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납품단가 지원, 만감류는 제외…감귤농가 뿔났다

심재웅 기자 2024. 4. 4. 0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농산물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납품단가 지원사업의 대상 품목에 만감류가 제외돼 주산지인 제주를 중심으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보성 제주남원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장장은 "납품단가를 지원받는 다른 과일 가격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만감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만감류 가격이 높다는 인식이 감귤류 전체에 영향을 미쳐 앞으로 출하될 하우스감귤이나 '황금향' 등의 소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하 막바지 일반 감귤만 포함
고가 인식 탓에 수요감소 우려
농식품부 “적정 소비 유지 조치”
문보성 제주남원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장장(왼쪽)이 만감류 ‘천혜향’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농산물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납품단가 지원사업의 대상 품목에 만감류가 제외돼 주산지인 제주를 중심으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납품단가 지원사업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사업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대형마트가 농협이나 영농법인과 같은 산지 납품업체에서 농산물을 구매할 때 정부가 구매 대금의 일부를 보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대형마트는 이 사업을 통해 절감한 비용을 반영해 판매가를 인하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4일 ‘과일·과채류 납품단가 지원 계획’을 밝히고 이튿날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자 같은 달 15일 지원 품목을 기존 13개에서 21개로 확대하고, 지원단가도 최대 2배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은 추가 대책을 내놨다. 확대된 납품단가 지원책은 3월18일 본격 시행됐으며, 이달 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만 755억원이 책정됐다.

감귤은 처음 사업이 시행될 때부터 줄곧 지원 대상 품목에 포함됐다. 지원단가는 1㎏당 1000원이다. 하지만 감귤 재배농민에게는 이 지원책이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만감류 제외’라는 단서 조항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만감류를 제외하면 지원 가능 품목이 일반 감귤뿐이다. 사업 기간인 3월초∼4월 중순은 노지감귤이 거의 출하되지 않고, 비가림 하우스감귤(월동온주)도 출하 막바지 시기이다.

실제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올 3월 노지감귤 출하량은 8.9t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간 5만1128t이었던 월평균 출하량과 비교하면 0.017%밖에 되지 않는다. 출하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3월 만감류는 8707t 출하돼 여전히 활발했다. 3월은 만감류 중에서도 ‘천혜향’ ‘한라봉’ 출하가 주를 이뤘고, 이달부터는 ‘카라향’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도내 한 감귤 납품업체 관계자는 “만감류만 출하되는 시기에 이를 콕 집어 제외하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식으로 정책을 추진한 의도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납품단가 지원 정책은 소비 촉진이 아닌 가격안정책이며, 납품단가 지원으로 만감류 소비가 늘면 물량이 빠르게 소진돼 다른 과일의 대체 품목으로서 기능을 잃을 가능성 등을 참작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홍근훈 농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은 “만감류는 가격 상승에 관한 소비자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판단했다”며 “적절한 출하·소비량을 유지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산지에선 자칫 만감류가 다른 과일에 비해 고가로 비치고, 추후 소비부진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문보성 제주남원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장장은 “납품단가를 지원받는 다른 과일 가격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만감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만감류 가격이 높다는 인식이 감귤류 전체에 영향을 미쳐 앞으로 출하될 하우스감귤이나 ‘황금향’ 등의 소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역 감귤농가들은 정책에서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납품단가 지원사업이 연장될 가능성도 점쳐져 지금이라도 만감류를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이달 이후에도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하면 납품단가 지원사업 기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업 기간이나 지원 품목 조정 등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하는 단계”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