공에 대한 이미지 분식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부지불식간에 판다와 중공을 동일시하는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 무비판적으로 퍼나르는 판다 열풍과 이미지는 중공의 공정에 넘어가는 꼴이다.

판다곰에 대한 과몰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공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일 수 있다. 얼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유세현장에서 "중국에 왜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하면 되지"라고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친중적 행태로 체화되고 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논설실장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