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병역면탈 범죄 최근 6년간 실형 2%뿐[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4.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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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년간 실형선고 사례는 7건 그쳐
전체 병역면탈자 349명 중에 7명 불과
“처벌 수위 낮다며 병역면탈 알선 유혹”
제보 건수는 지난 6년 동안 2.7배 급증
다만 제보 중에 검찰 송치는 3% 수준
지난 2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올해 첫 병역판점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신체 건장한 20대 A씨는 2015년께 현역병 복무 대상인 신체 등급 2급 판정을 받은 이후 입영을 미뤘다. 그러다 2017년께 한 대학병원에서 정신의학과 외래 진료를 받았다. 이후 담당 의사로부터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면 심한 불안과 수행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는 내용의 전신질환 소견 진단서를 받았다. 당시 담당 의사에게 그는 “죽고 싶다”거나, “사람들이 싫고 중학교 때부터 친구도 안 만난다”는 등의 진술을 했다.

이후 A씨는 우울장애 및 기분장애 사유로 병무청 신체검사를 거쳐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A씨는 2015∼2017년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거나 많은 사람이 오가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등 정신질환 진단 당시의 진술과는 다른 일상적인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무청 등은 제보를 받고 초기 사실관계 확인 뒤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학교 생활기록부와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정신과 전문의 의견서 등을 두루 살핀 검찰은 A씨를 결국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대전지법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년여 간 주변 사람들 속인 ‘병역 사기극’을 벌였음에도 실형을 피했다.

4일 병무청과 법조계에 따르면, A씨와 같은 병역면탈자 대부분은 기소되더라도 실형 판결을 받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6년간(2018~2023년) 법원이 병역면탈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례는 7건에 그쳤다.

최근 2년간 법원은 병역면탈자에 실형을 선고한 사례가 아예 없었다. 그나마 실형 판결은 2021년에 2명(징역 3년 6월 1명, 징역 8월 1명), 2020년에 3명(징역 1년 1명·징역 6월 2명)과 2019년에 2명(징역 2년 6월 1명, 징역 1년 1명)으로, 전체 병역면탈자 349명 중에 7명(2%)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집행유예(76.2%), 기소유예(20.6%) 등으로 실형을 피해갔다. 이 때문에 병역면탈자 대부분은 기소되더라도 실형 판결을 받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2022년 말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허위 뇌전증 병역비리’ 사건이 이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과 병무청은 3개월여의 수사 끝에 ‘가짜 뇌전증 환자 행세’를 통해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면제받은 의사·운동선수·연예인 등 병역면탈자108명을 무더기로 기소해 지난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병역 사기극임에도 실형을 면한 것이다.

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법원의 처분이 솜방망이라고 할 정도 실형 판결이 1%대에 그치는 상황이라 병역면탈을 노리는 범죄자들 사이에선 걸려도 징역 살지 않고 군 문제를 끝낼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병역면탈 범죄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병역브로커들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켜 병역면탈 알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역면탈 비리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면서 제보와 신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병역면탈 혐의자에 대한 제보는 크게 늘고 있다. 병무청 병역면탈 혐의자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건수는 2018년 164건에서 2023년 488건으로 급증했다. 6년 동안 2.7배 가량 늘었다. 제보 추세도 2019년 117건, 2020년 139건, 2021년 253건, 2022년 303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병무청은 20년 넘게 병역비리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1999년부터 가동한 신고센터를 통해 병역면탈 혐의자 및 조장자와 관련한 제보를 받고 있다.

다만 병무청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제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해 검찰까지 송치한 사건은 2021년 23건(16.4%), 2022년 24건(7.95), 2023년 14건(3.1%)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이다. 전체 제보의 10%대 수준에서 3% 남짓에 불과해 병역면탈 제보의 순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제보 488건 중 1.5% 수준에 그쳐

일각에서는 병무청의 대응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2022년 관련자가 130명에 달하는 허위 뇌전증 진단 사건의 경우 이미 수년 전 병무청에 민원이 접수됐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검찰과 합동수사에 들어간 것은 병무청 내에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병무청 내부가 유의미한 조사 환경 구축이 미진해 결국 조사는 못하고 제보만 쌓이다 보니 재판과 처벌이 기대에 못 미치게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악감정에 기반한 허위·부실 신고가 적지 않아 모든 제보를 일일이 들여다보는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병역면탈 범죄 대응에 대한 병무청의 의지는 강력하다. 올해 대전 본청에 사이버조사과를 신설했다. 특별사법경찰 인력도 40명에서 60명으로 확대됐다.

병무 업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특사경은 하나의 제보도 여러 각도에서 파고들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특히 엄정한 단속과 공정한 수사를 통해 정의로운 병역문화 조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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