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만 하는 식목일 끝내야...숲가꾸기 필수, 그래야 돈 되는 산 돼"

정민승 2024. 4.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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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숲을 잘 가꾸는 겁니다. 그래서 식목일처럼 육림의 날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남 해남에서 황칠나무를 키우고 있는 이상귀(54) 해남황칠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국내 각지를 다니며 산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이 대표는 2014년 해남황칠영농조합법인을 세우고 이후 임업인 20여 명으로 구성된 해남군황칠협회를 설립, 해남군과 함께 황칠나무 공급을 늘리면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고유 브랜드화를 의미하는 지리적 표시품으로 '해남황칠나무'를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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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귀 해남황칠 영농조합법인 대표
해남황칠 영농조합법인 이상귀 대표가 전남 해남 자신의 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황칠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남=정민승 기자

“나무를 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숲을 잘 가꾸는 겁니다. 그래서 식목일처럼 육림의 날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남 해남에서 황칠나무를 키우고 있는 이상귀(54) 해남황칠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국내 각지를 다니며 산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지난 50년간의 산림 녹화사업 덕분에 달 표면 같던 민둥산이 푸른 옷을 입었고 외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이면의 ‘현실’이 눈에 더 띄는 탓이다.

지난 2일 해남군 옥천면의 조합 농장에서 만난 이 대표는 “나무 심는 일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벌기령(나무를 벌채에 이용할 수 있는 연령)에 도달한 나무를 베는 일이 죄악시되고, 그러면서도 가지치기 솎아내기 등 숲 가꾸기는 소홀히 해 산에 쓸 만한 나무가 없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그 결과 1ha(약 3,000평) 벌목을 해도 100만 원을 받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

이 대표는 대학에서 산림자원학을 공부하고 1998년 귀향해 양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81) 소유 산(3ha)에 차린 양묘장의 묘목들은 정성을 들인 만큼 좋은 가격에 팔려 나갔다. “돈이 생기면 사람들이 주식을 1주씩 사서 모으듯 저는 산을 샀죠.” 푸르긴 푸르지만 방치하면 ‘관상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는 숲을 '돈이 되는 푸른 산'으로 바꾸고 싶다는 결심을 한 것도 그 즈음이다. 이 대표와 이 대표 가족이 소유한 산림 면적은 300ha로 늘었다. 연간 50만 본가량의 묘목을 공급하고 500ha 이상의 면적을 육림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2016)에 이어 지난해엔 동탑산업 훈장을 받았다.

편백, 황칠나무, 동백나무, 비자나무 등 다양한 묘목을 키웠지만 그가 가장 주목한 수종은 황칠나무다. 해남 등 따뜻한 남해안에서 자생하는 고유 수종으로 잎과 가지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성분이 많이 나와 ‘인삼나무’로도 불린다. 그는 “도료, 약재로 쓰이다 보니 경제적 가치가 높다”며 “생장도 빨라 다른 수종보다 탄소 흡수량도 많아 탄소중립에도 크게 기여할 나무”라고 치켜세웠다. 이 대표는 2014년 해남황칠영농조합법인을 세우고 이후 임업인 20여 명으로 구성된 해남군황칠협회를 설립, 해남군과 함께 황칠나무 공급을 늘리면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고유 브랜드화를 의미하는 지리적 표시품으로 ‘해남황칠나무’를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씨가 가족, 직원들과 함께 올리는 소득은 연 6억 원가량이다. 벌기령에 따른 벌목 허가제, 조림의무제 등의 산림 보호 규제 속에 이 정도 소득을 얻기는 쉽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산주 210만 명 중 이씨처럼 적극적으로 벌목을 하고 조림하는 산주는 1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는 “규제가 심해 그냥 내버려두는 게 손해를 덜 본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씁쓸해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산림녹화에 성공한 한국이 임업 선진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임업 종사자들이 더 늘어나야 하지만, 정책적 유인이 부족하다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해외 임업 선진국들처럼 공공기관에서 목재를 이용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의 국산 목재 이용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국산 목재 사용을 의무화할 경우 제재, 건조 등 목재산업 근간이 되는 인프라가 확충된다"며 “심고 베고 다시 심어 활용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지역 특성에 맞는 수종 개발과 연구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는 낙엽송 이외에도 ‘제2의 낙엽송’ 수종을 개발하고 보급해 우리 산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산주들이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지 잘 몰라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뭔지 아세요? 그걸 물어볼 데가 없다는 겁니다. 갈 길이 멀어 보이죠?”

해남=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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