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호암미술관 '조경'은 누가?..MMCA '정영선'展 개최

유동주 기자 2024. 4.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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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불국사 성역화 프로젝트 팀과 마스터 플랜 모형 앞에서, 1974. 『환경과조경』 1998년 6월호 제공/사진=MMCA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내일(5일)부터 서울관에서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를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삶과 작업을 되짚어 볼 이번 전시는 1970년대 대학원생 시절부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반세기 동안의 조경 활동을 조명한다.

정영선 조경가는 1941년 경북 경산 출생으로 서울대 농학과와 환경대학원 조경학과를 나왔다. 청주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1987년 조경설계 서안을 설립하면서 전문적인 조경가로 활동했다.

이번 전시엔 60여 개의 프로젝트에 대한 정영선 조경가의 아카이브 대부분이 최초로 공개된다. 파스텔, 연필, 수채화 그림, 청사진, 설계도면, 모형, 사진, 영상 등 각종 기록자료 500여 점도 볼 수 있다.

제목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는 작가가 좋아하는 신경림의 시에서 따왔다. 50여 년의 조경인생 동안 우리 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유 자생종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해온 작가의 노력과 맞닿는 이름이다.

국가 주도 공공 프로젝트와 민간 프로젝트로 그리고 역사 쓰기의 방법론으로서 기념비적 조경과 식물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수목원과 식물원 등 작업 주제와 성격에 따라 전시를 재구성했다. 연대기적 전시를 지양한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경제 부흥과 민주화 과정이 동시 발현된 한국 현대사의 특징을 반영한다고 현대미술관은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7개 '묶음'으로 나뉘면서도 경계가 느슨한 최소한의 구획을 통해 관람객이 서 있는 자리에서 각 프로젝트의 맥락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경춘선 숲길./사진= MMCA


첫 번째 묶음 '패러다임의 전환, 지속가능한 역사 쓰기'에서는 '장소 만들기'의 현장이 된 조경의 사례를 살펴본다. 한국 최초의 근대 공원인 '탑골공원' 개선사업(2002년)과 '비움의 미'를 강조한 '광화문광장' 재정비(2009년), 일제강점기 철길 중 유일하게 조선인의 자체 자본으로 건설된 경춘선을 공원화 한 '경춘선숲길'(2015~2017년) 등이 전시된다.

두 번째 묶음 '세계화 시대, 한국의 도시 경관'은 주요 국제 행사와 더불어 한국을 찾는 세계인에게 선진화된 도시 경관의 인상을 주기 위해 동원된 사업을 다룬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및 아시아공원'(1986년), '올림픽선수촌아파트'(1988년), '대전엑스포'(1993년) 등 국가 주도 프로젝트들이 전시된다.

세 번째 묶음 '자연과 예술, 그리고 여가생활'은 경제 성장으로 가족단위 여가활동을 위한 장소가 늘어난 사례를 소개한다. 종합문화 예술단지 '예술의전당'(1988년)의 조경 구상도와 모형 사진, 휴양 리조트 '휘닉스파크'(1995년)의 식재계획도와 피칭 자료 등이 공개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인문학 레지던시 '두내원'도 소개된다.

네 번째 묶음 '정원의 재발견'은 우리 전통 식재와 경관, 공간 구성 방식을 도입한 정원을 들여다본다. 호암미술관의 '희원'(1997년)으로 시작해 경기도와 중국 광저우 사이의 교류 정원으로 조성된 광동성 월수공원의 '해동경기원'(2005년), 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개인 정원 '포항 별서 정원'(2008년) 등이 '전통 정원의 내적 원리를 재현한 사례'로 소개된다.

다섯 번째 묶음 '조경과 건축의 대화'는 건축과의 유기적인 협업 사례가 전시된다. 제주 오설록(2011년, 2023년)의 '티뮤지엄', '티테라스', '티스톤', '이니스프리' 건축물 사이 조성한 제주 특유의 지형을 살린 개인 주택인 '모헌'(2011년)의 중정 정원에 담긴 깊은 숲의 풍경, 남해 '사우스케이프'(2013년)의 건물 사이 바다를 향한 시야를 가로막던 돌 언덕을 마치 원래 그러했던 것 같은 형태로 깎아 연출한 방식 등이 소개된다.

'대전엑스포 93 박람회장' 스케치, 트레싱지에 유성펜, 1991, 47.5 x 33.5 cm. 작가 소장./사진= MMCA

여섯 번째 묶음 '하천 풍경과 생태의 회복'은 습지를 보호하고 도심 속 물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다룬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년, 2007년), '선유도공원'(2001년), '파주출판단지'(2012년, 2014년) 등 콘크리트 도시에 수공간을 삽입한 사례들이 나온다.

일곱 번째 묶음 '식물, 삶의 토양'은 수목원과 식물원, 자연의 치유적 속성이 강조된 명상과 사색의 장소들을 조명한다. 광릉수목원으로 불리던 한국 최초의 '국립수목원'(1987년) 설계 청사진과 남해의 독특한 기후대의 식생을 담은 '완도식물원'(1991년) 조감도, 미국 뉴욕주 북부의 허드슨강 상류에 자리한 원불교 명상원인 '원다르마센터'(2011년)를 구상한 수채 그림, 대지와 식생 현황도 등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서울관 야외 종친부마당과 전시마당에 새로운 정원이 조성됐다. 석산인 인왕산의 아름다움을 미술관 내·외부에 재현하고 계절감을 더하는 정원으로 작가의 실제 조경 작품에서 관람객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배우 한예리가 전시 오디오가이드에 목소리를 재능 기부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조경가 정영선이 평생 일군 작품세계 중 엄선한 60여 개의 작업과 서울관에 특화된 2개의 신작 정원을 선보이는 특별한 전시"라며 "그의 조경 작품에서 나타나는 '꾸미지 않은 듯한 꾸밈'이 있기까지의 각고의 분투와 설득, 구현 과정의 이야기를 통해 정영선의 조경 철학을 깊이 있게 만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선 조경가/사진= 조경설계 서안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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