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투맨 하나에 70만원? 아즈키 감성이 뭐길래[엠블록레터]

전성아 엠블록컴퍼니 기자(jeon.seonga@m-block.io) 2024. 4. 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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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블록레터] 안녕하세요 엠블록레터의 승아입니다. 지난주 X의 피드를 내리다가 눈에 띈 옷이 하나 있어요. NFT 프로젝트 아즈키의 맨투맨. 등에 거대한 용 한마리를 자수로 새겨 놓은게 꼭 *스카잔같더라고요.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가격이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무려 한 장에 68만 5천원. ‘저 가격에 누가 살까?’ 할때 쯤 트위터에서는 아즈키 홀더들의 구매 후기가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홀더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성 굿즈려니 하고 있었는데, 이 맨투맨 단순한 옷이 아니라더군요. 아즈키가 개발한 특별한 기술(=PBT, Physical Backed Token)이 적용되어 있다고요.

어떤 사람들은 이 기술이 유명 브랜드들에 보급되면 크림이나 번개장터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큰 영향을 끼칠거라고 예측하기도 해요. 과연 이들의 예측은 합리적인지 승아와 함께 아즈키의 맨투맨과 그 안에 숨겨진 기술 ‘PBT’에 대해서 살펴보시죠.

*스카잔: 실크, 새틴 등 광택이 있는 재질의 점퍼에 일본 풍 자수를 새긴 옷

하루에 30개, 1인당 2개씩만 구매 가능한 아즈키 2024 상하이 가든 투어 용의 해 PBT 스웨트셔츠 ㅣ출처: AZUKI
지난 21일 아즈키가 가상 현실 기반 패션브랜드 NXT Labs와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했습니다. 맨투맨, 반팔 티셔츠 등 다양한 제품이 공개되었는데요, 주력 상품은 하루 30개씩 5일간만 판매하는 용 맨투맨이에요. 이 컬렉션은 ‘상하이 가든 투어’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어요.

아즈키는 지난해 10월, 아시아에 거주중인 커뮤니티를 위해 총 5개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방문하는 ‘가든 투어’를 발표했습니다. 왜 아시아 지역 한정이냐면, 영미권에서는 매년 NFT.NYC를 기점으로 홀더들을 위한 큰 행사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2022에는 차이나 타운 컨셉의 ‘Enter the Alley’라는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었구요. 지난해에는 라스베가스의 대형 클럽을 대관해 ‘Follow the rabbit’이라는 이벤트를 개최했어요. 이곳에서 아즈키의 새로운 컬렉션 ‘엘리멘탈’을 에어드랍하고 아즈키 홀더만을 위한 하이킹, 카페, 파티 등 수많은 행사가 동시에 진행해 일주일 내내 아즈키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아즈키 위크!

하지만 이런 행사에 아시아권에 거주하는 홀더들은 참여하기가 어려웠어요. 지리적인 문제가 가장 컸죠. 그래서 아즈키는 묘안을 냅니다. 이름하야 ‘가든 투어’. 아즈키는 커뮤니티를 가든이라고 칭하는데요. 가든 투어는 홍콩, 타이페이, 멜버른, 상해, 도쿄 총 5곳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방문하는거예요. 각 이벤트를 참석하면 여권에 스탬프를 모으는 것 처럼 각 도시 이벤트를 상징하는 NFT를 모을 수 있고요, 행사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참석자에게 NFT를 구매해 수집할 수 있어요. 이렇게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아시아 태평양 아즈키 커뮤니티 활동 지원금으로 사용되고요. 어느덧 4번째 가든 투어가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되는 기념으로 등장한 것이 용 맨투맨이에요.

아즈키 컬렉터블 이미지 예시ㅣ출처: AZUKI
용 맨투맨은 같은 컬렉션의 다른 제품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어요. 왼팔 소매에 콩 모양의 자수가 새겨져있는데요. 이곳에 아즈키만의 특별한 기술 ‘PBT(Physical Backed Token)’의 핵심이 숨겨져있습니다. 콩 모양의 자수 안에는 동그란 NFC 칩이 내장되어 있는데요. 이것을 빈즈칩이라고 부릅니다. PBT는 구매자가 빈즈칩을 스캔하면 자동으로 NFT 발행되는 기술이에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맨투맨을 구매한 후 아즈키 홈페이지에 지갑을 연결한 후 PBT 발급을 위한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스캔해야해요. 그리고 콩 모양 자수를 휴대폰에 가까이 두면 맨투맨이 내 것임을 인증하는 사이트로 이동하는 링크가 뜨게 됩니다. 인증을 완료하면 데스크톱에서 발급된 NFT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이 NFT는 아즈키 공식 홈페이지 내 컬렉터블에서 확인할 수 있고요. PBT를 경험한 사람들은 스캔만으로 NFT를 민팅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가든 투어 2024 상하이에 맞춰 출시된 아즈키 X NXT Labs 콜라보 맨투맨ㅣ출처: NXT Labs
명품 브랜드도 아닌 옷이 하나에 68만원이나 한다니 지갑이 절로 닫히는 가격이죠? 하지만 아즈키의 메타버스 히루미아 등 가상공간을 제외하고 PBT가 적용된 제품 중에는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합니다. 첫 PBT 발표와 함께 공개한 실물 연동 NFT ‘골든 스케이트 보드’는 무게가 무려 62kg에 달하는 진짜 금으로 만들어졌고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엠부쉬와 콜라보한 후드티는 0.37ETH로 약 170만원 가량이었습니다.

