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은행은 왜 ‘무림고수’ 게임을 쓰나… Z세대 단골 만드는 법

홍준기 기자 2024. 4. 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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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베스트 비자 수석 이코노미스트, “Z세대 부상, 온라인 결제 보편화 등이 ‘넥스트 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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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베스트 비자(VISA)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래픽=김의균

홍콩 최대 인터넷 은행인 ZA뱅크 앱에 접속하면 ‘무림 고수’에 도전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과녁을 향해 칼을 날리는 식의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온라인 게임처럼 경험치(게임 내 점수)를 쌓을 수 있다. 매일 앱에 접속해 출석 체크를 하고, 은행 서비스와 관련한 퀴즈를 풀어도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 이벤트 기간 게임에서 가장 많은 경험치를 모은 사람에게 3만9999홍콩달러(약 690만원)와 함께 고전 무협 소설 전집이 보상으로 나간다. ZA뱅크는 2020년 3월 문을 연 신생 은행으로, 퀘스트(게임 속 임무)를 통해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인다는 평이다.

이미 전 세계 인구의 과반이 MZ세대(198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 출생)로 채워진 만큼 기업들도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맞춤형 전략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거래가 보편화한 시대에 ‘가격 할인’이나 ‘포인트나 우대 금리’ 같은 금전적 혜택만으로는 젊은 고객을 유혹하기 어렵다. 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VISA)의 웨인 베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EEKLY BIZ와 서울에서 만나 “ZA뱅크처럼 재미를 주거나 아니면 소비에 의미를 부여해 ‘정서적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온라인 위주로 재편되는 산업에서 젊은 소비자를 붙잡아 둘 방법”이라며 “금전적 혜택 위주의 ‘거래적 충성도’만으로는 고객을 잡아두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베스트 이코노미스트는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전력 산업 분석 및 컨설팅 관련 업무를 하다가 1990년 비자에 입사했다. 이후 30년 넘게 비자에서 소비자의 지출 패턴 분석 등을 담당한 소비자 마케팅 ‘전략통’으로 통한다.

◇Z세대 소비자를 잡아라

-Z세대 소비가 얼마나 늘까.

“미국 센서스국 등에 따르면, 2020년 MZ세대는 세계 인구의 47%를 차지했다. 그런데 2030년이면 56%로 늘 전망이다. 비자는 2022년부터 2035년 사이 미국에서 세대별 지출 규모가 얼마나 늘거나 줄지 시뮬레이션해 봤다. 그 결과 Z세대는 (한 살씩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연평균 17%씩 소비가 증가한다.반면 X세대는 1%씩 느는 데 그치고, 베이비부머는 5%씩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김의균

-여전히 X세대(1965~1980년생)의 지출이 크지 않은가.

“현재로선 그렇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지출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47~49세다. 보통 X세대(1965~1980년생)라고 부르는 세대다. X세대 소비자는 수도 많고, 소득수준이나 지출 규모도 크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세대별 지출 규모보다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X세대나 베이비부머는 여전히 기업에 중요한 고객층이지만, 이들만 붙잡아 두려고 하는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재미와 의미 살려야 ‘단골’ 생겨”

-Z세대 소비자의 부상이 가져온 변화는.

“Z세대의 부상과 함께 온라인 결제 규모가 늘었다. 우선 새로운 소비자층인 MZ세대 상당수가 인터넷 보급 이후에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다. 고령 소비자들도 음식 배달이나 의료 서비스 같은 영역에선 온라인 결제에 능숙해진 모습이다. 기업의 충성도 확보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온라인 거래에선 소비자들이 가격이나 품질, 서비스를 비교하며 구매처를 바꾸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온라인 거래에서 Z세대 ‘단골’을 많이 만들려면.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같이 경제적인 이익을 주는 ‘거래적 충성도(transactional loyalty)’ 전략으로는 온라인 거래에서 Z세대 소비자를 공략하기에 한계가 있다. 재미 혹은 사회적 의미를 앞세워 정서적 충성도를 얻어야 한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으로 재미를 주거나, 친환경이나 인권 같은 사회적 가치를 연계해야 한다. 예컨대 항공사가 렌터카 회사와 계약하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빌리는 고객에게 항공료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기업 발전에도 관심이 많다. 호텔이나 렌터카 업체가 지역 기업·지역 명소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사라지는 쇼핑 시즌

-온라인 결제로 인한 쇼핑 패턴 변화는?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쇼핑 ‘대목’이 사라지는 추세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너무나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되면서 소비가 (특정 시즌에 몰리지 않고) 골고루 분산되고 있다. 전자 상거래의 성장으로 2000년 미국 내 상품 판매의 8%(판매액 기준) 정도만 온라인 거래를 통해 이뤄졌는데, 지난해에는 24%까지 높아졌다. 2000년에는 미국 내 소비자들이 12월에 물건을 사는 데 쓴 돈이 월평균 구매액보다 26%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차이가 8% 정도로 좁혀졌다.”

-Z세대 소비자의 부상과 온라인 결제 보편화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는 Z세대 소비자의 부상과 온라인 결제 보편화, 이에 따른 쇼핑 시점의 분산을 진정한 의미의 ‘넥스트 노멀’이라고 본다. 2020년 이후 코로나 사태와 동시다발적인 금리 인상,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최근까지도 세계 경제는 ‘버그(오류) 때문에 느려진 컴퓨터’ 같았다. 소비의 넥스트 노멀은 마치 컴퓨터 재부팅의 효과처럼 세계 경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성장세를 되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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