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 부천자연생태박물관

경기일보 2024. 4. 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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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개관한 부천자연생태박물관은 2006년 개원한 부천식물원 등과 2012년 부천자연생태공원으로 통합돼 총 부지면적 24만여 제곱미터(㎥)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박물관과 식물원 전경. 윤원규기자

 

지하철 7호선 까치울역에서 10분을 걸으면 부천자연생태공원이 나온다. 와룡산 자락에 자리 잡은 부천자연생태공원의 역사를 살펴본다. 2000년 개관한 부천자연생태박물관은 농촌지도소로 지어졌던 건물을 용도 변경한 특별한 사연이 흥미롭다. 그래서일까. 박물관 외벽에 붙은 무당벌레 조각작품이 더욱 돋보인다. 2002년 문을 연 ‘농경유물전시관’을 시작으로 ‘부천식물원’(2006년)과 ‘부천무릉도원수목원’(2012년)을 연달아 조성해 부천자연생태공원이란 이름을 갖게 된다. 어린이들의 학습장이자 가족과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아 하루 평균 900여명의 시민이 찾는다고 한다. 벚꽃이 활짝 핀 부천자연생태박물관에서 ‘곤충의 촉’(더듬이)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9월29일까지 진행되는 ‘곤충의 촉’전은 부천자연생태박물관 제21차 기획전이다.

기암괴석과 인공폭포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부천무릉도원수목원. 윤원규기자

■ 오감으로 생명체의 신비를 느끼는 곳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뤄진 박물관은 4개의 상설전시관과 3D영상관, 홀씨도서관,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박물관에는 매우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카나리아와 십자매 같은 새들은 서식 환경이 좋은 식물원에서 기르고 있지요.” 박물관과 식물원을 안내하는 신남민 학예사의 발걸음이 빠르다. “박물관과 식물원을 혼자서 관리해야 하니 시간이 부족합니다.” 박물관 입구에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애니메이션 ‘꼬마 참새 리차드, 아프리카 원정대’는 한국조류학회 공식 추천작이다. 태어나자마자 황새에게 길러져 자신도 황새라고 믿는 참새의 모험 이야기다. ‘모글리, 정글 어드벤처’는 동물 속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인데, 정글의 평화를 위협하는 밀렵꾼들로부터 아기 호랑이를 구출하는 내용이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가 공룡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특징을 알려주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박물관에 들어서니 신비로운 자연의 기운이 느껴진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호기심이 가득한 어린이들은 수십 종류의 풍뎅이 이름을 외우고 특징을 설명할 줄 안다. 물론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워질 기회는 많지 않다. 곤충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란 더더욱 어렵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신비로움을 알려주는 공간을 24년 전에 마련한 부천시의 안목이 놀랍다.

다양한 국내외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부천식물원. 윤원규기자

■ 꿀벌의 일과를 살펴볼 수 있는 생태관

1층 생태체험관에 들어서면 몸통이 푸른 커다란 벌레 모형이 있다. 나비 애벌레 모형의 몸통도 작은 전시실로 꾸며졌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한살이가 궁금하다. 알에서 깨어나 허물을 세 차례 벗어가며 자란 애벌레의 몸이 쭈글쭈글해지면서 번데기가 되는 과정이 사람과 닮았다. 허물을 벗고 날개를 단 어른 벌레로의 변신은 생명의 신비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생태체험관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지요.”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수백마리의 꿀벌들이 움직이고 있다. 코앞에서 꿀벌의 활동을 관찰할 수 있다니 발상이 참신하다. “꿀벌을 이처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생물도감에 등장하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같은 숲속 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본다. 전시관 모퉁이에 관람객을 위해 벌과 나비 머리띠를 쓰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곤충과의 만남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옛 풀벌레 그림 초충도’ 앞에 선다. 초충도에 등장하는 수박과 오이, 포도 같은 식물과 나비와 꿀벌, 잠자리와 매미 같은 곤충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옛날 사람들이 풀과 벌레에 출세와 사랑, 자손의 번창과 과거급제 같은 소망을 담았다고 해요. 여치와 베짱이는 출세와 벼슬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나나니벌은 부모 닮은 자식을 상징하고 나비는 팔십 노인과 부부 화합을 상징한다. 선비, 신선, 문신, 고결, 불멸을 상징한다는 매미의 생김새를 다시 관찰한다. 그러고 보니 조선의 왕이 쓰는 익선관도 매미의 날개를 모방한 것이다. 메뚜기와 방아깨비는 자손 번창을, 사마귀는 인내를 의미한다. 신사임당의 그림으로 알려진 ‘초충도’에 등장하는 벌레들도 찾아본다. 마침 예순 중반의 여성 세 사람이 전시실에 들어선다. 조용조용 나누는 여성들의 대화를 슬쩍 들어보니 전문가 수준이다. 아이들처럼 머리를 맞대고 곤충의 생태를 관찰하는 어른들의 진지한 모습이 감동적이다.

