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규모 매머드 터미널 완벽 시공… 공항 운영 역량도 쌓아 [연중기획-'K건설' 해외수주 1조弗 시대로]

채명준 2024. 4. 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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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
5년에 걸쳐 3층 규모 제 3터미널 건설
기존 두 터미널 합친 규모 4배에 달해
축구장 15개 면적 공터엔 계류장 지어
운영 앞두고 수하물분류 시운전 한창
HSIA 확장으로 연간 승객수 2배로
삼성서 공항 관리 소프트웨어도 담당
“향후 공항공사처럼 운영 분야에 도전”
지하철공사 등 새 사업 러브콜 이어져
총리, 두 차례 현장 찾아 만족감 보여
삼성물산 ‘안전제일’ 신념 현지에 정평
3월 무재해 ‘4000만인시’ 돌파 기록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던 건설산업이 이제 해외에서 ‘K건설’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건설산업은 과거 하도급 차원을 벗어나 복잡다단한 공항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등 명실공히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를 인정받아 유럽의 대형원전 시장에서부터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사업까지 존재감을 드러내며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건설업계의 위상에 발맞춰 정부는 해외건설 누적수주 1조달러(약 1340조원) 달성을 올해 목표로 제시하며 인프라 금융지원 강화 및 개발금융 확대 등 전폭적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관 합동 해외사업 수주지원단 ‘원팀코리아’도 건설사들의 해외 도약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누적수주액은 9638억달러(약 1263조4454억원)로 올해의 매직넘버는 ‘400억달러’(약 54조1160억원)입니다.
 
현재 세계 방방곡곡에서 건설사들이 흘리는 땀방울은 해외 누적수주 1조달러의 잔을 흘러넘치게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의 건설산업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가 이들의 땀에 달려 있습니다. 세계일보가 K건설의 새 역사의 기록을 후대에 남기는 심정으로 이달부터 주요 건설사 해외건설 현장 소식을 전합니다.
 
공사 중인 방글라데시의 ‘다카 하즈라트 샤흐잘랄 국제공항’(HSIA) 제3터미널 1층 내부 모습. 천장의 무늬는 방글라데시 국화인 연꽃을 표현한 것이다. 삼성물산 제공
“한국인이라고? 저기 옆에 짓고 있는 공항도 한국의 삼성물산이 짓고 있잖아.”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공항에서 마주친 하킴(48)은 기자가 한국인임을 밝히자 한껏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루의 절반을 공항에서 보낸다는 그는 “지금 공항은 너무 낡아서 일하기 힘들다”며 “삼성이 짓는 공항을 하루빨리 이용하고 싶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그의 신뢰는 깊어 보였다. 그는 “삼성 덕분에 우리나라에 새 공항도, 양질의 일자리도 생겼다”며 “뭐든 빠르고 완벽하게 해내는 한국이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길로 이끌어 주길 바란다”며 악수를 청했다.

고금리 및 고물가 장기화의 여파로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건설업계가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봉쇄령’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다카 하즈라트 샤흐잘랄 국제공항’(HSIA) 확장 공사 기일을 지켜내며 방글라데시 정부와 시민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쌓고 있다. 

아울러 안전 불모지인 방글라데시에 한국의 선진 ‘안전 문화’를 전파함으로써 현지 직원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칭찬을 자아낸다. 삼성물산이 방글라데시에 짓고 있는 것은 비단 터미널뿐이 아닌 ‘한국의 이미지’였다.

◆2조여원 규모 공사…기존 터미널의 4배

공항 도착 다음 날 방문한 현장은 오전 7시임에도 이미 작업이 한창이었다. 안전모와 안전화, 형광 조끼를 입은 근로자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삼성물산은 2019년 12월, 방글라데시 항공청이 발주한 HSIA 확장 공사의 본계약을 약 1조9196억원에 체결했다. 현지에서 시공사의 정식 명칭은 ADC(Aviation Dhaka Consortium)다.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후지타건설, 삼성물산 3사가 컨소시엄을 이루지만 삼성이 89.8%의 높은 지분율로 사실상 모든 공사를 수행 중이다.

수많은 근로자를 지나쳐 도착한 곳에는 지름이 150㎝가량 돼 보이는 원형 기둥들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었다. 신축 공사 중인 3터미널의 외관이었다. 3터미널은 약 22만6000㎡ 규모의 3층 건물로, 단층 건물인 기존 두 터미널을 합친 것보다 4배 크다.

