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열악한데…축구협회가 발목 잡아서야 [김창금의 무회전 킥]

김창금 기자 2024. 4. 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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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동원대 여자축구부는 서울·경기 지역 유일의 대학팀이다.

팀원은 어려서부터 축구를 한 전문 선수 12명과 일반 재학생을 포함해 20명 안팎이다.

선수 구성조차 힘든 동원대 여자축구팀은 대한축구협회와 법적 다툼도 벌이고 있다.

동원대 여자축구팀은 두 선수의 등록 지연 등으로 이달 11일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는 2024 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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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환 감독 등 동원대 여자축구 선수단이 동계훈련 중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전세환 감독 제공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동원대 여자축구부는 서울·경기 지역 유일의 대학팀이다. 팀원은 어려서부터 축구를 한 전문 선수 12명과 일반 재학생을 포함해 20명 안팎이다. 각종 대회에 나가기 위한 등록 최소 인원(18명)을 맞춰야 해 축구에 관심이 많은 일반 학생을 영입했다.

선수 구성조차 힘든 동원대 여자축구팀은 대한축구협회와 법적 다툼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2명의 선수 등록이 축구협회로부터 불허되자 가처분신청을 냈고, 서울지방법원 합의부는 지난달 말 “자의적 해석”, “명확한 규정 부재”를 이유로 협회의 조처를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항소해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양쪽의 법률적 분쟁은 재판부가 가리겠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본 여자축구의 현실은 이상과 괴리가 크다. 등록 불허 대상이 된 2명의 선수는 과거 동원대나 다른 전문대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학교를 옮겨 다니거나 프로팀에서 뛰다가 동원대에 재입학한 경우다.

당사자인 A 선수는 전화 통화에서 “축구를 관두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1년만 해보자고 했다. 어디 갈 데도 없고 열심히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B 선수는 “감독님이 옛날 은사다. 1년 뒤 WK리그 재진입이 목표다. 안되면 그땐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 뒤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할 게 없는 여자축구의 열악한 환경을 방증한다.

좋은 선수를 모아 성적을 내는 데 악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입시에 목매는 남자 고교축구의 4강이나 결승 진출 같은 것은 이들 대학 선수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축구를 계속할 수 있느냐, 프로 진출 전망이 있느냐가 재입학을 선택하는 개인적 기준이 된다.

대한축구협회의 대학선수 등록 규정.

대한축구협회는 이런 현실과 달리 수십 년 전 만들어진 대학 선수의 등록금지 규정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 이 조항에는 전문대 선수의 경우 4학기만 등록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런 까닭에 협회는 동원대 선수 둘이 이미 4학기 등록 횟수를 소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규정 머리에 총 8학기 등록 가능이라는 표현이 있고, 재입학 선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에 재판부는 선수의 뛸 권리에 손을 들어 준 것 같다.

동원대 여자축구팀이 처한 사정은 외화내빈의 한국 여자축구의 상황을 보여준다. 대학팀은 전문대와 4년제를 합쳐 9개밖에 없다. 고교 팀이나 중학교팀도 10년 전보다 크게 줄어 각각 10여개 정도다. WK리그에 8개 팀이 있지만 미디어 노출은 거의 없다. 그나마 국가대표팀은 신세계그룹으로부터 5년간 100억원을 지원받고,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 나가지만 풀뿌리 토대를 고려하면 겉치레다.

대한축구협회는 여자축구의 발전이나 활성화를 위해 일해야 한다. 하지만 동원대 이슈를 둘러싼 협회 쪽 입장을 취재해보면 매우 권위적이고 관료적 행태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적극적인 태도는 없다.

동원대 여자축구팀 선수들. 전세환 감독 제공

김대길 해설위원은 “축구협회나 여자축구연맹이 은퇴한 여자축구 엘리트 선수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거나,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여자축구 동호인들이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이들이 갈 곳이 없는 것은 뼈아픈 일”이라고 진단했다.

동원대 여자축구팀은 두 선수의 등록 지연 등으로 이달 11일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는 2024 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두 선수는 축구를 할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데에 소박하게 만족하는 듯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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