더듬이의 구조와 역할을 다룬 자연생태박물관 제21차 기획전 '곤충의 촉'전시. 윤원규기자

■ ‘곤충의 촉’은 무슨 일을 할까?

“곤충의 촉은 더듬이의 형태는 물론 촉각, 후각, 청각, 미각의 특화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복합 감각기관입니다.” 기획전 ‘곤충의 촉’을 관람하면서 곤충의 머리에 붙어 있는 더듬이가 곤충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쓰임새가 많은 기관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머리 양쪽에 달린 두 개의 더듬이는 밑마디, 흔들마디, 채찍마디의 세 마디로 구분되지요. 대부분 머리 앞쪽을 향해 달려 있지만 머리 위쪽에 달린 것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로 냄새를 맡는 역할을 하는데 때때로 소리를 감지하기도 한답니다.” 곤충의 몸에 붙은 더듬이의 기능과 역할이 신기하다. “코와 혀가 없는 곤충은 더듬이로 냄새를 맡고 맛을 봅니다. 더듬이에 공기의 진동을 느낄 수 있는 털이 나 있어 소리도 느낄 수 있지요.”

곤충의 다양한 더듬이를 16가지로 구분한 그림을 사진으로 담는다. 물결넓적꽃등에의 더듬이는 솔잎과 열매처럼 생겼다. 손잡이를 돌려가며 곤충의 특징을 살펴본다. 풍뎅이의 더듬이는 아가미 모양이고, 배추흰나비의 더듬이는 방울 모양이다. 전자현미경으로 나방의 더듬이를 확대해 촬영한 사진도 있다. 잠자리의 더듬이 사이에 나 있는 무성한 털이 무섭다. 파리의 더듬이가 붉은 눈만큼이나 독특하다. 꽃 향기와 곤충의 관계를 잠시 생각해 본다. 나방과 벌과 딱정벌레는 진동을 듣는 곤충이라고 한다.

눈 대신 소리와 냄새, 손끝에 느껴지는 촉감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 실험도 재미있다. 곤충의 눈으로 바라보면 물체가 어떻게 보일까? 소리 듣고 곤충을 맞혀 보기, 곤충퍼즐 맞추기처럼 눈과 코와 귀를 활용한 체험 학습도 유익하다. 유치원 아이들이 이런 체험 공간을 가장 좋아할 것 같다. 다양한 풀벌레들의 소리도 들어본다. 귀뚜라미 소리는 익숙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방울벌레와 베짱이의 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인다.

하천의 기능과 역할을 주제로 국내 하천에 서식중인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잉어목 치리. 윤원규기자

■ 자연생태박물관에서 만나는 생명체들

하천생태관에서 만난 ‘치리’는 멸치처럼 보이지만 몸 길이가 15㎝ 이상인 큰 민물고기다. 우리나라 개울과 강에서 자라는 물고기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민물에 사는 220여종의 민물고기 가운데 고유종이 60여종입니다. 각시붕어, 칼납자루, 쉬리, 점몰개, 금강모치, 꺽지, 퉁가리 등이 살고 있지요.” 한국의 토종물고기가 이처럼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가까이서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개구리연못과 오리연못, 하늘호수가 있는 수목원에는 멸종위기 동물인 맹꽁이가 살고 있다. 튼튼유아숲체험원과 곤충호텔, 숲울림터, 편백치유숲은 어른과 아이 모두가 좋아하는 곳이다. “박물관에서 상설전시와 연계한 체험교육과 문화행사도 운영하고 있으니 방문 전에 살펴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부천자연생태공원. 윤원규기자

주말 체험 프로그램이 좋습니다.” 매주 토요일 ‘나는야 동물클레이왕!’을 운영한다. 1월부터 4월까지는 타르보사우루스를 비롯한 공룡마을편, 5월부터 8월까지는 달팽이와 무당벌레, 사과와 애벌레, 잠자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숲속마을편, 9월부터 12월까지는 사슴, 호랑이, 얼룩말, 다람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물마을편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뚝딱뚝딱 자연공작소’가 운영된다. 꿀벌 브로치, 조개껍질 나비액자, 물고기 모빌, 곤충부채, 나무팽이 같은 재미있는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박물관을 나서려는데 박물관 관계자가 솔깃한 정보를 또 알려준다. “4월20일부터 튤립을 중심으로 ‘봄꽃 전시회’가 열립니다. 문화관광해설사와 봄꽃 명소를 함께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니 잊지 마세요.” 김준영(다사리행복평생교육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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