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시청자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연기고수'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2024. 4. 4. 10: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사진=KBS2

'드라마퀸' 김하늘이 제목 그대로 시청자들의 멱살을 잡았다. 좋은 의미로 말이다.

KBS2 월화드라마 '멱살 한번 잡힙시다'(극본 배수영, 연출 이호·이현경)에서 보여주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부터 섬세한 눈빛까지. 김하늘의 세련된 감정 연기에 푹 빠진 안방팬들이 드라마를 정주행 중이다. 무엇보다 리즈시절 통통 튀는 매력의 '로코퀸'으로 이름을 날리던 김하늘이 한층 노련해진 모습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 내공을 선보이니 시선을 뗄 수 없다.

김하늘이 극중 맡은 서정원은 동료들도 혀를 내두르는 열혈 기자다. 드라마 제목과 같은 '멱살 한번 잡힙시다'라는 시사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면서 물불 가리지 않고 사건 현장을 덮치는 강단이 어마무시하다.

드라마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서정원의 남편인 설우재(장승조)와 불륜관계였던 유명배우 차은새(한지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데, 사건에 연루된 서정원은 방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대대적으로 공표한다. 남편과 차은새의 불륜 사실이 전 국민에게 다 알려지며 망신살이 뻗친 상황에서 직접 해당 사건을 소재로 방송을 진행하겠다니. 믿어지지 않는 대단한 배포와 뚝심이 아닐 수 없다. 

사진=KBS2

설우재의 외도 사실 때문에 배신감으로 한없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이내 냉철하게 마음을 다잡고 행동하는 모습은 아찔하기까지 하다. 이성을 잃을 만한 당황스러운 상황에 동공 지진이 일어나다가도 금세 침착하게 표정을 고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꿋꿋해지는 모습이 지켜보는 이들에게 감탄사가 나오다 못해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역시 기자였던 아버지가 칼에 찔려 피살된 현장을 직접 목격한 트라우마를 딛고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기자가 된 남다른 배경이 서정원을 그토록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런 서정원이니 비정한 기업가 시아버지 설판호(정웅인), 굴지의 정치인 모형택(윤제문) 등 거물급 인사들 앞에서도 눈 하나 꿈적하지 않는다. 

그러나 평범한 여자로서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순간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는 촉촉하고 아련한 감성이 화면을 한가득 채운다. 사건을 공조하게 된 형사이자 전 남친인 김태헌(연우진)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애증의 서사나 남편 설우재와의 풋풋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는 장면들은 여느 멜로물 못잖은 서정성으로 드라마팬들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이렇듯 혼란스럽고 복잡다단한 감정을 오가는 서정원을 김하늘이 흡입력 있게 그리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능수능란한 감정 연기로 완벽하게 캐릭터를 구현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스릴러와 멜로를 넘나드는 드라마에 오롯이 스며들게 한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철의 여인인 듯 강인한 캐릭터로 몰아치다가 여전한 청순미를 폭발하며 순식간에 팬들의 마음을 무장해제하는 김하늘에게 빠져들지 않을 재간이 없다.

사진=KBS

게다가 제각각 벌어진 듯했던 사건들이 거대한 하나의 배후로 얽히고설켜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도 더 높아졌다. 서정원이 그 회오리 속으로 직접 들어가 배후를 파헤칠 거란 기대감에 시청률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새삼스러울 일도 아닌 게, 김하늘은 영화 '바이 준'(1998)으로 데뷔한 이래 늘 이름값을 하는 배우였다. 무엇보다 안방과 스크린에서 고루 스타성과 흥행력을 입증했다. 

CF에서 청순한 미모로 얼굴을 알리며 일약스타로 떠오른 뒤 '해피투게더'(1999)와 '햇빛 속으로'(1999) 등을 통해 단숨에 안방 주연 자리까지 꿰찼다. '피아노'(2001)에서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김하늘의 인기는 '로망스'(2002)를 통해 절정에 달했다. 뒤이어 '온에어'(2008)와 '신사의 품격'(2012) 등의 성공으로 계속해서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영화로는 '동감'(2000),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7급 공무원'(2000) 등 다수의 히트작을 탄생시키며 명성에 걸맞은 필모그래피를 일궜다.

사진=KBS

결혼을 전후로 활동이 다소 주춤해졌지만, 연기는 더 깊어지는 모습으로 팬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결혼 후 첫 복귀작이었던 '공항 가는 길'(2016)에서 워킹맘 승무원 캐릭터를 그리며 한층 원숙해진 내면 연기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밀도 있는 연기로 깊은 여운을 느끼게 하며 시청자들을 애끓게 했다. 

결국 이번 '멱살 한번 잡힙시다'에서 서정원으로서 보여주는 세밀한 감정 변화는 김하늘이 그간 축적한 연기 내공을 한꺼번에 펼쳐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그 내공에 흠칫 놀란 시청자들은 멱살이 잡힌 듯 김하늘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세월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미모에 깜빡 속을 뻔하다가 뿜어져 나오는 남다른 깊이에 김하늘을 다시 보게 된다. 어느새 연기 고수가 된 김하늘이다. 아직 드라마가 중반에 접어드는 시기라 김하늘에게 좀더 멱살 잡혀 있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마음을 들뜨게 한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