내부로 들어서니 느껴지는 웅장함과 화려함은 배가 됐다. 얼굴이 비칠 정도로 잘 닦인 바닥에서 시선을 위로 옮기니 방글라데시의 국화인 연꽃이 천장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이곳이 국가대표 공항임을 뽐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24개의 웅덩이가 있던 총면적 3.3㎢(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 15개 규모) 공터에는 비행기의 주차장 격인 계류장이 들어섰다. 항공기가 계류장과 활주로를 오가는 이동로인 택시웨이도 기존 2개에서 2개가 추가됐다. 이외에도 커지는 공항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공급 및 공기순환 시설과 주차동 등 부속건물 11개 동이 공사 막바지에 다다른 상태였다. 1층에 위치한 수하물분류시설(BHS)에 들어서니 마치 이미 공항이 운영 중인 듯 수백 개의 여행용캐리어와 짐보따리가 쌓여 있었다. 실제 운영을 시작하기 전, 수화물분류가 원활히 이뤄지는지 시험하기 위한 용도라고 직원이 설명했다. 

HSIA 제3터미널 1층에 위치한 수하물분류시설(BHS)의 모습. 연간 승객 1600만명의 여행용 캐리어 등 수화물을 목적지에 맞게 분류하기 위해 수백 번의 시운전을 거친다. 삼성물산 제공
◆“공항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섭렵…향후 공항 운영”

3터미널이 개관하면 HSIA에는 연간 1600만명의 승객이 오가고 80만t의 화물이 유통될 전망이다. 현재 800만명·20만t 규모에서 승객 수는 2배, 화물 처리량은 4배가량 커지는 셈이다. 게이트 수도 26개에 달한다. 이는 연간 승객 3400만명·물동량 28만t·게이트 15개인 김포공항보다 조금 작은 규모다. 이 공항의 건설은 최근 5년간 연평균 6%대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고 올해도 6.5% 성장이 전망되는 방글라데시가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삼성물산은 이번 HSIA 시공을 계기로 뛰어난 시공 기술에 더해 공항 운영 역량까지 겸비한 회사로 한 단계 도약했다. 이전에는 부분적으로 공항 시공 경험을 쌓았다면, 이번에는 BHS, 보안, 화물 분류 시스템 등 공항 전체 시공과 더불어 ‘공항 관리 체계’ 등의 소프트웨어까지 담당했기 때문이다.      

HSIA 확장 공사 현장 총책임자인 강경주 삼성물산 상무는 “삼성이 공항 시공을 여러 번 했지만 이번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공항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모두 맡아서 진행한 것은 처음”이라며 “삼성이 공항의 소프트웨어 역량까지 갖춘 덕분에 향후에는 공항공사처럼 공항 운영 분야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탑승동 확장공사, 교통센터)과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매립공사)에, 몽골 울란바토르 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설과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지반개량 공사 등에 참여했다. 

흠잡을 곳 없는 프로젝트의 높은 완성도는 새로운 사업 기회로 연결되고 있다. 강 상무는 “이번 프로젝트로 방글라데시 정부와 신뢰가 쌓이면서 태양광이나 국립크리켓경기장, 지하철 공사 등 여러 제안을 받고 있다”며 “현재 공항 메인도로 밑 지하철 1호선 연결공사 입찰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봉쇄령에도 공사기한 지켜…신뢰 높아

HSIA의 공정률은 3월 현재 95%로 일부 구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사가 계약대로 4월에 맞춰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방글라데시 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공사기간(2020년 4월∼2024년 4월)의 대부분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령 등으로 방해받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보다 먼저 착공한 근처 고가도로의 경우 준공일이 2년가량 미뤄지기도 했다.

이런 삼성물산의 성과는 방글라데시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로 이어졌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공식적으로 두 차례 공사 현장에 방문해 만족감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HSIA 가개관식에 참석한 하시나 총리는 “한때 홍콩과 싱가포르가, 지금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가 국제선의 허브로 자리하고 있듯이 방글라데시가 서쪽과 동쪽을 잇는 새로운 허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코로나19 사태에도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있었던 데는 ‘안전제일’이라는 철학이 자리한다. 공항 건설 현장에서는 ‘안전 없이는 절대 일하지 말아라’, ‘안전을 알면 사고는 없다’ 등의 안전 플래카드를 10m 간격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공항 현장에서 차량으로 30분 정도 거리엔 ‘안전학교’도 운영 중이다. 공사현장에서 안전모 미착용은 물론 슬리퍼를 신는 일도 다반사인 방글라데시에 안전문화를 심어달라는 발주처의 요구로 설립됐다고 한다. 

안전학교에서는 추락과 화재, 장비협착 등 공사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고를 안전한 조건에서 직접 체험하고 보호구 착용 중요성과 대처법에 대한 교육을 한다. 2020년 10월 개소 이래 8000명이 이수했으며, 미래 방글라데시 건설주역 교육을 위해 현지 정부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HSIA 공사현장은 지난달 무재해 ‘4000만인시’를 돌파했다. 1명이 1시간 동안 근무한 것이 ‘1인시’로 이는 1만명이 4000시간 동안 사고 없이 일한 셈이다.

이러한 삼성물산의 안전에 대한 신념은 현지 정부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정평이 나 있었다. 봉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당국의 허가를 받고 공사를 속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카(방글라데시)=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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