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정보 천국 ‘레딧’, AI 훈련에 쓰일 ‘인간의 경험’을 팔려고 한다

김신영 기자 2024. 4. 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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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Weekly Biz 밑줄 쫙] 286쪽 레딧 증권등록신고서로 분석한 5가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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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미국의 커뮤니티 플랫폼 서비스인 ‘레딧(Reddit)’이 지난달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공모가를 34달러로 설정한 레딧은 47달러에 거래를 시작했고 첫날 주가가 한때 56.50달러까지 오르며 공모가 대비 70% 가까이 폭등했다. 이후 초기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고 공매도 투자자들의 공략 대상이 되면서 주가가 많이 하락해 3일 46.9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05년 창업한 레딧은 한국의 ‘디시인사이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제각각 게시판(레딧 세상에선 ‘서브 레딧’이라 부른다)을 만들어 자유롭게 글을 올리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게시판을 잔뜩 모아놓은 공간인 셈이다. 이 회사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고, 전 세계 사용자가 제각각 올린 게시물은 어떻게 ‘돈’이 될 수 있을까. 레딧이 증시 상장을 위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86쪽짜리 증권등록신고서(S-1, 이후 ‘신고서’)를 밑줄 치며 분석했다. 그중 흥미로운 사실을 정리해 소개한다.

그래픽=김의균

◇1. 아직은 광고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이다

매출이 계속 늘고는 있지만 레딧은 아직 적자 회사다. 신고서에 따르면 레딧의 지난해 매출은 8억400만달러(약 1조800억원)로 전년(6억6670만달러) 대비 21% 늘었다. 하지만 비용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이 여전히 1억4016만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레딧은 적자 폭이 줄고 있어(2022년 영업이익은 1억7216만달러 적자로 더 컸다) 곧 흑자 전환을 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레딧 매출 중 대부분이 광고 수익인 상황이다. 신고서는 “2022·2023년 매출의 약 98%가 광고에서 나왔다. 아울러 소수 광고주가 광고 매출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10대 광고주가 두 해 광고 매출 중 28%, 26%를 차지했다”고 적고 있다. 레딧은 이런 매출 쏠림 현상이 미래의 위험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대형 광고주와 사이가 틀어지거나 (레딧의)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고 평가될 때는 회사 매출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2. ‘AI 훈련’에 쓰일 ‘인간의 경험’을 팔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레딧은 매출을 다각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게시판 커뮤니티 서비스가 광고 말고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레딧은 신고서에 둘을 적시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사업, 그리고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상거래 서비스다. 레딧은 특히 시장이 빠르게 확장 중인 AI 분야를 유망하다고 보았다. 최근 급속하게 발전 중인 챗GPT 등 ‘대규모 언어 모델(LLM) AI’ 개발을 위해 레딧의 데이터를 팔아 수익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LLM은 인간의 언어로 된 정보를 대량 학습해 개발하는 AI를 뜻하는데, 지금까지 축적된 레딧의 게시물들이 바로 이 ‘인간의 언어로 된 정보’를 가장 잘 공급할 원천이라고 보는 것이다. 신고서를 인용한다. “지난 18년에 걸쳐 레딧은 인간의 경험을 모은 인터넷의 가장 큰 열린 아카이브(보관소)로 성장했다. 10억건이 넘는 게시물과 160억건이 넘는 댓글(2023년 말 기준), 하루 평균 120만건 정도 올라오는 새 게시물 및 750만건 정도 생성되는 댓글 등은 레딧을 인터넷의 가장 큰 정보 뭉치로 만들어준다. 우리의 이런 정보는 LLM 기반 AI에 특히 중요하다.”