이번에 콜라보한 NXT LABS는 시작된지 한달밖에 되지 않은 패션 브랜드인데요, 아즈키와의 협업이 첫 컬렉션이었어요. 한정판인 용 맨투맨은 가격이 높지만 반팔 티셔츠, PBT가 없는 맨투맨은 10만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도 4월 8일 공개 예정인 가든 투어 도쿄 컬렉션 외에 다양한 제품을 이곳과 협업해 저렴하게 제작할 것으로 예상돼요.

2023년 출시된 아즈키 X 엠부쉬 콜라보 후드티ㅣ출처: X계정(@hungrygray)
일각에서는 PBT가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적용될 경우 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칩을 스캔 하면 NFT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정품 인증 방법으로 응용한다면 짝퉁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을거라고요.

일반적으로 명품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해당 제품이 정품이 아닐 수 있다는 리스크를 떠안게 됩니다. 때문에 크림, 솔드아웃 같은 리셀 전문 플랫폼을 찾고 있죠.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전문가의 검수를 받는 것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만약 브랜드 제품이 PBT 기술을 적용한다면 어떨까요? 구매자는 제품에 내장된 빈칩을 스캔하는 것 만으로도 정품여부를 손쉽게 확인하고, 판매자는 승인 버튼 클릭 한 번으로 구매자에게 NFT를 넘길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검수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죠. 이론적으로는요. 참 간편하죠?

실제로 명품 브랜드들이 NFT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부분이 ‘디지털 정품 인증서’입니다. 그동안 브랜드들은 고유번호, 각인, 개런티 카드, 홀로그램 스티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위조품과 정품을 구분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폴로 랄프로렌은 라벨에 QR 코드, 스톤아일랜드의 CLG 코드가 그 예시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라벨이 훼손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2021년 LVMH와 리치몬트, 프라다 등 20여개의 브랜드가 함께 블록체인 컨소시엄 ‘아우라’을 구축하기도 했죠.

이들의 NFT 활용 방식 역시 PBT가 동작하는 방법과 유사합니다. 제품에 칩을 넣어 스캔하면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차이점은 이더리움을 활용한 PBT와 달리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했다는 것 뿐이고요. 아즈키의 PBT가 2022년도에 등장한 것을 보면 크게 앞서간 기술은 아닙니다. PBT 또한 QR 코드 등과 같이 세탁이나 충격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훼손될 경우 정품 인증의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요. 기존의 기술을 이더리움에서 구현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특정 제품 하단에 붙어있는 ‘나이키 커넥트’ 칩에 휴대폰을 가까이에 가져가니 ‘나이키 커넥트’ 앱이 활성화된 모습ㅣ출처: 나이키
과연 아즈키가 목표로 한 것이 아우라 같은 역할이었을까요? 글쎄요. 저는 PBT가 ‘나이키 커넥트’의 웹3 버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이키 커넥트는 2018년 나이키와 NBA가 협업을 하며 공개된 기술이에요. 나이키 커넥트 택이 붙은 제품군에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면 택에 들어있던 NFC가 나이키 커넥트 앱을 실행시키는데요. 구매자는 앱을 통해 해당 유니폼의 선수에 대한 정보, 경기 하이라이트 등을 볼 수 있어요. 스마트폰의 전파 신호에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세탁과 드라이를 하더라도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하고요. 나이키 글로벌 디지털 혁신 부문 부사장 스테판 올랜더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기술은 제품을 통해 클럽과 팬이 조금 더 긴밀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해요. NBA 선수와 팬간의 디지털 연결고리를 만든거죠.

바로 이 지점에서 아즈키의 PBT와 나이키 커넥트의 유사성이 돋보입니다. 아즈키의 PBT는 단순한 인증서 용도가 아닌 IRL을 위해 즉, ‘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위한 시도였죠. 내가 가진 제품이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스캔하는 것이 아닌 스캔으로 내가 구매한 맨투맨을 나의 NFT에게도 입힐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 아즈키가 꿈꾸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잇기 위한 방법이니까요. 이렇게 PBT를 통해 모은 NFT들 또한 마치 옷장에서 옷을 꺼내듯 아즈키의 메타버스 속 컬렉션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될 테고요. 그래서 저는 아즈키가 나이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물론 정품 인증의 기능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하지만 말이에요.

만약 아즈키 메타버스가 구체화 된다면 나이키 커넥트보다 더 확장성이 대단할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모로 기대되는 프로젝트입니다. 구독자 분들 중 가든투어 상하이나 도쿄를 방문 예정인 분들이 있다면, 용 맨투맨을 구매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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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아 엠블록 연구원(jeon.seonga@m-block.io),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yykim@m-block.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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