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갑 ‘40년 토박이’의 호소 “左목동·右강남 시대 부활을” [금배지 원정대]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4. 4. 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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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원정대-48]
서울 양천갑 구자룡 국민의힘 후보
목동 14개 단지 품은 ‘서부권 대장’
지난 20년 간 발전 지체돼
“강남과 격차 커졌다” 주민 불만
1979년부터 양천갑 살아온
최초의 ‘토박이 보수 후보’
“4년 내 재건축·목동선 해결”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Q. 구자룡에게 금배지란? A. 국민에 대한 약속과 책임. Q. 구자룡에게 정치란? A.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
4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국민의힘 구자룡 서울 양천갑 후보. [사진=한주형 기자]
목동 14개 단지를 오롯이 품은 서울 양천갑은 지난 40여 년 간 자타공인 ‘서부 수도권의 대장’이었다. 2000년대까진 강남과도 대등한 시세를 형성했다. 양천갑 거주민들은 이때를 ‘좌목동·우강남 시대’, ‘목동의 리즈 시절’이라 부르기도 한다.

강남과의 차이가 벌어진 건 그 이후부터다. 2010년대 들어 서초구 잠원동·반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은 잇따른 재건축 사업 성공으로 환골탈태했다. 강남을 지나는 교통 인프라스트럭처도 갈수록 촘촘해졌다. 서울지하철 9호선, 신분당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알짜배기 노선이 연달아 들어온 것이다.

반면 양천갑은 과거 9호선과 GTX 노선 유치에 실패하며 ‘교통소외 지역’으로 전락했다. 지난 2000년부터 소문만 떠도는 목동선 경전철 사업도 20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그 사이 지하주차장도 없는 구축 아파트에서 주차난과 씨름하는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여전한 자부심,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강남을 바라보며 깎여가는 자존심. 현재 양천갑 주민을 지배하는 두 가지 모순된 정서다.

최초의 ‘양천갑 토박이’ 출신 보수 후보
지난 4일 지역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구자룡 국민의힘 양천갑 후보는 낡아만 가는 목동의 현실에 대해 “전적으로 이 지역구에서 활동해 온 정치인들의 무관심 탓”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차분하고 단정한 외모였지만 지역구 얘기가 나오면 열변을 토했다.

1978년생인 구 후보는 이듬해 양천갑 지역으로 이사 온 뒤 일생의 대부분인 40여 년을 이 곳에서만 살아온 ‘토박이’다. 지난해 정계에 입문한 정치신인이지만 올해 초 국민의힘 경선에서 조수진 비례대표 의원, 정미경 전 의원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연이어 꺾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구 후보는 “이 지역 연고가 확실한 보수 후보가 처음으로 나왔다는 점을 지역 주민들께서 잘 알고 계셨던 덕”이라며 “‘영광의 시절을 되돌려 달라’는 주민들의 열망에 반드시 응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1호 영입인재로 입당···이후 한동훈號 비대위원으로
구 후보와 양천갑의 인연은 지난 1979년 구 후보의 부모님이 이 지역에 주택을 지어 살기 시작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 내 유치원부터 시작해 양화초·양동중·양정고를 졸업한 뒤 홍익대 법대에 진학했다. 이후 양천도서관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해 2008년 합격했고 변호사(사법연수원 40기)가 됐다. 신혼 생활도 부모님 집에서 부모님과 층을 나눠 쓰며 하는 등 거의 평생을 양천갑 지역에서 보냈다.

구 후보는 지난해 가을께 국민의힘에서 인재 영입 제의를 받았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종종 방송 패널로 나와 얼굴을 알린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정치권의 제안을 받고 구 후보는 고민이 깊어졌다. 그동안 정치 입문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무력하게 패배하고 민심이 등을 돌리자 그의 생각이 달라졌다. 구 후보는 “당의 미래가 너무 어두워 보였고,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누구든 뛰쳐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내 몸이라도 한 번 불살라 보자는 생각으로 제안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영입인재 1호’로 입당한 구 후보는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함과 동시에 비대위원으로 임명됐다. 지난달 30일에는 한 위원장과 함께 양천갑 내 위치한 깨비시장을 찾아 합동유세를 하는 등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구 후보는 “집 근처에 위치한 깨비시장은 어릴 적에 자주 뛰어놀았던 장소지만,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인 게 발전이 없던 우리 지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누구보다 이 지역을 사랑하는 만큼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4년 내 재건축 관련 행정 문제 해결···목동선 예타면제 추진”
국민의힘 구자룡 서울 양천갑 후보. [사진=한주형 기자]
서울 내 대표적 격전지로 꼽히는 양천갑은 ‘당보단 인물을 보겠다’는 정서가 강하다. 재건축과 교통 두 가지 과제 해결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크다.

과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리 3선을 하는 등 ‘보수 텃밭’으로 꼽히던 이 지역이 8년 전부터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넘어가게 된 것도 이 지역 보수 정치인들이 두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여론이 조성된 탓이 크다.

황 의원 역시 목동초·장훈중·강서고를 나온 지역구 토박이이자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부동산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워 지난 20·21대 총선에서 연이어 당선됐다. 이번 총선을 통해 3선 중진으로 올라서면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아 양천갑의 숙원 사업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구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오세훈 서울시장·이기재 구청장에 이어 본인까지 당선되어야 양천갑에서 국민의힘 ‘원 팀’이 결성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최근 공사비 문제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는 점 등을 고려한 ‘공사비분쟁방지법’을 입법해 미리 건설 관련 시비를 차단하겠다”며 “법률가로서 4년 내 재건축 관련 행정 문제는 완전히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구 주민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토지거래허가제 또한 서울시와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조기에 해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교통 문제와 관련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해 목동선 조기 착공을 추진하겠다는게 구 후보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 전체에 단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예타 기준을 여러 권역으로 쪼개 서울 내 지역 간 교통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구 후보는 “서울 서남권 등 교통 소외 지역과 강남에 적용되는 예타 기준이 똑같다. 축구로 치면 ‘죽음의 조’로 묶인 상황”이라며 “국가재정법 개정안 입법을 통해 보다 유연한 예타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정지선에 위치한 신정차량기지 이전에 대해서도 “얼마 전 오세훈 시장을 만나 기지 이전에 대해 건의를 전달했고, 그 뒤로도 계속 전화하면서 소통하고 있다”며 “오 시장도 ‘좋은 내용인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정동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신정차량기지 이전은 현재 김포시 등으로의 이전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정차량기지가 이전될 경우 해당 부지엔 대형 복합문화시설 등을 조성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구 후보는 또 △목동 유수지에 첨단 마이스(MICE) 단지 ‘양천 코엑스’ 건설 △목동 홈플러스 이전 부지에 글로벌 대기업 유치 △오목교와 파리공원을 잇는 교육밸리 형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구 후보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학교폭력위원회 위원, 학교 고문 변호사 등을 거쳤으며 현재도 학교 법인 이사직을 맡는 등 교육계와도 연을 맺고 있다.

“4년 뒤 ‘구자룡이 우리 지역서 이건 해냈지’란 말 듣고 싶다”
구 후보는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에 반응해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게 정치인의 핵심 윤리라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 동네에서 ‘이 국회의원이 이건 했었지’란 인상을 남겼던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는 그러면서 “여의도에 입성한다면 말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우리 지역에서 그래도 구자룡이 이건 해냈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금배지 원정대’는 2024년 4월 10일 열리는 22대 총선에 출마한 정치인을 소개하고, 해당 지역구를 분석해보는 매일경제신문 정치부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현역 의원은 물론 정치 신인까지 집중 추적해 유권자 여러분의 선택을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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