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운영하긴 하나요? [공약 공염불➑]

김다린 기자 2024. 4. 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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視리즈 22대 총선 특집 공약의 기록
2006년 4월 後 지키지 않은 약속
더불어민주당 계열 공약: 중소기업
때마다 적합업종 제도 확대 약속
업종 늘고 법제화도 성공했지만
현 시점에선 제 역할 못한단 평가
적합업종 지정 업종 갈수록 줄어
폐지론·무용론 주장에 속수무책

기업 중 99.9%, 고용의 67.0%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축인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들이 자생력을 키울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한 측면도 적지 않은데, '중소기업의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자처한 더불어민주당의 정책도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십수년 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활성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번번이 물거품에 그쳤다.

[※ 참고: 22대 4·10 총선에서 가장 어린 유권자는 2006년 4월 11일생이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 정당은 이들이 첫 선거권을 가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공약을 내걸었고, 또 얼마나 지켰을까. 답을 찾기 위해 더스쿠프는 '22대 총선 특집: 공약의 기록' 기준점을 2008년 18대 총선 이후로 잡았다.]

민주당은 적합업종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정치인들은 선거철마다 하나같이 중소기업을 살릴 적임자임을 자처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인 중소기업의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거다. 거대 양당의 한축인 민주당 계열(통합민주당ㆍ민주통합당ㆍ더불어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낙수효과'에 비판적이었던 만큼, 중기 친화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그중 몇몇은 현실화했다. 납품대금 연동제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건 대표 사례다. 이는 원청-하청 간 거래에서 주요 원재료 가격이 바뀌면 그 변동분에 맞게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민주당은 2004년 17대 총선 때부터 '연동제 실현'을 약속했다. 그사이 19년이란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뒤늦게나마 이행한 건 긍정적인 일이다.

중소기업청을 부部로 승격한 것도 마찬가지다. 2017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생기면서 차관급 기관에서 장관급 부처로 위상을 끌어올렸다. 중소기업청의 승격은 2012년 19대 총선 때부터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약속이었다.

그럼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졌는지는 의문이다. 전체 기업 중 99.9%(772만개 중 771개ㆍ2022년 기준)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수는 288건으로 지난해 동기(205건) 대비 40.5%나 늘었는데, 이중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경기침체가 가장 큰 위협요소지만, 이들의 경영 활동을 뒷받침할 튼튼한 제도적 기반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민주당 계열의 주요 공약이었던 '적합업종 제도 활성화'의 실패를 패착으로 꼽는다. 적합업종은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제격인 정책이다. 중소기업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진 특정 시장을 두고 대기업의 진입 자제와 확장 자제, 이양 등을 유도한다.

민주당은 통합민주당이란 이름으로 선거에 나섰던 19대 총선(2012년)에서 "대기업의 무차별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면서 '적합업종 제도 강화'를 내세웠다. 제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영진이나 지배주주를 처벌할 조항을 만들겠단 거였다.

4년 뒤인 2016년에 열린 20대 총선에서도 '적합업종 확대하겠다'면서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적용기간을 늘리고 위반시 처벌을 강화하겠단 내용도 담았지만, 헛공약이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적합업종 제도가 시행한 지 13년이나 지났지만 지금은 무용지물로 전락한 상황"이라면서 "기업들도 이 제도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011년 도입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문제는 운영주체에 있었다. 민간자율합의체에 불과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운영한 탓에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적합업종에 지정되더라도 '권고사항'에 불과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8년엔 법적 이행강제력을 갖춘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설해 투트랙으로 운영했지만, 이 역시 한계가 많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생계형 적합업종을 통해 보호받는 산업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경우, 현재 지정된 업종은 고소작업대임대업과 자동차단기대여서비스업, 대리운전업, 방화문제조업, 방역소독업 5개뿐이다. 보호업종을 늘리는 데도 인색했다. 2020~2021년엔 새롭게 지정한 업종이 아예 없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1개, 2개만 지정했다. 처음 제도를 시행했던 2011년엔 37개, 이듬해엔 45개 업종을 보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 자체가 퇴행한 셈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법적 강제력을 갖춘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한 업종도 10개(LPG연료소매업ㆍ간장제조업ㆍ고추장제조업ㆍ국수제조업ㆍ냉면제조업ㆍ된장제조업ㆍ두부제조업ㆍ떡국떡떡볶이떡제조업ㆍ청국장제조업ㆍ신문잡지류소매업)가 전부다. 이성원 사무총장은 "제도를 어떻게 활성화할지 목표가 불명확했고 후속 조치도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도 대기업의 시장 유린을 막겠다는 취지로 '중소기업의 공동교섭권 보장' '중소기업 공동 안전망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십수년간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이번엔 다를까. 전망은 회의적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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