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막던 50대 가장 일자리 잃고…피해 여성은 청력을 잃었다

배승주 기자 2024. 4. 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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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개월 전, 한 20대 남성이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마구 때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50대 남성이 이 폭행을 말리다 크게 다쳤고, 일자리까지 잃었습니다.

배승주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창문을 닦는 이 50대 남성은 지난 달까지 고압 전선 전문 기술자였습니다.

인생이 달라진 건 한 순간 때문이었습니다.

편의점에 들렀다가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폭행당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머리가 짧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때리는 20대 남성을 막아 섰고 무차별 폭행에 크게 다쳤습니다.

치료와 재판 준비로 출근을 제대로 하기 힘들었고 다니던 직장은 그만둬야 했습니다.

[박경석/편의점 폭행 피해자 : 고압전기선 작업이다 보니까 한 팀이 짜여 그 팀이 움직여야 하는데 제가 자꾸 빠지니까…]

일용직으로 나서야 했습니다.

수입은 불안정하고 먹고 살기는 힘들어졌습니다.

대인기피증과 불면증에 아직 시달립니다.

[박경석/편의점 폭행 피해자 : 키가 크고 젊은 사람만 보면 무서워서 바깥 외출을 안 했어요.]

하지만 여유가 없어 치료는 포기했습니다.

이런 박 씨가 더 힘든 이유는 가해자의 태도입니다.

[박경석/편의점 폭행 피해자 : 합의할 돈이 없다면서 국선변호인 해임하고 로펌변호사 산다는 것 자체가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가해자는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 씨가 보호하려 했던 피해 여성, 청력 손실로 보청기를 끼고 있습니다.

아직 아프지만 무서운 순간 막아서 준 박 씨에게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편의점 폭행 피해 여성 :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정의를 행한 대가가 실직이고 생활고면 누가 남을 돕겠나 싶더라고요.]

4남매를 둔 박 씨는 딸 생각 때문에 나섰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박경석/편의점 폭행 피해자 : 그 상황이 되면 어느 누구라도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해 남성 1심 선고는 오는 9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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