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타자가 지명타자로 뛰는 것이 바람직한가···KT에 ‘포수 강백호’가 등장하는 진짜 이유[스경x이슈]

김은진 기자 2024. 4. 4. 12: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T 강백호가 지난 3일 수원 KIA전에서 포수로 출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KT 위즈 제공



강백호(25·KT)는 2018년 서울고를 졸업하고 KT에 입단할 때 투타겸업으로 화제가 됐다. 올스타전에서 투수로 잠깐 등판했지만 입단과 함께 프로에서 본업은 타자로 정해졌다. 강백호의 고교 시절 수비 포지션은 포수였다. 그러나 KT에 입단하면서 좌익수로 갔다. 포수로는 1군 주전으로 바로 기용할 수가 없었다. 더불어 빼어난 타격 재능을 살리려면 포수로 체력을 낭비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도도 있었다.

잘 치고 잘 던지는 데다 포수이기도 했던 팔방미인 기질은 강백호가 고교 시절부터 슈퍼스타였던 이유다. 그러나 프로에 온 뒤에는 이 기질을 전혀 살릴 수가 없었다.

외야수로 처음 뛰어본 강백호는 한동안 수비에 적응해야 했다. 오히려 더 에너지를 쏟게 된 측면도 있다. 이강철 감독이 입성한 2019년, 강백호는 우익수로 이동했다. 우익수로 이동할 경우 강백호의 강한 어깨로 상대 주자가 한 베이스 더 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강백호는 1루수로 이동했다. 강백호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 외야 수비를 어려워하고 리그에 젊은 1루수가 고갈됐다는 점에서 국가대표 선발에 있어서도 1루수 이동은 강백호에게 호재였다. 강백호는 그해부터 2년 연속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을 수상했고 국제대회마다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KT 강백호가 지난 3월31일 대전 한화에서 포수로 출전해 수비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2022년, 박병호가 자유계약선수(FA)로 KT에 올 때만 해도 KT는 “주전 1루수는 강백호”라고 했다. 그러나 강백호의 부상 공백으로 자연스럽게 박병호가 주전 1루수로 뛸 수밖에 없게 됐다. 이후 강백호의 부진으로, KT가 구상했던 1루 주전과 백업은 뒤바뀌었다. 이후 지난 시즌 다시 외야로 돌아갔지만 강백호의 자리는 현재 자연스럽게 지명타자가 되어 있다.

강백호는 1999년생이다. 만 25세 타자가 지명타자로 뛰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 KT는 고민이 깊다. 어느 포지션에 가든 열심히 하지만 외야수로는 선수도 스트레스가 있다. 1루에는 박병호와 이제 문상철까지 있다.

강백호가 포수로 뛸 수 있다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KT에는 리그 정상급 주전포수 장성우가 있지만 백업층이 약하다. 블로킹이나 도루 저지 실력에서 기량 차가 월등해 상대 주자를 막아내지 못하는 것이 KT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장성우를 144경기 풀로 뛰게 할 수는 없는데, 1군 자원인 강백호가 함께 포수를 맡을 수 있다면 여러가지가 해결된다. 지난해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문상철을 선발 기용하면서 박병호, 강백호를 모두 라인업에 기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강백호가 수비 포지션을 여러 번 이동했다는 점, 기존의 포수 자원들에 대한 고려 등으로 KT는 구단과 현장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그리고 이강철 KT 감독은 최근 강백호를 포수로 시험 투입하고 있다. 경기가 일방적으로 넘어갔던 3월31일 대전 한화전에서 1-13으로 뒤진 8회말에 포수 김준태를 강백호로 교체했다. 강백호는 1이닝을 막았다.

KT 강백호가 지난 3일 수원 KIA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KT 위즈 제공



하필 당시 평가가 매우 좋았다. 이강철 감독은 “빠지는 볼을 아주 쉽게 블로킹 해냈다. 포수를 (고교 이후) 몇 년 동안 안 했는데 그 정도 하는 건 타고난 것”이라며 “앉아있는데 상체가 딱 서 있다. 장성우도 타깃이 좋은데 백호도 그렇다”고 말했다. 포수로서 틀이 잡혀 있어 당장 기용하는 데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내부 평가가 나왔다.

강백호는 “재미있었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가 수비하러 나가고 들어올 때 긴장하는 기색 없이 웃으면서 왔다갔다 하는 것을 처음 봤다”고도 했다. 포지션 궁합도 맞는 듯 보인다. 잘 할 수 있다면 맡기는 것이 지난해까지 침체됐던 강백호를 살리는 길일 수도 있다. 팀의 엔트리와 라인업 구성에 있어서도 훨씬 합리적이다. ABS 도입으로 프레이밍에 대한 부담도 이제 사라졌다.

31일 한화전까지만 해도 깜짝 이벤트인 줄 알았던 ‘포수 강백호’의 등장은 3일 수원 KIA전에서 다시 나왔다. KT는 1-5로 뒤지던 8회초, 지명타자 강백호를 포수로 투입했고 강백호는 9회까지 2이닝 동안 포수 수비를 소화했다.

현재로서는 시험 투입으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포수 엔트리가 고갈되거나 하는 비상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강백호는 경기 후반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단순한 ‘시험’만은 아닌 듯 하다. 강백호는 경기 전 포수 수비 훈련도 시작했다. 조금씩, 포수 강백호가 등장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원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