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천국’ 하라주쿠에 문 연 이케아, 통념 깬 파격 매장 낸 까닭

신현암 팩토리8 대표 2024. 4.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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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신현암의 ‘新도쿄견문록’] 도쿄에선 ‘소형 매장을 시내에’란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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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도쿄 하라주쿠역 바로 앞에 문을 연 하라주쿠 이케아 매장의 외관. 교외 매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용품 등 신상품이 많은 편이다. /이케아 홈페이지

스웨덴 기업가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라는 사람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의 농장인 엘름타뤼드(Elmtaryd)에서 주로 지냈는데, 이 농장이 있는 행정구역이 아군나뤼드(Agunnaryd)다. 앞글자를 따면 IKEA. 우리가 잘 아는 ‘이케아’란 브랜드의 탄생 배경이다.

2014년 이케아 광명점이 오픈했다. 당시 ‘가구 공룡 이케아의 지역 상권 위협’이란 헤드라인이 지면을 달궜다. 지금도 여전히 공룡이다. 2022년 기준 63국에서 매장 466개를 운영한다. 매출은 거의 60조원. 국내 1위 한샘의 매출액 1조7000억원의 35배에 달한다.

이케아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자. 대형 매장을 교외에 세운다, 소비자가 직접 들고 가서 조립한다, 생산 기지로는 폴란드·중국 등 인건비가 싼 지역을 택한다, 효율적인 물류와 매장 관리로 경비를 낮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소비자가 쉽게 상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플랫팩(flat pack)’ 방식은 대단한 아이디어다. 예컨대 의자가 있다고 치자. 이를 다리 4개, 앉는 부분 1개, 등 받침 1개로 분해해서 차곡차곡 쌓으면, 모양이 평평해지면서 부피가 줄어든다. 운반이 쉽도록 포장된 상품을 집으로 가지고 가서 스스로 조립한다. 이 모델을 채택해서 경쟁사 대비 가격을 40% 내릴 수 있었다.

이케아의 독특함은 ‘대형 매장을 교외에’라는 문장부터 출발한다. 대형 매장이라면 어느 정도 규모일까. 이케아는 매장 면적을 축구장 5개 크기라고 설명한다. 2만8000㎡ 정도. 교외에 위치하기 때문에 차가 필요하다. 물건을 구매한 뒤 차 트렁크에 싣고 와야 하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2020년 6월 도쿄 하라주쿠에 정반대 개념의 이케아가 탄생했다. ‘소형 매장을 시내에’란 콘셉트로 기존 매장의 10분의 1 수준인 2500㎡ 규모의 매장이 문을 열었다. 혼란을 줄이고자 기존 도쿄 수도권에 있었던 매장 4개는 ‘이케아 스토어’, 시내 매장은 ‘이케아 숍’으로 구분했다. 추가로 도쿄 시부야, 신주쿠에 이케아 숍을 오픈했다.

교외에 있는 스토어 매장은 9000개 이상의 풍부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굳이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끼리 주말을 즐기러 오라고 유혹한다. 반면 시내에 있는 숍 매장은 트렌드 제품, 신(新)상품 위주로 전시한다. 일종의 안테나 숍 기능도 하는 셈이다.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있으니 구매 후 ‘손으로 들고’ 집에 갈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부피와 무게를 고려해 상품을 진열한다. 입지가 좋으니 가벼운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손짓한다. 가격이 놀랍다. 긴 빵 사이에 소시지 넣고 케첩과 머스터드소스를 토핑한 서양식 핫도그가 80엔, 삼각김밥보다 싸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고객 방문을 유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최대 가구 업체 ‘니토리(nitori)’의 존재였다. 니토리는 가구 소매점을 운영하는데 매장 숫자가 많다. 일본 내 861개, 도쿄 내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점포만 44개다. 반면 이케아는 교외에 있어 방문하기 어렵다. 이에 역 바로 앞에 숍 개념의 매장을 연 것이다.

위치가 긴자, 신바시, 우에노가 아닌 하라주쿠, 시부야, 신주쿠에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넥타이 부대가 아닌 젊은이의 본거지에 매장을 연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해도 젊은 층이 더하고, 1인용 제품을 사도 젊은 층이 더 산다. 그런 점까지 고려해 매장 입지를 선정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트렌드나 경쟁자의 움직임과 같은 환경 변화에 맞춰 진화한다. 도쿄에서의 변화가 서울에도 똑같이 나타나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도쿄에 변화가 감지되면, 그 이유를 해석해 보고, 서울에선 어떤 의미를 지닐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강남역에 이케아가 생기면 어떤 모습일까. 강남은 어떻게 바뀔까. 니토리 같은 경쟁자가 없으니 시기상조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 볼 일이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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