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서' 등장 '전주시을' 어떤 곳이기에? … 여야 3당 후보 각축 '전북 화약고'

박기홍 기자(=전주) 2024. 4. 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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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국민의힘 후보가 혈서를 쓰는 등 사즉생의 각오로 지지를 호소하며 '전북 전주시을'선거구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슈퍼 선거구'인 전북 전주시을 선거구의 22대 총선 유권자 수는 16만6429명으로 전체 인구(19만5224명) 대비 선거인수 비율이 85.2%에 달한다.

9개 읍면동에 49개 투표소가 있는 전주을은 신시가지와 구도심이 혼재된 곳으로 유권자들의 정치적 관심이 높아 '호남 정치 1번지'로 불린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시는 바람에 '전주을 잔혹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곳이다.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전주시을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후보가 전북 전주시 완산구 KT 사거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상전과 공중전에 백병전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전주을 선거구는 통상 '35%의 격전지'로 불린다.

전북에서 여권과 야권이 가장 치열하게 붙는 선거구인 만큼 다자구도 경쟁을 반복해왔고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후보와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 진보당 강성희 후보 등 선두권 3자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곳의 유권자 수에 통상적인 투표율(65%)를 적용할 경우 22대 총선에서 대략 10만8000명 가량이 투표장에 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의 35%인 3만7800명을 누가 먼저 잡느냐의 싸움이라는 분석이다.

3당이 자존심을 걸고 화력을 집중하는 '삼국지 혈투'에서는 30% 득표율로 장담하기 어렵고 최소한 35%는 얻어야 여의도행 금배지를 달 수 있다는 말이다.

여야 후보가 양자대결로 세게 붙었던 20대 총선의 경우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4만800표를 얻어 당선됐는데, 이때 득표율도 37.5%였다.

이후 이성윤 후보는 윤석열 정권을 가장 잘 아는 자신이 심판을 하겠다며 정권 심판의 적임자임을 강조해 꾸준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다. 2위와의 차이도 오차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격차였다.

당연히 민주당 아성을 깨뜨리는 상징성을 지닌 전북 1석 확보에 총력을 경주해온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와 진보당 강성희 후보 측은 초비상이 걸렸다.

▲4·10 총선에 전북 전주시을 선거구로 출마한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가 4일 오전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서 혈서를 쓴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는 2007년 11월 한나라당 경제살리기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다 이듬해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자리에 앉았지만 구제역 파문에 7개월 단명했다.

2010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활동을 계기로 새누리당 전북도당위원장(2012년) 등 여권 안에서 화려한 정치 커리어를 쌓아갔다. 민주당 텃밭에서 '쌍발통론'과 새로운 새벽을 울리는 '꼬끼오!' 정치로 고군분투하며 민심을 얻어 20대 총선에서 전주을 지역구를 꿰찬 바 있다.

21대 총선에서는 여권의 비례로 재선 배지를 달고 전북과 전주 발전을 위해 통로 역할을 자임하며 지지 기반을 확보해왔다.

▲4·10일 국회의원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전북 전주시 효천사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5 재보궐선거에서 39%의 득표율로 금배지를 달았던 강성희 의원은 진보당 대출금리 인하운동본부 본부장과 진보당 전북도당 민생특위 위원장 등을 거친 강직한 인물로 진보세력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전북특별자치도 축하 행사장에서 국정운영 기조에 항의하다 강제 퇴장당하는 바람에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전북 정치권에서는 강성희 의원과 정운천 의원의 득표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각자 15%에서 25%까지 고정적인 지지표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며 전주을 판세는 일단 민주당 쪽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지역 여론이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어주며 전북 10개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이성윤 민주당 후보는 연일 "'원팀 정신'으로 하나로 뭉쳐 김건희 종합특검을 통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난마처럼 얽힌 지역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지지기반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성윤 후보는 "전주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수술 잘하는 외과의사처럼 검찰정권의 썩어빠진 환부를 정확하게 도려낼 수 있다"고 윤석열 심판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전북의 현안이 산더미"라며 "잘 싸우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가장 확실한 지역문제 해결 방법은 무도한 검찰정권을 끝장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28일 선대위 출범에 맞춰 삭발과 '함거선거'의 초강수에 돌입했다. '함거'는 죄인이 들어가는 수레를 뜻하는 말로, 전주시민들의 분노와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스스로 함거에 가두는 선거에 돌입한 것이다.

급기야 정운천 후보는 4일 '오직 전북'이라는 혈서를 쓰며 전북와 전주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달라며 사즉생의 결기를 보였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도 가장 치열하게 지상전을 펼치고 있다. 진보당이 배출한 원내 인사인 만큼 재선 고지를 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곳이 바로 전북이라고 보고 만큼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강성희 후보는 최근 법정 TV토론회에서 과거 특수활동비 몰아쓰기 의혹을 재차 꺼내며 강하게 이성윤 후보를 강하게 공격했다.

강성희 후보는 "이성윤 특활비가 과거 연말에 집중적으로 쓰였는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활비와 관련한 특검을 할 용의가 있느냐"고 궁지에 몰았다.

3인 후보가 물고 물리는 치열한 싸움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더 격해질 전망이다. 전북 정치권은 3인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는 전주을의 남은 변수로 '샤이 보수'와 '중도층', '실버세대' 등의 투표율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기홍 기자(=전주)(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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