레딧은 이미 2~3년 정도의 단기 계약들을 통해 AI 기업에 데이터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총 2억3000만달러, 2024년 한 해 동안 약 6640만달러 정도 매출을 올릴 전망이라고 신고서에 적었다. 신고서에 적시하진 않았지만 지난 2월 레딧이 AI 학습 데이터를 구글에 제공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레딧은 AI 시장이 (시장조사가 어려운) 러시아·중국을 제외하고도 매년 20% 정도 성장해 2027년쯤 1조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3. AI 번역을 통한 비영어권 공략도 계획 중이다

레딧 게시판은 미국 및 영어 쏠림이 심하다. 전체 게시물 중 90%가 영어를 쓰고, 일 평균 접속자 총 7310만명 중 미국 접속자가 3640만으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 사용자의 증가세가 아직 강하기는 하지만(2023년엔 전년 대비 34% 늘었다) 레딧은 장기 성장을 위해선 미국이 아닌 지역 사용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레딧 이용에 가장 큰 ‘장벽’이었던 언어 문제를 AI 번역을 통해 넘어서겠다는 계획을 신고서에 적었다. 신고서에 따르면 레딧은 “글로벌한 성장을 위해서 레딧에 축적된 정보를 AI 번역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레딧은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해 집중적으로 공략할 여섯 지역을 선정했다. 영국·프랑스·스페인·독일·브라질·인도 등 영국을 제외하곤 모두 비(非)영어권이다.

◇4. 소셜미디어 넘는 AI 회사로…올트먼도 대주주

이처럼 레딧은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병기(兵器)’로 AI를 쓰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이번 신고서에 이름이 ‘깜짝’ 등장한 사람이 있다. 최근 가장 잘 나가는 AI로 꼽히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최고경영자)다. 올트먼(정확히는 ‘올트먼 및 관계자’)은 상장 후 지분이 7.6%로 경영진을 제외하곤 셋째로 지분이 많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1·2위는 자산 운용사 피델리티 및 텐센트 관계사다.)

올트먼의 지분율은 레딧 CEO인 스티븐 허프먼(2.6%)보다도 높아 화제가 됐다. 올트먼은 한때 레딧의 사외 이사로 일하기도 하는 등 레딧의 데이터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고 알려졌다. 신고서를 통해 공개된 올트먼의 (꽤 높은) 지분율 때문에 오픈AI의 사실상 최대 주주이자 역시 AI에 ‘열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레딧의 협업이 곧 이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5. 애증의 ‘충성 사용자’, 강점이자 약점이다

레딧의 주가는 상장 후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첫 며칠 동안 폭등하다가 지난달 29일 하루 만에 14.6%가 폭락하는 등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레딧 주가의 출렁임을 두고 ‘레디터(Redditor)’라고 하는 레딧의 수많은 사용자, 특히 충성 사용자들이 레딧 주가에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레딧은 이번에 상장하면서 특이하게도 레딧의 충성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주식 사전 공모를 시행했다. 통상 대형 증권사 등 전문 회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절차를 사용자에게 개방한 것이다. 신고서는 “레딧 사용자들이 레딧 가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경영진에게 부과하는 6개월 정도의 주식 매도 제한 기간(록업)도 부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용자 중 상당수는 상장 후 주가가 폭등하자 가진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했고, 여기에 한때 레딧과 대립했던 공매도 세력까지 가담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레딧은 2021년 개인 투자자 게시판인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이용자들의 집단 주식 매수로 게임스톱 등 일부 주가를 폭등시키며 이름을 날렸는데, 이번엔 같은 게시판에 레딧 주가의 적정성을 의심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레딧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레딧은 신고서에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 “개인 투자자 사이의 ‘월스트리트베츠’를 포함한 레딧의 광범위한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할 때 레딧의 주가는 기본 사업 실적 등과 관련 없는 이유로 극심한 변동성을 경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레딧(Reddit)은

2005년 설립된 커뮤니티 서비스. 사용자들이 각자의 취미나 흥미에 맞는 게시판을 자유롭게 만들고 모여서 정보를 교환하는 공간을 온라인에 제공한다. 2006년 미국 대형 출판사 콘데나스트에 입수됐다가 2011년 다시 분사했다. ‘레딧’은 영어로 ‘읽었다’는 뜻의 ‘read it(레드 잇)’을 소리대로 표기한 것으로 ‘(많은 정보를)거기서 읽었다’는 뜻을 담았다. 지난 3월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지난 1일 현재 시가총액은 약 76억달러(약 10조530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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