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 세계 휩쓰는데...문화예술 소외 계층 없어야죠”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4. 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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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공간 지원해 경단녀·장애인 ‘예술 날개’ 활짝

울산 지적장애인예술단 연무용

예술위 아르코공연연습센터서

매주 연습해 무대 오르고 수상

마산여성합창단도 수혜 받아

정병국 한국문와예술위원장

“K-컬처 지속적 발전 위해

문화예술 향유층 두텁게 해야”

울산 아르코공연연습센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적장애인예술단 연무용단의 공연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 예술가들이 세계 무대를 누비며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문화예술 소외 계층이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아르코공연연습센터는 장애인과 경력 단절 여성 등에게 예술 활동을 하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고, 문화 향유층을 두텁게 해 K-문화 발전을 위한 토대를 단단히 하기 위해서다.

아르코공연연습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위가 민간 공연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활동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기관이다. 2004년 서울·부산·대구·춘천·청주 등 5개소로 시작해 10주년인 올해 전국 20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울산의 지적장애인예술단 연무용단은 아르코공연연습센터에서 소외 계층이 날개를 펼친 대표적 사례다. 연무용단은 매주 2~3시간씩 6년간의 연습 끝에 지난해 11월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첫 정기공연 ‘걸음마’를 무대에 올렸다. ‘걸음마’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고 꿈과 희망을 펼치는 춤꾼의 이야기를 그렸다. 울산 한량무, 설장구 등 단원들의 춤 실력을 선보이는 무대도 이어졌다.

20~40대 지적장애인들로 구성된 연무용단은 매주 토요일 아르코공연센터 울산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정기 공연 외에도 울산 지역의 다양한 행사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울산 아르코공연연습센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적장애인예술단 연무용단의 공연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스물네 살의 딸이 연무용단에서 활동 중인 장정윤 씨는 “지적장애인들이 모여 함께 무용을 하는 것은 어렵고 고된 일이지만 아르코공연연습센터에서 한 해, 두 해 꾸준한 연습과 노력으로 자신의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워갔다”며 “딸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원들의 피·땀은 수상 실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연무용단은 2022년 부산에서 열린 제10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 무용 부문에서 은상과 장려상을 받았고,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전국장애청소년예술제 무용 부문에서는 송민혁 단원이 전통춤인 울산 한량무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창원 아르코공연연습센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마산여성합창단의 공연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공연연습센터는 결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예술가가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보금자리 역할도 하고 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남편의 직장 문제로 지방에 내려온 박미경 씨는 창원 아르코공연연습센터에서 마산여성합창단과 마산여성OB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다.

박 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들 키우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을 때 우연히 합창 단체를 알게 됐고 아르코공연연습센터에서 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연습 때마다 수십 명의 전공자, 비전공자 단원들이 마산, 창원뿐 아니라 부산, 거제, 김해에서 모여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는 마산여성합창단에서 6년째 단장을 맡고 있고 2019년에 마산여성OB합창단을 창단해 두 단체의 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아르코공연연습센터의 지원은 단원들의 활약으로 이어졌다. 마산여성합창단은 지난해 창단 60주년 연주회를 열었고 마산여성OB합창단은 주 3회씩 연습한 끝에 지난해 10월 전국실버대회에 참가해 2등을 차지했다. 두 단체는 매해 정기연주회를 열고, 시립합창단과 함께하는 송년 음악회, 행복합창제 등에도 참가하고 있다.

박 씨는 “아르코공연연습센터는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시설이 넓고 깨끗하며 주차 및 부대 시설도 편리하다”며 “이용하고 싶어하는 예술 단체들이 많아 연습실이 더 확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예술위는 올해 아르코공연예술센터의 대관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해 이용자 편의성을 개선하고 지자체·운영기관 간 협력을 확대하는 등 공간 운영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K-문화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국내의 문화예술 향유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며 “문화예술에서 소외되는 국민을 줄이기 위해 공연예술 연습공간을 포함해 다양한 인프라 조성과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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