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명품' 반열은 아직 멀었나…'데뷔전 패배' 전중선의 고뇌

박채은 기자 2024. 4.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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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여의도 1호 재건축'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전을 두고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 1, 2위를 다툰 건설사들인 데다 각 수장들까지 현장에 방문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특히 여의도 한양 아파트는 전중선 사장 취임 이후 첫 수주전인 만큼 포스코이앤씨에서 강력한 입찰 의지를 내비쳤지만, 현대건설에 밀려 시공권을 얻지 못했습니다. 

산업부 박채은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지난달 23일에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렸죠. 

투표 결과 먼저 전해주시죠. 

[기자]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 조합원 총회에서 투표원 548명 중 현대건설이 314표(57.3%)를 받아 시공사로 선정됐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231표(42.1%)를 얻었습니다. 

앞서 지난달 13일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수주 현장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사장도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성공이 곧 오티에르의 성공"이라고 밝히면서 투표 당일 날 직접 현장을 찾았지만, 현대건설에 밀려 시공권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전중선 사장은 지난달 21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로 선임됐는데요. 

전중선 신임 사장의 첫 정비사업 데뷔전에서 뼈 아픈 패배를 겪게 된 셈입니다. 

앞서 한성희 전 포스코이앤씨 사장 시절에는 공격적인 정비사업 수주로 빠르게 외형 성장을 했고,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실적도 현대건설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앵커] 

포스코이앤씨가 파격적인 공사비를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했다는 게 더 아픈 대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3.3㎡당 798만 원이라는 공사비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반면에 현대건설은 그보다 26만 원 비싼 824만 원을 제안했습니다.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승패를 가를 요소로 예상됐지만, 포스코이앤씨의 저가 전략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박원실 / 여의도 한양 재건축 추진위원장 : 가격 경쟁력은 포스코가 좋았죠. 금융 조건도 포스코가 훨씬 좋았지만 저희들은 (현대건설의) 브랜드를 소유주들이 더 선호했다고 보고 가격이 있더라도 나중에 브랜드 가치를 볼 때는 현대가 낫다고 판단돼서 현대를 찍은 겁니다.] 

결국 브랜드 승부에서 패배한 건데요.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가 현대건설 '디에이치'와의 경쟁에서 승부를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앵커] 

포스코이앤씨 입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티에르 브랜드는 지난 2022년 7월에 첫 론칭을 했는데요. 

DL이앤씨의 아크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등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로 두각을 나타내자 포스코이앤씨도 뒤늦게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에 나선 건데요. 

오티에르는 기존 주택 브랜드 '더샵'이 출시된 이후 20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아파트 브랜드입니다. 

이번 여의도 한양 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 실패하면서 '오티에르' 브랜드를 알릴 기회도 놓치게 됐는데요. 

브랜드 출시 후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현재 포스코이앤씨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포스코이앤씨는 역대 최대 매출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의 지난해 매출은 10조 660억 원, 영업이익은 2천1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해보다 전년 대비 매출은 7.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5% 감소한 수준입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4천410억 원에서 2022년 3천90억 원, 지난해에는 2천 억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는데요.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5.4%, 3.3%, 2.0%로 매년 떨어지고 있습니다.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포스코이앤씨는 여의도 한양 아파트 재건축 사업뿐만 아니라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파격적인 공사비를 내세우며 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주요 재건축 사업 입찰에서 지나친 저가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진형 /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 저가 수주 전략을 계속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건설비, 인건비가 많이 상승함으로 인해서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칠 수 있고, 이것에 따른 유동성이나 수익률이 저하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저가 전략을 가져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영업이익이 줄어든 만큼 앞으로 전중선 사장의 수주 전략에 대한 고민도 깊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경영전략과 관리에 능한 '재무통'으로 불리는 전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세워 내실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포스코이앤씨 영업이익률이 바닥을 찍은 데다 업황까지 침체되면서 공격적인 수주보다는 다른 건설사들처럼 선별 수주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보니 전중선 사장의 고민이 여러모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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