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50년 친 테니스 덕에 70대에도 여러 스포츠 즐겨요”
“우리 땐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이에리사, 정현숙 때문에 탁구에 빠져 있었어요. 그런데 테니스가 유행할 때쯤 고려대 상대 동기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있었는데 연구원 코트에서 테니스를 친다고 자랑하는 겁니다. 그래서 KIST로 달려가 저도 배우면서 치게 됐죠.”
목 회장은 다섯 살 때 오른쪽 팔꿈치를 크게 다친 뒤로 왼팔에 의지해 왔다. 당시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지만 더 이상 오른팔이 성장하지 않았다. 왼팔의 3분의2밖에 안 됐다. 이 때문에 학창 시절 초기엔 스포츠와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런 그가 고교 때 스포츠 마니아로 변신했다.
“대전고에 들어갔는데 유도를 주 2시간 무조건 배워야 했어요. 당시 사범님께 ‘전 팔이 이래서 못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일본에서는 다리 하나 없는 사람도 목발 짚고 유도해서 검정 띠를 땄다’며 시켰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되더라고요. 고교 진학 체력장에서 20점 만점에 12점밖에 못 받았던 제가 결국 검정 띠를 땄습니다.”
목 회장이 스포츠에 눈을 뜬 순간이었다. 그는 “유도를 하면서 하체 근력이 좋아지자 다른 스포츠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때부터 다양한 스포츠에 관심을 가졌고 파고들었다. 고려대에 입학해 2학년까지 유도부에서 활동했다. 탁구와 테니스는 물론 배드민턴, 골프까지 즐겼다. 운동 감각이 뛰어나 입문한 스포츠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테니스의 경우 대회에 자주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1989년 골프를 시작하면서는 테니스를 가끔 쳤다. 증권, 투자 회사를 다녔고 웅진루카스투자자문 사장까지 지냈던 그로서는 사업상 필드에서 만나야 할 사람이 많았다. 그는 “골프를 잘 치려면 테니스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인들과 테니스를 치면서 골프도 즐겼다. 그의 골프 베스트 스코어는 이븐파. 요즘엔 다시 테니스에 집중하느라 골프를 가끔 쳐 스코어가 들쭉날쭉하지만 마음먹으면 80대 초반 스코어를 칠 수 있다고 한다.
“저는 유도를 배운 뒤로 사실상 스포츠맨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어요. 운동 자체의 즐거움도 있지만 건강한 신체가 주는 자부심이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사회생활에서도 항상 자신감을 갖고 살았죠.”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고문인 목 회장은 연맹 정기 모임, 그리고 화요일 목요일에 테니스 치는 ‘화목회’ ‘아파트 조기회’ 등에 나가서 테니스를 치고 있다. 가족들과도 테니스를 친다. 그는 테니스를 치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체감한 뒤 1990년대에 가족들도 테니스에 입문시켰다. 특히 프로 바둑기사인 아들 진석 씨(44)와도 자주 테니스를 즐긴다.
목 회장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테니스로 하루를 시작한다. 4년 전부터 살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 아파트 단지 내 테니스 코트에서 주민들과 테니스를 친다. 비가 오면 탁구장으로 간다. 그는 “요즘 아내와 치는 탁구도 즐겁다”고 했다. 테니스로 단련된 탄탄한 체력 덕에 지금도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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