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문턱 넘어도 첩첩산중" 주가 불붙은 HLB의 변수

강서구 기자 2024. 4. 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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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Seek한 종목 분석
FDA 승인 기대감 커진 항암 신약
올해 들어 주가 20~200% 상승
신약 승인 시 주가 퀀텀점프 기대
기대 크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매출로 이어지려면 시간 필요해
글로벌 제약회사와 경쟁은 숙제

HLB그룹의 주가가 펄펄 끓고 있다. HLB가 개발 중인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HLB의 목표대로 미 FDA의 문턱을 넘어설지는 알 수 없지만, 기대감이 퍼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미 FDA가 '리보세라닙'을 승인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는 점이다.

HLB가 개방 중인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제약·바이오 전문업체 HLB그룹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주가 상승률 상위 100개 종목에 포함된 HLB그룹 계열사는 모두 7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HLB그룹 종목이 모두 9개(코넥스 1종목 포함)라는 걸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우선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자. HLB그룹 관련주 중 올해 가장 큰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건 HLB테라퓨틱스다. 올 초 4385원이던 주가는 3월 29일 1만3520원으로 208.32% 치솟았다. HLB테라퓨틱스는 가파른 상승세에 힘입어 올해 주가 상승률 2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HLB와 HLB이노베이션의 주가는 각각 107.5%(5만700원→10만5200원), 100%(3120원→6240원) 상승하며 주가 상승률 24위와 29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HLB생명과학(78.6%·47위), HLB사이언스(코넥스·69.7%·60위), HLB글로벌(62.7%) 등이 주가 등락률 100위 안에 포함됐다.

HLB그룹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부터다. 주력 사업회사인 HLB의 주가를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말 3만2000원대였던 HLB의 주가는 12월 5만원대로 상승했다. 올해 1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다.

1월 26일 6만원대(6만5200원)를 돌파한 주가는 2월 8만원대를 거쳐 3월 9만대로 치솟았다. 그 이후엔 10만원대마저 허물더니, 3월 26일 12만800원을 기록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4개월 만에 주가가 4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참고: 지난 3일 HLB그룹의 주가는 HLB생명과학의 유상증자 단행 소식에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상승세를 기록한 종목은 HLB테라퓨틱스가 유일했다.]

이 회사의 주가 상승을 견인한 건 미 식품의약국(FDA)의 '리보세라닙' 허가 가능성이다. 리보세라닙은 HLB가 개발 중인 티로신 효소억제제(TKI·암세포의 성장과 진행 억제하는 표적치료제) 항암 신약으로 글로벌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미 FDA가 이 회사의 간암 신약을 승인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란 거다.

비단 주가만이 아니다. HLB 입장에서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은 퀀텀점프의 발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기준 3조2500억원 규모의 간암 치료제 시장에 깃발을 꽂을 수 있어서다. 간암 치료제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업 테크나비오는 간암 치료제 시장이 2026년 52억9000만 달러(약 7조14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다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츠 역시 이 시장의 규모가 2030년이면 93억 달러(약 12조56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HLB가 2029년 미국 간암 1차 치료제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해 매출 3조1100억원, 영업이익 2조68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HLB는 위암 단일치료제(임상 3상), 위암 병용치료제(임상 2상), 선앙남 단일치료제(임상 2상) 등 리보세라닙을 활용한 다양한 항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리보세라닙 간암 치료제가 미 FDA의 문턱을 넘으면 다른 항암 치료제의 승인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시나리오는 미 FDA가 리보세라닙을 승인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HLB는 FDA 승인을 자신하고 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결과가 예상을 빗나간다면 HLB의 주가는 출렁일 게 뻔하다. 전례前例도 있다. 2019년 HLB는 리보세라닙 위암 치료제의 FDA 신약허가신청서(NDA) 제출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해 8월 2만8000원대였던 주가가 10월 24일 18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3차 임상 결과를 앞두고 논란이 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했다. 혹여 FDA 승인을 득하더라도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변수는 또 있다. 간암 1차 치료제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로슈(티센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다. 이 시장의 절대강자와의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도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HLB의 리보세라닙 FDA 승인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승인 이후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데까진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셀트리온의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램시마가 FDA로부터 미국 내 판매 허가를 받은 건 2016년이었다"며 "하지만 매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건 2018년 이후였고, 그제야 주가가 움직였다"고 말했다. FDA의 승인이 '끝'은 아니란 거다.

과연 HLB는 FDA의 승인은 획득하고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리보세라닙 승인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은 5월 16일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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