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환송 속 중국으로…"사육곰 300여마리도 관심을"

임철휘 기자 2024. 4. 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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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곰 종식법' 후 300마리 처리 고심
작년 12월 284마리 웅담 채취 사육곰
"120마리 수용이 최대…180여마리는?"
"동물 관심이 복지 관점에서 이뤄져야"
[용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대중에 공개 마지막 날인 푸바오가 3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강철원, 송영관 사육사가 선물한 대나무 장난감을 안고 누워 있다. 푸바오는 오는 4일부터 판다월드 내실에서 야생동물 이동에 대한 국제 규정에 따라 건강, 검역 관리를 받고 이송 케이지 사전 적응 훈련도 진행한다. 2024.03.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전날(3일) 뜨거운 배웅 속에 중국으로 떠난 가운데, 동물권 단체들은 이같은 관심을 국내에 남은 300여마리 사육곰들에게도 쏟아달라고 호소했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농가 21곳에서 곰 322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 중 웅담 채취 목적의 사육곰은 284마리(18곳), 개인 전시용 사육곰이 38마리(3곳)다.

사육곰 대다수는 반달가슴곰이다. 반달가슴곰은 환경부 지정 천연기념물 제329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하지만 문화재보호법이 반달가슴곰 중 한국 아종만 천연기념물로 인정하면서 70~80년대 일본과 대만·중국 등에서 수입된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육곰으로 남아있다.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지난 2022년 12월8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의 한 곰 사육농장에서 곰 3마리가 탈출한 가운데 사살된 곰이 쓰러져 있다. 2022.12.09. (사진=울주군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육곰들은 그간 열악한 사육환경과 학대, 탈출로 인한 사고 등으로 숱한 논란이 돼왔다.

지난해 12월17일 충남 당진시의 사육곰 농장에서 탈출한 곰 한 마리가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상태였지만, 사육장 곳곳이 녹슬거나 부식되는 등 낙후된 상태였다고 한다. 그 한 해 전인 2022년 12월에도 울산 울주군에서 곰 세 마리가 농장에서 탈출해 사살되기도 했다.

멸종위기종인 곰에 대한 보호 여론과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웅담 수요는 줄어들면서, 지난해 12월20일 마침내 사육곰 산업의 종식을 법제화하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사육곰 종식법)이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2026년부터는 누구든 사육곰을 소유·사육·증식할 수 없고, 사육곰과 그 부속물(웅담)을 양도·양수·운반·보관·섭취할 수 없게 됐다. 사육을 포기한 곰에 대한 보호시설 설치나 재정 지원 등 규정도 마련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보호시설을 직접 설치·운영하거나 공공기관·법인·단체에 위탁해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전남 구례와 충남 서천에는 곰 보호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숱한 논란을 만들어 온 사육곰 문제가 40여년 만에 끝을 바라보는 셈이다.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지난 1월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제주자연생태공원에 입주한 반달가슴곰이 적응기간을 마치고 생태학습장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 제주에 보금자리를 튼 반달가슴곰 4마리는 곰 사육 종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호시설로 이송된 개체다. 지난해 1월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곰 사육농가, 동물단체는 2025년까지 곰 사육 종식을 합의했다. 2024.01.05. woo1223@newsis.com


문제는 남아있는 300여마리의 사육곰의 처리 방안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짓고 있는 보호시설 2곳이 수용할 수 있는 사육곰은 최대 120마리로 추산되는데, 동물권 단체에 따르면 나머지 180여마리의 사육곰에 대한 대책은 없다시피 하다.

사육곰 구조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최태규 대표는 "정부에서는 나머지 180여마리를 '자연 감소분'이라고 표현하고 '그때 가서 조사하면 되지 않겠느냐' '어차피 다 데리고 들어올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얘기한다"며 "우리는 민간 보호시설을 만들어서 최대한 수용을 해보려고 애를 쓰는데 지원되는 예산도, 땅도 없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각 농가가 사육하는 곰들을 데리고 와 보호시설에 수용시키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최 대표는 "농가의 사육곰에 대한 자발적 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법에 따라 곰 나이가 10살 이상이 돼야 도축할 수 있어서 농가 측에서는 10년 동안의 사육비를 산술적으로 따진 2000만원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도 "상당수 농가가 곰을 팔겠다고 해서 곰들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구조해서 보호시설로 보내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계 종사자들은 오랜 기간 사육한 데에 대한 상당한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권 단체는 이번 푸바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사육곰에게도 보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전 대표는 "철창 속에서 신음하는 반달가슴곰들도 지금 사랑받는 푸바오와 같은 곰이다. 푸바오를 애정한 만큼 철창을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반달가슴곰들에 대해서도 애정과 사랑을 좀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대표는 "푸바오 열풍을 보면서 동물을 귀여움으로만 소비하고 대상화하는 관점에 불편했다"면서도 "그런데 푸바오가 검역받는 과정에서 동물복지 문제가 제기돼 팬덤의 관심이 동물 복지에 옮겨갈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동물 복지 관점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워룽=신화/뉴시스] 4일(현지시각) 중국 쓰촨성의 워룽 중화자이언트판다원 선수핑 기지에서 푸바오가 노닐고 있다. 3일 이곳에 도착한 푸바오는 선수핑 기지에서 한 달간 격리하며 중국 생활에 적응하게 된다. 2024.04.04.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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