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휘 국힘 후보, 불법 다단계 ‘제이유’ 홍보책임자 이력 논란

최성진 기자 2024. 4. 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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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도 회장, 2조원대 사기로 징역 12년
2004년 이 후보 재직 당시 매출 급성장
이 후보 “3개월 정도 근무…이상함 느껴 퇴사”
이상휘 국민의힘 포항남·울릉 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이상휘 국민의힘 포항남·울릉 후보가 2조원대 피해 규모의 다단계 사기로 떠들썩했던 ‘제이유네트워크’의 홍보책임자를 맡아 이 업체를 대외적으로 알리며 피해 확산에 영향을 미쳤던 정황이 나왔다. 다단계 사기사건 변론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박은정 조국혁신당 후보의 배우자를 겨냥해 ‘다단계 사기 특별법’ 발의를 예고한 여당이 정작 이 후보의 ‘불법 다단계 업체 근무 경력’ 검증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이 후보와 같은 시기에 제이유네트워크에서 근무했으며 이 업체의 설립·폐업 과정을 잘 아는 간부급 직원 ㄱ씨 및 입사 동기 ㄴ씨 증언 등을 종합하면, 이 후보는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 업무직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2004년 1월2일 제이유에 홍보팀장(부장 직위)으로 경력 입사했다. 그는 이때부터 약 6개월간 제이유의 홍보책임자로 일하며 주수도 회장의 경영 방식과 사업확장 계획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후보 재직 기간이 포함된 2004년 제이유의 매출은 1조7천억원대로 급성장했고, 이는 훗날 제이유 다단계 사기 피해규모가 2조1천억원까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ㄱ씨 등의 설명이다.

제이유 입사 이후 이 후보가 주로 언론을 대상으로 이 업체 오너였던 주수도 회장의 ‘온라인 경영’과 제이유의 상품 및 서비스, 사업 확장 계획 등을 활발히 홍보했다는 사실은 당시 일부 경제지 기사에서도 확인된다. 2004년 4월29일 ㅎ경제지는 “다단계 시이오(CEO) 온라인경영 ‘올인’”이라는 제목으로 주수도 회장의 일과와 경영방침 전달 방식, 제이유가 구축한 화상회의 시스템 등을 소개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이상휘 홍보부장’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투입됐지만 경영진과 임직원, 사업자 간 신뢰감 고취와 기업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가 뛰어나다”며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온라인 경영의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두달여 전인 같은 해 2월19일 ㅅ경제지에도 나와 ‘한복, 식당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 상품 판매 계획’을 갖고 있고 ‘어린이집, 학원 관련 사업 등도 검토 중’이라고 알리는 등 제이유가 다양한 서비스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홍보했다.

ㄱ씨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제이유의 홍보 책임자로서 2004년 3월 주수도 회장 등 임원진이 참석하는 기자간담회를 기획하는 등 과거 다단계 업체가 감히 시도하지 못한 과감한 방식의 홍보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많은 판매원들에게 제이유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심어줬다”며 “이 후보의 이런 적극적인 활동과 맞물려 그해 제이유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는 훗날 매출에 따른 판매수당(후원수당) 미지급 사태로 이어지면서 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다단계판매업자 매출액 현황을 보면, 제이유네트워크의 연 매출은 2003년 3642억원에서 이 후보가 홍보 책임자로 활동한 기간과 겹치는 2004년 약 1조7천억원으로 급증했다. 당시 제이유는 판매원들에게 매출액의 35%로 제한된 후원수당을 최대 84%까지 지급하는 방식으로 매출과 판매원 수를 늘렸다. 이는 고스란히 제이유의 부실과 사기 피해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제이유는 2005년 12월 특수판매공제조합에 내야 할 매출담보금을 납부하지 못해 공제거래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후 2006년 3월부터 제이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주수도 회장은 2007년 2조1천억원대 불법 다단계 사기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판매원들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판매수당 지급을 약속하는 사업 방식을 법원은 사기라고 판단했다.

2007년 2월20일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이 서울 동부지법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 후보의 제이유 근무 경력은 지난 2월 국민의힘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모든 공천 신청자에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범죄사실소명서와 함께 ‘자기검증진술서’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했다. 자기검증진술서의 90·91번 항목은 ‘다단계 업체 등 사회적 비난의 소지가 있는 기업 관련 활동을 한 경험이 있나’ 등 신청자 본인과 가족의 다단계 업체 관련성을 묻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검사 출신 최용규 예비후보 등 상대 진영에서 제이유 근무 경력을 문제삼자 이 후보 쪽은 일부 언론을 통해 ‘제이유에 입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3개월 정도 직무수행 교육을 받고 업무배치 과정에서 이상함을 감지하고 퇴사했다’, ‘짧은 직무교육 과정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오마이뉴스 모 기자에게 제보하는 등 제이유그룹의 비리가 공론화되도록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취지로 반론했다.

이에 대해 ㄱ씨는 “내가 기억하는 이 후보 근무 기간은 2004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에 이르며, 이 후보가 제이유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는 과정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나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제이유 피해자들이 알고 있다”며 “이 후보가 양심이 있다면 ‘직무교육만 받고 나왔다’는 식으로 과거를 부정할 게 아니라 자신이 결과적으로 주수도의 불법 다단계 사기 사건에 가담해 자살 사태 등 수많은 피해자 양산에 일조한 데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먼저 보이는 게 도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이유 사건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은 그가 퇴사한 시점으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난 2006년 초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며 “그가 그 이후 어떤 기자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든, 주수도를 도와 제이유 다단계 사기 피해를 키운 사람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는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해명했고, 선거관리위원회에도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며 “거기에 대해서는 내가 더 이상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후 한겨레는 이 후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이유 입사 및 퇴사 시점, 근무 기간’, ‘홍보 책임자로서 제이유에서 적극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 ‘오마이뉴스 제보 시점·내용 및 결과’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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